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안 발표, 이 시기에 했어야 했나

이수진 (불문·19)

KBS는 지난달 정기이사회에서 TV 수신료를 월 2천500원에서 3천84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등 이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KBS가 지난달 정기이사회에서 상정한 TV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2월 10일 미디어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서도 KBS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7.1%에 그쳤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유튜브가 TV의 대체재로 등장하는 등 미디어환경 변화로 TV 의존도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효용성 없는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를 내는 게 불합리하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KBS는 2월호 사보를 통해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재차 내세웠다. KBS는 “수신료는 시청의 대가가 아니라 공공부담금이라는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하며, ‘시청료’가 아닌 ‘수신료’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KBS는 41년째 수신료가 동결된 점을 언급하며 “첫 해 수신료와 같은 금액이었던 월 신문 구독료는 월 2만 원으로 8배나 뛰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안 보고 안 내면 안 되냐”는 의견으로 대응하고 있다.

KBS의 주장은 KBS를 시청하지 않더라도 공영방송의 질 향상을 위해 수신료를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최근 국악을 소개하는 음악 프로그램의 배경 이미지로 일본 양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건축물을 내보여 ‘왜색’논란에 휩싸이고, 『우리, 다시 : The ballet』 프로그램에서 발레단 단원들을 혹사시켰다는 비난을 받는 등 공영방송으로서의 품위를 잃는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지금 상황에서 KBS의 수신료 인상안은 시기가 적절치 못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김언경 소장은 “KBS가 먼저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상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공영방송의 뉴스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가 원해서 넷플릭스에 매달 내는 1만 원보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수신료 2천 500원을 의무적으로 내는 게 더 아깝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는 공영방송의 정치 편중화, 넷플릭스에 비해 단조로운 프로그램 구성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신료 인상안에 담긴 자구안과 경영 혁신안이 국민 눈높이에 미치거나 와 닿는지에 대한 것도 여전히 의문이다.

공익성에 근거한 공영방송 KBS는 다수의 수용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편성뿐 아니라 소수의 소외된 계층도 편성 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무를 진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는 공공성과 공익성에 대한 파문에 휩싸이길 반복하며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많이 잃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KBS는 먼저 행동으로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고 공익성을 회복한 뒤, 수신료 인상안 등을 발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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