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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하지 마세요, ‘연세’는 공공재가 아닙니다남용되는 연세 상표권, 대책 강구돼야
  • 정희원 김서현 기자
  • 승인 2021.02.27 22:48
  • 호수 1865
  • 댓글 0

연세라는 상표는 과연 우리대학교의 온전한 재산일까. 우리대학교의 교표와 로고, 연세체, 캐릭터와 엠블렘의 상표권은 ‘UI(Yonsei University Identity)’라는 이름 하에 보호받는다. 그러나 연세가 포함된 상호명과 교표는 공식적인 학교 기관 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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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하는 순간 갖게 되는 연세 상표권?

3월은 이른바 ‘단체복’ 시즌이다. 학내 학과나 동아리, 혹은 자치단체들은 개별로 단체복을 제작한다. 개인이 학교 로고가 들어간 야구점퍼나 롱패딩을 디자인하는 경우도 있다. 구매자를 모아 제작 업체에 일괄 주문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학내 구성원의 UI 사용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서강대의 경우 학생들의 단체복 공동구매를 문제 삼기도 했다. 지난 2020년 여름, 서강대 학내 커뮤니티에서는 한 학생이 학교 로고를 넣어 디자인한 플리스 자켓의 공동구매가 진행됐다. 해당 공동구매는 1천100여 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2차 공동구매까지 계획되자 서강대 기념품샵은 법인에 제재를 요청했다. 외부 업체가 교표를 새긴 의류를 제작, 판매하는 것은 상표권 침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이후 공동구매는 학생이 아닌 기념품샵의 주도로 이뤄졌다.


우리대학교 역시 UI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매해 아카라카와 연고전 시즌이 되면 학생들은 교표를 단 다양한 굿즈를 제작한다. 이 과정에서 상표권은 뒷전이 된다. 최승우(경영·18)씨는 “업체 측에 단체복 공동제작을 문의하자 교표가 새겨진 시안을 여러 개 보여줬다”며 “제작에 있어 학교의 승인을 받는 절차는 없었다”고 말했다. 학과 공동복 제작을 담당했던 재학생 A씨 역시 “전대 과잠 디자인을 기준으로 제작했다”며 “학교 교표가 상표권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단체복 제작 업체 역시 상표권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업체 관계자는 “대학 교표 및 로고의 상업적 이용이 금지돼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단체복 제작 업체 ‘티주리’ 역시 “학교 교표를 사용하는 단체복 제작 가능 여부에 대해 연세대학교에 문의한 전례가 없다”며 “교표 및 로고의 이미지 파일은 학교 홈페이지나 제작을 의뢰한 학생들을 통해 구한다”고 밝혔다. UI 관리를 담당하는 대외협력처 디자인센터 이지현 소장은 “판매가 아닌 배포를 목적으로 교내 구성원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면서도 “외부 업체에서 따로 제작 및 판매를 하는 경우는 상표권의 불법적 사용 사례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학교의 허가를 받아 교표가 새겨진 상품을 제작하는 곳은 우리대학교 생활협동조합(아래 생협)이 유일하다. 생협 관계자는 “생협 역시 상표권의 소유자가 아닌 이용자일 뿐이라 학생들에게 외부 업체를 이용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학생들이 생협을 통해 공동구매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캠퍼스 밖에도 존재하는 ‘연세’

캠퍼스 외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간판에 ‘연세’라는 이름과 교표를 사용하는 병·의원 및 학원을 길에서 수도 없이 찾아볼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에 ‘연세’ 키워드를 검색하면 나오는 병·의원은 총 3천98개다. 그만큼 우리대학교의 브랜드 가치를 통해 수익을 얻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센터에 따르면 외부인은 물론이고, 동문의 경우에도 학교가 승인한 동문 행사 외에는 UI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돼있다. UI의 고해상도 이미지 파일의 경우, 교직원들이 교육·행정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만이 허용된다. 개별학생이나 졸업생에게는 파일이 제공되지 않으며, 학교가 공식 인정한 학생회나 동문회 행사 등의 경우에만 따로 사용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소장은 “외부 병원이나 학원 등 상업적 UI 사용을 위해 파일을 제공하거나 사용 허가를 하지 않는다”며 “외부인 대상의 사용 허가 프로세스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실정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한 B동문은 “‘연세’라는 이름과 교표가 환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거 같아 치과 이름에 사용했다”며 “상표권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따로 학교로부터 승인받는 절차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수많은 이용 사례들을 직접 찾아 제재를 가하기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며 “동문들이 경력을 표기하기 위해 임의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 상업적 사용과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법인 재산관리팀 관계자 역시 “의료업, 교육업에 사용되는 경우 동문들의 사용 사례가 많아 엄격하게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와 아예 무관한 사람들의 이용은 더욱 문제가 된다. 연세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해 우리대학교의 명성과 신용을 훼손하거나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적인 수익 창출에 활용하는 경우, 법인은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 1998년 우리대학교 정문 앞의 한 약국이 ‘연세’ 상표를 무단 사용해 소송이 진행됐고, 우리대학교의 승소로 해당 약국은 상호를 변경했다.

연세 상표권, 어떻게 지켜야 할까

‘연세’에 상표권이 있다는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발적인 사용 자제를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학교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정관에서는 UI에 대한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 디자인센터 관계자는 “UI와 상표권에 관련된 규제 사항 등이 사문화돼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관례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상표 사용 허가와 사용료 수수에 대한 논의 역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 소장은 “상표 사용을 허가하면 적용된 제품·시설·공간 등에 대해 우리대학교의 책임과 인증 범위 문제가 연계된다”며 “매우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경우, 산학협력단 산하에 지식재산관리위원회가 존재한다. 해당 위원회를 통해 상표사용신청이 승인된 경우, 계약을 맺고 일정한 사용료를 지불해야 상표 사용이 가능하다. 서울대의 명예 훼손 방지를 위해 학교 차원에서 직접적인 관리가 이뤄지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 산학협력단 홈페이지에는 상표 사용 신청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무단으로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에 대한 관리·감독도 진행된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산학협력단 홈페이지를 통해 상표 무단 사용 신고를 받고, 신고된 업체에 대해 사실관계를 조사한다”며 “사용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데 사용한 경우에는 제거 요청 및 시정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 상표권은 우리대학교의 엄연한 자산이다. 상표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정확히 인식하고 알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학교 측의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글 정희원 기자
bodo_dambi@yonsei.ac.kr
김서현 기자
bodo_celeb@yonsei.ac.kr

그림 박소연

정희원 김서현 기자  bodo_damb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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