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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물리적’으로 거리를 둘 뿐이다
  • 장원섭 교수(우리대학교 교육과학대학)
  • 승인 2021.02.27 20:52
  • 호수 1865
  • 댓글 1
장원섭 교수
(우리대학교 교육과학대학)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대유행이 벌써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이 상황이 언제 완전히 종식될지 아직도 불확실하다. 바이러스에 대응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책이란 마스크를 꼭 쓰고 손을 잘 씻으며 서로 거리를 두어 멀리 떨어져 지내는 방법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목표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접촉을 최소화해 감염병 전파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직·간접적인 신체 접촉에 의한 감염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 확진자 및 밀접 접촉자를 대상으로 격리 조치를 시행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행사 및 모임 참가 제한, 외출 자제, 비대면 수업 또는 재택근무 확대 등을 권고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간 지속되다 보니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고립과 외로움에 빠져들고 있다. 자가 격리와 외부 활동 제한 같은 신체에 대한 규율과 통제로 인해 많은 사람이 스트레스와 불안, 무기력감, 우울감 등 ‘코로나 블루’를 겪는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자살 증가의 위험성도 커질 수 있다. 코로나19의 조기 종식 희망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의 ‘버티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 <관련기사 1858호 11면 ‘코로나19에 대한 빈틈없는 심리방역이 시급하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에 따르면,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사회 규범이 붕괴하는 아노미 상태에서 자살이 늘어난다. 아노미적 자살은 개인들이 사회적 고립 속에서 삶의 의미를 상실하면서 일어난다. 사회적 유대의 붕괴가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걸 막으려면 사회관계와 공동체 회복이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친근하거나 소원한 감정의 거리를 말한다. 친밀감이나 적대감 등과 같은 인간 감정의 친근성 정도는 물리적으로 거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와는 별개로 나타날 수 있다. 주말부부의 사회적 거리는 과밀한 지하철 안에 바로 옆에 서 있는 승객보다 훨씬 더 가깝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놓여 있다. 서로 연계된 사회적 그물망에서 개인 간 연결의 강도는 그들 사이의 만남의 빈도, 관계의 지속성, 상호 교류 등이 조합된 결과다. 사회적 안전망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강한 유대를 형성하는 데에는 서로 간에 느끼는 친밀감 같은 심리사회적 요인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인간이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게 되면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사회적으로는 관계를 지속하되 물리적으로만 거리를 둘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1년여 전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물리적 거리두기’라는 표현을 권장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적 관계의 단절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요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숨긴 ‘투명인간’이 떠오르곤 한다. 영국의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즈(Herbert George Wells)의 『투명인간』은 사회적 관계를 잃은 자가 결국 자기 자신마저 잃게 된다는 교훈을 준다. 자기를 노출하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진정한 관계 맺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이미 인간적 공동체의 해체와 사회적 유대의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이를 더욱 가속화했다. 감염병의 위협 속에 취업난과 경제 위기까지 겹쳐 더욱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서로 간에 위로하고 격려하며 지지해주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새삼 깨닫는다. 지금 우리는 인간이 사회적 존재임을 그 어느 때보다 여실히 느끼고 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사회적’이란 개념은 한 장소에서 몸을 맞대고 모여있는 집단뿐만 아니라 서로 교류하는 훨씬 더 다양한 집합의 양태들을 포함한다. 가령,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면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면서도 사회적으로는 거리를 좁힐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도 따듯한 말 한마디를 전할 수 있지만, 더 아날로그적으로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써보는 건 어떤가. 힘들다고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아무리 거리두기 시대라도 외로워서는 곤란하다. 초연결 시대에 연결이 단절된다는 건 아이러니할 뿐이다.

우리 인간이 지금 벌이고 있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진정으로 승리하려면 더욱 강한 유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파편화는 자멸하는 지름길이리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회적’으로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일 뿐이다. 외롭고 지친 우리 모두가 자기자신을 솔직히 드러내고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게 더욱 절실히 필요한 때다.

장원섭 교수(우리대학교 교육과학대학)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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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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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님 2021-03-03 12:14:28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모두 바이러스 전쟁에서 성공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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