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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틀어줘] 성공에 대한 열정과 광기, 그 사이영화 『위플래쉬』로 되돌아보는 성취주의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03.08 01:37
  • 호수 63
  • 댓글 0

“1년 동안 모든 인간관계를 다 끊고 공부했다”, “커피를 씹어 먹으며 독하게 공부했다”. 수능을 치른 대한민국의 20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수능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종종 ‘한 번은 독하게 살아봐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독하게 살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공에 대한 집착이 인생의 행복일까. 영화 『위플래쉬』는 인생의 정답이 ‘성공’이라는 통념에 질문을 던진다.

성공에 대한 갈망이 집착으로 변하기까지

주인공 앤드류는 천재 연주자 찰리 파커를 동경하는 청년이다. 앤드류는 학내 평범한 밴드의 보조 드러머였다. 그러나 플랫처 교수가 우연히 그가 연습하는 모습을 보게 된 이후 그는 교내 최고의 밴드인 ‘스튜디오 밴드’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 앤드류는 스튜디오 밴드의 메인 드러머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메인 드러머가 되는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플랫처 교수는 앤드류를 한계로 몰아붙이며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가 박자를 틀리자 모두가 보는 앞에서 뺨을 내리치고 윽박지르며 ‘채찍질’을 가한다. 그러나 앤드류는 플랫처의 폭력적인 교육방식에 오히려 자극을 받으며 최고의 드러머가 될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피나는 노력 끝에 결국 앤드류는 학교의 메인 드러머 자리를 꿰찬다.

그러나 드럼에 대한 앤드류의 집착은 드럼을 제외한 그의 모든 삶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앤드류의 아버지는 가족 모임 자리에서 그에게 술과 마약에 중독돼 30대의 나이에 요절한 찰리 파커의 삶을 닮고 싶은지 물었다. 이에 앤드류는 “아흔 살까지 풍족하게 살다가 죽고 나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삶을 사느니 죽고 나서도 전 세계 모두가 기억해주는 삶을 살고 싶다”고 답했다. 드럼에 대한 앤드류의 순수했던 사랑은 서서히 성공에 대한 광기로 변하고 있었다. 이어 앤드류는 성공에 방해가 된다며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기도 했다. 그는 성공한 드러머에 한 걸음 가까워지고 있었을지 몰라도 성공 이외의 모든 것은 그를 떠나가고 있었다.

앤드류는 메인 드러머로서의 첫 공연을 하는 날 트럭과 부딪히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고로 피투성이가 된 와중에도 앤드류는 드럼 스틱을 챙긴다. 트럭 운전사는 구급차를 불렀다며 공연장으로 가려는 그를 만류하지만, 앤드류는 그를 뿌리치고 결국 공연장으로 향한다. 피를 뚝뚝 흘리며 공연장으로 달려가는 그의 모습은 성공에 대한 광기 어린 집착을 보여준다.

채찍질만이 인생의 정답은 아니다

“너희가 한계를 넘어서는 걸 보고 싶어.
세상에서 가장 해로운 단어는 바로 ‘그 정도면 잘했어 (good job)’야”

영화 속 플랫처 교수의 대사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대사가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내게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라는 말은 너무나도 익숙했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19살의 내가 수도 없이 들은 말이었다. 당시에도 플랫처 교수와 같은 선생님이 있었다. 모의고사 문제를 실수로 틀리기라도 하는 날엔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크게 혼나야 했다. 문제집이 찢기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부모님께 선생님이 무서워 학원을 그만두고 싶다고 울며 호소했던 날들도 있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내게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이 정도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속 앤드류처럼 나도 점차 선생님의 방식에 익숙해져 갔다. 그와 동시에 성공에 대한 집착도 커져만 갔다. 허리디스크로 병원에 입원하면서도 미래의 성공을 위해 이 정도는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왜 성공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결국 원하던 대학에 온 지금에도, ‘나는 무엇을 위해 성공하고 싶은 것인가’라는 질문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있다.

성공에 대해 광기 수준의 집착을 보이는 앤드류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미디어를 포함한 세상은 우리에게 성공을 위해 ‘독해질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행여 그 방식이 비정상적일지라도 모두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라 말한다. 그러나 강요받는 노력은 폭력일 뿐이다. 삶의 나머지를 전부 버리고 성공에만 몰두하는 일이 행복의 정답은 아니다. 우리는 성공에 대한 집착이 행복을 담보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성공에 대한 집착을 쉽게 놓지 못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의 행복을 위해 미래에 대한 집착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앤드류는 결국 마지막 연주를 완벽하게 해내고 플랫처 교수의 인정을 받는다.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한 해석은 두 가지로 나뉜다. 누군가는 앤드류처럼 독하게 노력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는다. 그러나 누군가는 음악 이외에 모든 것을 잃은 앤드류의 모습을 보며 성공에 대한 집착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제목 ‘whiplash’의 의미는 ‘채찍’이다. 채찍의 의미는 관객이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나는 스스로에 대한 ‘채찍’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글 김지원 기자
l3etcha@yonsei.ac.kr

<자료사진 다음영화>

김지원 기자  l3etch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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