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노동권 보장’ 의지 없는 대학사회

사립대학에서 장애인 노동자를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사립대학들이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을뿐더러 법으로 강제된 장애인 고용의무마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고용의무제도’가 시행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사립대학들에게 장애인 고용은 여전히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남아있다.

 

사립대학, 돈만 내면 끝?

 

지난 1991년, 취약한 장애인 고용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 고용의무제도’(아래 고용의무제)가 시행됐다. 이에 따라 50명 이상의 상시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일정 비율의 장애인을 채용해야 하고, 100명 이상 규모의 사업주가 이를 불이행할 시엔 ‘장애인고용부담금’(아래 부담금)이 부과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영우 차장은 “고용의무제는 장애인도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평등하게 보장받도록 하기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고용의무제 시행 이후 장애인 고용률과 의무고용 비율 준수 사업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 의무고용제 시행 이후 고용의무사업체의 장애인 고용률은 지난 1991년 0.43%에서 2019년 2.92%로 약 7배가량 상승했다. 또한, 매년 사업장이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장애인 직원 수가 늘어남에도 공공기관은 50% 이상, 민간기업 역시 40%대 이행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사립대학 역시 50명 이상의 상시근로자를 고용한 경우 고용의무제 대상이 된다. 하지만 많은 사립대학은 장애인 의무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2019 사립대학교 장애인 고용현황’(아래 고용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사립대학의 장애인 고용의무 이행률은 29.29%에 불과했다. 사립대학 10곳 중 7곳은 의무고용 비율을 준수하지 않은 셈이다. 이는 2018년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전체 의무고용 이행 비율인 45.5%보다 낮은 수치다.

심지어 단순히 고용의무를 ‘불이행’ 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조차 없었다고 판단된 사립대학들도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27조 및 제29조에 따라 매년 ‘장애인 고용의무를 현저히 불이행하면서 장애인 고용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기관 및 기업’의 명단을 공표한다. 지난 2020년 12월 공표된 명단에는 총 446곳의 민간기업 중 무려 15곳의 사립대학법인이 포함됐다. 상시근로자 100명 이상인 사립대학법인 수가 140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가 넘는 수다. 송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대학이 가진 사회적 책임이 크다”며 “사립대학의 장애인 고용을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고용의무제를 이행하지 못한 사립대학들이 3년간 낸 부담금은 총 955억 원에 달했다. 고용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약 271억 원이었던 납부 총액은 2019년 약 378억 원으로 2년 새 39%나 증가했다. 특히 우리대학교는 그중 12%에 해당하는 122억 원을 내 1위를 기록했다. <관련기사 1865호 6면 ‘장애인고용부담금 1위 불명예, 부끄러운 '연세정신’'>

 

 

장애인 고용 ‘못’ 하나, ‘안’ 하나?

 

하지만 사립대학들도 나름대로 장애인 고용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속사정을 토로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대학이 가지는 특수성에서 비롯된다. 대학은 전체 고용 규모에서 교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지난 2019년 대학교육협의회 통계에 따르면 사립대학에 고용된 총 19만 7천505명 중 교원의 비중은 84.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으로선 일반 직원이 아닌 교원에 대한 수요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학들이 장애인 교원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학사 이상의 학력을 지닌 장애인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력별 인구비율 및 학력별 취업률’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25~64세 나이의 50%가 학사 이상의 학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2017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를 종합하면 비슷한 연령대의 장애인은 23.3%만이 학사 이상의 학력을 보유했다. 장애인이 전체 인구 중 5.05%를 차지한다는 것을 따져봤을 때, 대학이 채용할 수 있는 장애인 교원의 공급이 턱없이 적은 셈이다. 우리대학교 총무처 인사팀 A 직원은 “교원 수요는 높지만 교수 직무에 맞는 장애인을 찾아 고용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장애인을 행정 직원으로 고용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열악한 재정 여건으로 제한된 수의 직원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장애 직원에게 적합한 직무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것이 요지다. 건국대학교 인사팀 B 직원은 “장애의 유형, 종류, 정도가 다르기에 장애 직원에게 적합한 직무를 배정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A 직원 역시 “인원의 여유가 있어 별도의 직무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설사 장애 직원을 적절한 보직에 임명하더라도 순환보직제로 인해 한 직무에만 직원을 배치할 수 없다. 현재 대학 대부분은 순환보직제를 활용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순환보직제란 직원들을 주기적으로 다른 직위나 직급에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A 직원은 “순환보직으로 인해 다방면으로 능숙한 ‘올라운더’가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따라서 장애 직원에게 한 가지 직무만 맡기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다양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전문가는 일부 주장이 변명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충분히 자체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차장은 “장애인 고용률이 13.3%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역시 순환보직제를 운용 중”이라며 “순환보직제 때문에 장애인을 고용하기 어렵다는 논리는 납득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면에는 부담금 납부가 더 경제적이라는 사립대학의 생각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실제 적극적으로 장애인 고용 노력을 다하는 사립대학도 존재한다. 배재대는 지난 2019년 9월 국내 최초로 장애인 고용을 위해 장애인 바리스타 7명으로 구성된 직영커피숍 ‘씨스뿜바’를 개업하는 등 창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불법’ 아니라지만…
사회 전반의 노력 촉구돼

 

사립대학들의 이러한 행태가 불법은 아니다. 부담금만 내면 법적 문제는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은 「고등교육법」 제28조에 따라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 대학이 법적 책임을 넘어 사회적 책임까지 짊어져야 하는 이유다. 중앙대 교육학과 김이경 교수는 “대학의 장애인 고용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지닌다”면서 “능률 추구를 최우선시 하는 사회에서 대학의 장애인 고용은 인권존중사회로 나아가겠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될 수 있으며, 대학사회의 소수자 인식을 변화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립대학에 책임만 요구할 수는 없다. 의무 이행을 위한 지원책 역시 필요하다. 송 의원은 사립대학의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사립대학 정원 및 재정지원 평가항목에 장애인 고용 이행 여부 반영’을 언급한 바 있다. 사립대학들에 ‘당근’과 ‘채찍’을 명확히 제시하자는 것이다. 실제 국립대학들은 지난 2013년부터 장애인 고용실적에 따라 국가 기본경비 예산이 차등 지원되고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 미달대학의 예산을 감액하고 그 재원을 초과달성대학에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국립대학은 이러한 제도 아래에서 비교적 활발하게 장애인 고용 의무를 준수하고 있다.

한편, 사립대학의 장애인 고용 기피 현상은 우리 사회의 차별적 인식의 연장선이기에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아직 우리 사회는 장애인 고용에 무관심하다. 앞선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기관·기업 명단’에 자산총액 10조 이상의 대기업 15곳이 포함됐고, 심지어 86곳은 10년 연속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이 차장은 “장애인 고용에 있어 장애인들은 업무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공단을 통해 한 번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은 꾸준히 장애인 고용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도 노동자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장애는 취업의 장벽으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노동은 장애인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지만 여전히 차별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이는 진리와 자유의 전당인 대학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장애가 인생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대학사회를 비롯한 사회 전체의 관심과 고민이 필요하다.

 

글 김예서 기자
kimyeseo1@yonsei.ac.kr

그림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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