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한다

배시온 (경제·21)

지난 1월 미국 비디오 게임 유통기업 게임스탑의 주가가 폭등해 주식 공매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게임스탑의 주가가 폭등하며 공매도를 했던 헤지펀드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이번 사태의 의미는 단지 폭등한 시가총액만이 아니다. 게임스탑 시가총액의 140%에 해당하는 금액이 공매도 됐다는 정보를 입수한 미국의 인터넷 커뮤니티 ‘reddit’의 개미 투자자들이 일제히 게임스탑 주식을 매수해 월가의 헤지펀드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 과정에서 월가의 거대자본은 개미들이 즐겨 쓰는 트레이딩 앱 로빈후드의 게임스탑 매수를 차단하는 등의 부당한 조치로 손해를 복구하려 했고, 이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폭락했으나 미국의 개미 외에도 해외 투자자, 기관 등이 매수에 가세해 3월 현재까지 게임스탑 주가는 100달러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는 폭등 사태 이전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혹자는 이 사태를 ‘월가의 기득권을 개미의 손으로 조금이나마 무너뜨린 대사건’이라 평하고, 단지 매수를 통해 시세차익을 남기려는 세력과 공매도 세력 사이에 개미들이 휘둘렸을 뿐이라 평하는 사람도 있다. 어찌 됐건,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극에 달해 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왜 공매도가 문제가 되고, 개인 투자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것인가. 먼저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기관이나 자본가에 비해 더 어렵다. 차입 공매도의 주가 되는 대차 거래는 50억 이상의 금융 투자 상품 잔고를 보유해야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는 주가를 높이는 매수만 가능하고, 기관은 매수뿐만 아니라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주가를 낮추는 공매도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주식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닐 수 없다. 공매도를 한 뒤 해당 기업의 나쁜 소문을 퍼뜨려 패닉 셀을 유도하거나, 시가총액이 그리 크지 않은 주식을 매수해 개미들의 추격 매수를 유도하고 개미들의 매수심리가 한계에 다다르면 고점에서 공매도를 시도하고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 이익을 보는 것은 이미 전형적인 수법이 됐다. 그럼에도 개미들이 이에 대응할 방법은 기껏해야 ‘우량주만 투자하기’ 정도다. 공매도 제도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박탈감은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시장 교란과 주가 하락도 문제다. 공매도 세력은 주가가 낮아져야만 이익을 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자본시장의 양적 성장을 저해시킨다. 공매도 금지 이전에는 코스피가 주요국 대비 낮은 주가 수익 비율을 보이며 저평가를 유지했으나 공매도 금지 직후인 지난 2020년 3월 19일 1457.64까지 내려간 지수가 10개월만인 2021년 1월 29일 3208.99로 120% 가까이 상승한 것은 흔히 일컫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공매도의 영향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공매도,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한다.

공매도 자체로 인한 주가 하락 효과도 크지만 더 심각한 것은 공매도의 관리 부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매도 시스템은 전산화돼있지 않아 증권사 간 수기로 거래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차입 공매도나 업틱 룰 위반 등 불법 거래가 발생하더라도 금융당국이 적발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 이미 지난 2018년 골드만삭스가 300여 개 종목, 수백억 원 규모 주식의 무차입 공매도를 시행했다가 적발된 적이 있다. 또한 모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9월 4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벌인 공매도 부문 검사에서 ‘공매도 호가 표시 위반’ 금액만 무려 13조8천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현재보다 주식시장 규모가 작던 시기에 발생한 일이니, 다시 하락장이 발생한다면 얼마나 많은 불법 공매도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이러한 불법 공매도는 시장을 교란시킬 뿐만 아니라 소주주들의 이탈을 가속화 해 기업 경영도 거대자본들의 잔치판으로 만들 위험도 있다.

주요 선진국 중 공매도를 완전히 금지한 국가는 아직 없는 만큼 공매도를 즉시 퇴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조치가 일부 해제되는 오는 5월 3일까지 공매도 시스템의 전산화 및 차입 공매도의 보증금 신설 등 제도를 정비해 공매도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