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미래캠 공존 위한 해법 모색해야

지난 2020년 12월, 신촌캠 에브리타임에 공과대 학생이 ‘캠퍼스 간 소속변경 제도’(아래 소속변경)로 피해를 봤다는 글을 게시했다. 소속변경 학생이 변경 전 학점을 그대로 적용받게 되면서 본인의 석차가 밀려 랩실 인턴 기회 등을 놓쳤다는 내용이다. 공과대 학생회장 송우석(컴과·16)씨는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공과대 행정실에 문의했으나 이는 사적인 내용이라 확인이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사건은 사건 자체의 진위 여부를 떠나 양 캠퍼스 학생 간의 무분별한 대립으로 번졌다. 그렇다면 신촌캠과 미래캠이 소속변경을 두고 갈등을 빚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 캠퍼스 간 발전적인 교류를 장려하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도입된 ‘캠퍼스 간 소속변경 제도’는 그 취지가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면서 신촌캠과 미래캠 학생들 사이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소속변경, 그게 뭔데?

 

우리대학교는 지난 1978년 미래캠을 설립했다. 2007년부터는 소속변경을 시행하고 있다. 소속변경은 한 캠퍼스 내에서 운영되는 것과 동일하게 신촌캠-미래캠 간 학적 이동을 가능케 한 제도다. 현재 소속변경 인원은 편입학 정원 중 일부가 할당된다. 소속변경이 승인된 학생은 석차 반영과 장학금 심사에 있어 당초 입학생과 차별되지 않는다. 다만 최우등·우등 졸업은 불가하다. 


소속변경 제도가 생긴 당시 논의에 참여한 이인재 교수(인예대·한국고중세사)는 “2000년대 초반에는 캠퍼스 간 교류가 이중전공, 부전공 수준에 불과했다”며 소속변경의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높인 이유에 대해 “양 캠퍼스에 개설돼있는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며 기존의 단일 전공체제 이수만으로는 가질 수 없는 능력들을 학생 스스로 마련하면 좋겠다는 기대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 개개인의 자율전공 설계로 미래 사회변동 대처 능력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라는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소속변경이 양 캠퍼스 간 교류를 장려하고 함께 성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는 설명이다.

 

신촌캠과 미래캠, 둘 사이의 ‘불편한 동거’

 

그러나 현재 본래의 취지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속변경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속변경을 둘러싼 갈등은 소속변경을 전과로볼지, 편입으로 볼지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된다. 기저에는 양 캠퍼스를 하나의 조직으로 보느냐, 별개의 독립체로 보느냐 하는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학칙상 두 캠퍼스는 같은 학교로 명시돼 있다.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정관」 제7장 2절은 미래캠을 신촌캠 산하 대학으로 규정한다. 「연세대학교 학칙」 제2장 제2조에서도 교육조직으로 각 캠퍼스 단과대학을 구별 없이 기입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학칙」 제7장에서도 소속변경을 각 캠퍼스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규정으로 운용 중이다. 즉, 학내 규정에서는 신촌캠과 미래캠을 같은 학교로 보고 있다. 신촌캠 교무처 학사지원팀 김영숙 팀장은 “학칙에 따라 양교는 같은 학교이기에 캠퍼스 내 소속변경인 전과 제도와 캠퍼스 간 소속변경을 모두 가능하게 해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미래캠 학생들의 소속변경 이후 성적 유지, 나아가 소속변경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실제로 이종혁(정경경영·18)씨는 “학칙상 미래캠과 신촌캠은 같은 학교”라며 “소속변경하는 학생들은 신촌캠의 학문의 폭이 넓기에 자신의 진로에 맞춰 제도를 정당하게 이용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 규정에서는 본교와 분교를 별개의 학교로 규정해 두 규정 사이의 충돌이 발생한다. 학생들의 시각 차이가 생기는 단초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소속변경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학칙상 같은 학교로 돼 있긴 하지만 본·분교는 행정·재정·입시 전형을 모두 별도로 운영한다. 그렇기에 ‘캠퍼스간 소속변경’을 전과 제도와 동일시해 성적을 그대로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상 소속변경한 학생이 미래캠에서 받은 성적과 이수한 학점은 모두 그대로 유지된다. 김 팀장은 “한 학교에서 이수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학점은 다 인정이 된다”며 “이전에 들은 과목들을 새 전공에서 필요한 과목으로 인정할지는 해당 전공에서 별도로 심사를 한다”고 부연했다.


지난 12월 에브리타임에 해당 글이 작성된 후 많은 신촌캠 학생들의 시정 요구가 이어졌다. 이에 1월 제6차 정기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에는 ‘100인안건상정제’를 통해 ‘캠퍼스 간 소속변경자의 전적대학 평량평균 적용기준 개정 요구의 안’이 상정됐다. 그러나 당시 중운위에서 개정 요구안은 보완 필요성 등의 사유로 부결됐다. 신촌캠 부총학생회장 박현민(행정·19)씨는 “두 캠퍼스가 행정상으로 다른 학교인 만큼 소속변경 또한 편입학과 같은 방식으로 성적을 인정하자는 논의가 추후 진행됐다”고 말했다. 일례로 건국대 서울캠퍼스와 글로컬캠퍼스는 학칙상 같은 학교지만 소속변경 학생들의 성적처리는 편입학생처럼 취득학점만 인정한다. 박씨는 “무엇보다 학우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제기된 문제의식을 해결하고자 한다”며 “학칙 개정과 같은 제도적 개선안과 학사제도에 대한 운영상의 개선안을 지속적으로 의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래캠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는 에브리타임에 해당 글이 논란이 된 후 진위 여부 파악을 위해 부총장과의 면담, 관련 부처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또 대학본부와 비대위는 해당 논란이 불거지는 과정 속 온라인상에서 미래캠을 비하하는 기사나 댓글에 법적 대응을 진행했다. 미래캠 비대위원장 김태균(과기물리·15)씨는 “해당 논란과 관련해 신촌캠 총학과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미래캠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쌍방향 교류를 위해서는

 

양 캠퍼스 간 쌍방향적 교류를 통해 ‘윈-윈’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동노 교수(사과대·역사사회학)는 “신촌캠의 계절학기 수업이 상당히 제한적인데 미래캠에서 계절학기 수업을 활발하게 개설해 양 캠퍼스 학생 모두를 위한 기회가 제공되면 좋겠다”며 교류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촌캠 학생들이 교류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해 일방향적 교류에 그치고 있다. 양진혁(경영·18)씨는 “교류를 통해 미래캠 수업을 들어야 할 필요성을 아직 잘 못 느꼈다”며 “교류의 통한 효용성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정 캠퍼스가 교류의 필요성과 취지를 인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작된 캠퍼스 간 복수전공 및 소속변경으로의 제도상 교류는 갈등을 빚어왔다. 활발한 교류의 장을 위해서는 미래캠 경쟁력 강화를 통해 ‘쌍방향 교류’의 수요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분교의 역량 강화 및 자생력 확보의 성공적 사례로는 한양대 ERICA캠퍼스가 꼽힌다. 한양대 ERICA 캠퍼스 대외협력팀 신승국 팀장은 독자적인 성장 비결에 대해 “주변 산업단지들과의 연계를 통해 산학협력중심대학이라는 컨셉을 갖게 됐다”며 “LG 이노텍 R&D센터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경기테크노파크, 전기연구원, 산학기술시험원 등 정부연구기관이나 민간기업들이 교내에 입주하면서 인프라가 갖춰져 서울캠퍼스와의 차별화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양대 ERICA캠퍼스처럼 미래캠 역시 특성화 전략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미래캠은 2021학년도부터 ▲학사개편 ▲메디컬 헬스 클러스터 발전 ▲산학협력을 통해 발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미래캠 교무처 관계자는 “특성화 전략을 통해 미래캠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분교를 보는 인식, 너는 나와 다른 사람?

 

소속변경을 떠나 본·분교를 향한 인식차도 진정한 교류나 화합을 막는 장애물 중 하나로 꼽힌다. 일부 신촌캠 학생들이 수능 성적 등 대입 성적을 바탕으로 미래캠 학생들을 ‘완전히 다른 존재’로 인식하거나, 나아가 무분별한 혐오성 발언을 하는 것 등이다.


신촌캠 일각에서는 소속변경 학생들의 이전 학점 반영만이 아니라 ‘학적 변경’ 그 자체만으로도 비판이 있어 왔다. 그러나 수능 성적을 절대적 판단의 가치로 삼고 집단을 분리할 수는 없다. 최성수 교수(사과대·교육사회학)는 “본·분교를 둘러싼 갈등의 원인은 서열구조를 오로지 대학입학 시점, 즉 입결 당시의 성취로만 정하고 그것으로 서열 지위를 영속화하고자 하는 인식, 관행, 그리고 의식에 있다”고 지적했다.


소속변경과 관련된 논쟁에서 무분별한 혐오 표현과 원색적인 비하 발언 역시 문제다. 이를테면 일부 신촌캠 학생들은 커뮤니티에서 미래캠 학생들을 향해 혐오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일부 학생들은 우울감을 호소하는 등 정신적인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성찰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최 교수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닫힘보다는 열림을, 배타보다는 포용을 선택해야 한다”며 “같은 우리대학교 학우들 사이에서라면 더 말할 게 없다”고 화합을 당부했다.

 


하나의 재단 아래 설립된 두 캠퍼스는 오랜 시간 갈등해왔다. 앞으로 기존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에서 나아가 공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과 연대감을 통해 ‘연세’라는 이름은 더욱 빛날 수 있을 것이다.

 

 
글 정희원 기자
bodo_dambi@yonsei.ac.kr
조성해 기자
bodo_soohyang@yonsei.ac.kr
안태우 기자
bodo_paper@yonsei.ac.kr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 홍지영 기자
ji0023yo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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