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인 매거진부장 (글로벌행정/정외·19)

어릴 적부터 기자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글’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은 나를 꿈꾸게 했다. 

「연세춘추」에서 대학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기사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기자가 되고 나서 깨달았다. 세상을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가장 중요한 행위는 타인을 향한 ‘관심’이라는 것을 말이다. 

스스로를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오만이었다. 그동안 진정으로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설령 관심을 갖더라도 내 주위를 둘러싼 작은 세계였을 뿐이었다. 그런 나에게 우리신문사는 타인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트랜스젠더 이슈에 대해 인터뷰할 때였다. 손희정 문화평론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한국에서 트랜스젠더는 몇 명인지 인구조차 알 수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동안 트랜스젠더가 몇 명인지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인구수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들을 위한 정책이 없다는 의미와도 같다. 트랜스젠더는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인데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나는 소외된 사람들을 생각한다고 말해왔지만, 실제로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문단 내 부조리 문제를 취재하면서는 문학 뒤 가려진 현실에 관심을 갖지 않았음을 반성했다. 문인 사회는 성폭력과 불공정계약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관심을 가졌더라도 잠시 이슈가 됐던 그때뿐이었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인데 말이다.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나는 문학에 위로받으면서, 정작 문학으로 상처받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 인권 동아리를 만났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비장애인으로서 한 번도 고민해본 적 없는 문제를 마주했다. 장애 학생들은 일반 버스를 이용하기 어렵고, 경사로와 가벼운 문이 필요하다. 한 번도 그들의 문제에 대해, 그들의 고민에 대해 함께 고민하지 않았다. 나의 무지에 또 부끄러웠다.

관심은 행동을 유도한다. 관심을 가졌다면 트랜스젠더, 문단 내 부조리 문제로 고통받는 피해자들, 장애인들, 그 외에 수많은 소외된 사람들의 삶이 더 나아졌을지 모른다. 실제로 취재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이 문제들에 관심이 있었다. 관심은 행동으로 이어졌고 세상은 이들에 의해 점점 변화했다. 이들 덕분에 트랜스젠더의 권리 신장을 위한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일부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들이 처벌됐다. 또 캠퍼스 내 저상버스가 도입되거나 무장애 대학을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났다. 긍정적인 움직임들은 모두 ‘관심’이 있기에 가능했다.

취재원들은 “다들 잊고 지내는 줄 알았는데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 말들은 더 큰 울림을 줬다. 「연세춘추」 기자로서의 사명감은 물론, 관심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내 주위의 작은 세계에만 관심이 있던 나는, 내가 속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사회에도 관심을 기울이기로 다시 한번 다짐한다. 작은 관심이 쌓여 행동이 되고, 행동은 분명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글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으니까, 더 중요한 것은 주변에 대한 ‘관심’이라고 믿으니까. 나부터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는다면, 좀 더 포용하는 사회,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혐오가 만연한 사회가 아닌 사랑이 넘치는 사회가 서서히 다가오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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