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헌법재판소(아래 헌재)는 사실적시에 의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형사처벌 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사실적시 매체가 매우 다양해짐에 따라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속도와 파급효과는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외적 명예의 특성상,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됐다”며 오히려 그 처벌의 정당성을 강화했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은 중요한 쟁점을 간과한 것이다. 통신매체의 발달과 함께 명예훼손으로 인한 인격 침해 가능성이 커졌고, 허위사실로 인한 훼손된 명예는 완전한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허위 사실에 의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진실을 언급하는 것이나 보도하는 것은 표현 및 언론의 자유의 영역일뿐더러 국민의 알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 나아가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은 범죄자가 피해자를 압박하여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심각성이 있다.

선진 외국은 명예훼손죄를 인정하지 않는 추세이다. 명예훼손은 「유럽인권협약 제10조」에 의해 보호되는 언론의 자유와 조화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영국은 지난 2010년부터 선동적 및 사인 간의 명예훼손죄를 폐지했고, 2013년에는 「명예훼손법(Defamation Act 2013)」을 개정해 진실에 관련된 경우, 정직한 의견의 표시 그리고 공익에 관한 사안을 공표한 경우 등을 면책하고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은 극소수 주만이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조항을 두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기소되는 예가 없다. 명예훼손이라고 주장된 말이나 글이 사실에 근거하거나 개인적 의견인 경우에는 명예훼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특히 공적 인물(public figure)인 경우에는 거짓 등으로 지속적인 공격을 하는 등 악의적인 경우가 아니면 명예훼손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실의 적시는 있는 그대로 진실을 전달하는 것일 뿐 어느 누구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도 아니다. 허위이거나 악의적인 경우에는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는 민주사회의 가장 중요하고 최상의 가치이다. 진실의 표현을 명예훼손이라고 처벌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닌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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