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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적] ‘냄새’나는 현장을 마주해야 하는 이유3월의 독립서적, 『경찰관속으로』
  • 김채영 기자
  • 승인 2021.03.08 01:36
  • 호수 63
  • 댓글 0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삶을 포기하고, 누군가는 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는 현실 앞에서 사람들은 종종 이를 마주하기보다 외면하기를 택한다. 그런데 여기 늘 그 현장을 지켜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경찰관이다. 『경찰관속으로』는 한 3년차 경찰관이 파출소에서 일하며 보고 들은 것들을 엮어 펴낸 책이다. 작가(원도)의 기록은 우울할 만큼 적나라하다. 그러나 적나라한 만큼, 결코 우리가 이 현실에 등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경찰관이 기록한 현장 속에는 방치된 이들의 삶이 적혀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범죄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만을 상상하지만, 실제 현장에는 한 부류가 더 존재한다. 바로 남겨진 이들이다. 예컨대 가정폭력 사건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주로 부모에게 집중한다. 가정폭력의 주체인 부모를 분리하고 진정시켜야 사건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소외되기 쉽다. 아이들을 돕고 싶어도 법은 가정의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고,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해 줄 시설을 찾기란 어렵다. 작가는 아수라장 속 아이들의 눈동자들을 기억한다. 현장에서 몸으로 느낀 미안함과 슬픔이 켜켜이 그의 안에 새겨져 있다.

그 외에도 경찰관의 자리에서 바라본 세상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이 많다.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인적 사항을 물었으나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아 ‘세상에 존재한 적 없는’ 할머니가 있었다. 제조 업장이 밀집한 동네에서 일하는 선배에게는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자살 현장에 자주 출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정착한 결혼이주여성들은 남편의 무관심으로 힘들어하거나 돈 주고 사 온 물건 취급을 받았다. 경찰관은 이러한 현실을 두고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미뤄진 사회의 어둠은 생각보다 짙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전한다.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만 같은 현실 앞에서 경찰관은 무력감과 회의감을 느낀다. 사건을 접수하더라도, 재판 없이 현장 경찰관의 조치만으로는 문제들이 근절될 수 없다. 이 사실을 알기에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 그의 마음을 더 허탈하게 만든다.

또한 경찰관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현장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어렵다. 예컨대 작가는 한 남성이 기물을 파손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그가 휘두르는 쇠 파이프에 머리를 크게 다칠 뻔했다. 하지만 당시 그가 경찰관의 권한으로 강제할 수 있는 조치는 아무것도 없었다. 지난 2016년에는 한 순경이 자신을 폭행하려 달려드는 피의자를 피하는 과정에서 밀친 사건이 있었다. 만취 상태로 지구대 바닥에 넘어진 피의자는 해당 순경을 독직폭행*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또 피의자는 그 순경이 선고유예보다 높은 형을 받는다면 공직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이용해 높은 금액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이러한 업무환경 속에서 경찰관들은 자연스레 현장으로부터 멀어지고, 난처한 상황이 없을 만한 사건만을 좇게 된다. 작가는 초심을 잃고 점점 냉소적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고백한다. 대충 서류를 작성해 사건을 쉽게 끝내고 싶다는 마음마저 든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경찰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비겁함’이다. 경찰관 개인이 모든 문제를 짊어지고, 조직은 책임져주지 않는 상황에서 습득하는 비겁함이다.

『경찰관속으로』는 경찰관으로서 마주하는 냉혹한 현실에 냉소적으로 변해가는 자신과 소극적인 경찰행정에 대한 고백, 그리고 경찰 배지를 달고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환경에 대한 비판을 담은 책이다.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어두운 현실을 마주하는 것은 고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한 사람의 행동이 바꿀 수 있는 변화에 기대를 건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또 다른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경찰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한 경찰관의 이야기는 우리가 ‘냄새’나는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누군가의 시선이 닿지 않는다면 현실은 제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불편함을 마주할 때 누군가의 그늘진 현실이 바뀔 수 있다는 한 줄기의 가능성을 믿고,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떻게든 목소리는 이어져야 하고 연대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독직폭행: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특별공무원이 폭행 또는 가혹행위를 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

글 김채영 기자
chykim19@yonsei.ac.kr

<자료사진 이후북스>

김채영 기자  chykim1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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