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6일 오랫동안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외쳤던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그동안 일본의 전쟁 책임과 위안부 사과를 받아내려는 노력이 일본의 정부와 사법부의 냉대 속에 번번이 외면되고 교착상태에 빠지자 문제 해결의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로서는 이렇게나마 일본의 법적 책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또한 미래의 역사교육에도 반영하자는 심산이다. 한편에서는 국제사법재판소가 ‘위안부’제도를 당시 국제법을 위반한 전쟁범죄로 규정한다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게 된다는 희망 어린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반면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도 국제사법재판소에 마찬가지로 회부할 경우, 고유영토로 고수해온 한국의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실 일본군 위안부, 아니 전쟁 성노예 문제는 최근에 불거진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난 1991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고백과 투쟁으로부터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에서 제기된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부당한 주장으로 일관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금전적 보상안을 받아들여 ‘불가역적’ 조치라는 족쇄가 채워지게 됐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당사자 협의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는 원칙으로 돌아갔지만, 이제 양국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중립적 수단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역사적 경험으로 보아 국제사법재판소의 결과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개인 희망대로 된다고 해도,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사죄 행위가 뒤따를지 의문이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존 마크 램지어(John Mark Ramseyer) 교수가 위안부 문제를 게임이론에 비춰 합리적 계약관계처럼 왜곡해 관권 개입과 성노예 행위조차 부정하고자 하는 사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친일 지식인들도 나서 위안부 문제를 희석해 역사 인식을 마비시키는 시도가 거듭되고 있다.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친일 지식인들에게는 제국주의 전쟁의 법적 책임과 도덕적 반성이 제대로 자리 잡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제안은 한일 당국 및 피해당사자와의 협의를 더 어렵게 하고, 장기적인 논란만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위안부 문제의 국면 전환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일부 보인다 해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배상, 도덕적 반성의 사죄 행위가 전제되지 않으면 ‘위안부’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정치적 압력과 한일 시민사회의 역사 인식 제고 운동이 더욱 가열차게 전개돼야 한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