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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로] 이 시국에 신촌 새내기가 됐어
  • 서혜빈(영문·19)
  • 승인 2020.11.29 22:28
  • 호수 1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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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빈
(영문·19)

아침 10시, 버스를 기다리면서 학교 갈 생각에 설렜다. 누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조용한 신촌이 왜 설레냐고 묻겠지만, 신촌 새내기에게는 이런 신촌도 설레기만 하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이 바뀐 것 같기는 하지만, 내가 꿈꿔왔던 신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신촌을 다녀오는 경험 하나하나가 새롭고 소중하기만 하다.

472번 버스를 타고, 1시간 20분가량 가서 ‘연세로, 문학의 거리’ 정류장에 내렸다. 너무 오래 앉아있어서 그런지 머리가 핑 돌았지만, 드디어 도착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기만 하다. 굴다리를 통과해, X자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학교 정문을 신기하게 쳐다본다. 아직도 이 풍경이 새롭다니, 확실히 신촌 새내기가 맞기는 하나 보다. 백양로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해봤자 대학원생이나 도서관 가는 사람 몇 명만 오고 간다. 한때는 전기 스쿠터를 타고 다닌 학생들도 있다고 하는데, 이제는 조용하기만 하다. 대면 수업이었다면 다음 수업 가느라 백양로를 정신없이 뛰어다녔겠지. 조금 아쉽기도 하면서, 정신없이 다녔을 생각을 하니 비대면 수업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원래는 중앙도서관을 갈 계획이었지만, 우선 들려야 하는 곳이 있었다. 바로 학생회관 앞 고양이, 레옹의 집이었다. 예전에 몇 번 보러 왔을 때는 비어있었는데, 오늘은 레옹이가 집 앞에 앉아있었다. 말로만 듣던 ‘대학교 냥이’를 직접 봐서 행복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라도 레옹이 놀라거나, 레옹이가 불편해할 만한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천히 다가가자,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레옹은 뒤돌았었다. 나는 곧바로 몸이 굳었지만, 레옹은 내게 다가와서 야옹거렸다. 그래서 쪼그려 앉아 레옹이의 머리를 조심히 쓰다듬어 주고, 등도 쓰다듬어 주었다.

다시 일어나 중앙도서관 쪽으로 걸어갔다. 예전에 책을 빌리려다 학술정보원에서 헤매다가 찾은 곳이었는데, 거기서는 에세이가 잘 적힐 것 같았다. 같은 자리에 앉으셨던 선배님과 교수님을 떠올리면, 세대에 걸쳐 쌓인 지식과 경험이 느껴지는 자리여서 그런 것 같다. 오늘은 어디에서 일할까 고민하다가 오른쪽 위에 컴퓨터 좌석이 보였다. 거기서 노트북을 꺼내 자리를 잡고, 중간고사 대체 과제 파일을 열었다. 오늘치 작업을 마친 후, 책을 빌리기 위해 인문사회참고자료실로 갔다. 계단 문을 열면, 줄줄이 나열되는 서가들에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한글로 된 책들도 많지만, 영어만이 아니라 불어와 독일어 등 외국어로 적힌 교재와 원문들이 선반 단위로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만 허락했다면, 거기에 앉아 밤새도록 원하는 책을 가져와서 읽고 싶다. 항상 24시간 열람실을 밤새도록 사용하고 싶었는데, 코로나19로 도서관 이용 시간이 단축돼 마음이 아프다.

이제 남은 시간은 중앙다도동아리 ‘관설차회’ 동아리방에서 지내기로 했다. 학생회관 쪽으로 건너가, 고양이 집을 잠깐 들린 다음(이 시간대면 보통 비어있지만, 확인은 꼭 한다), 대강당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갔다. 헐떡이면서 동아리방 문 앞에 서자, 오늘도 동아리방 비밀번호를 까먹은 것을 깨달았다. 확실히 신촌에 몇 번 오지 못한 것처럼, 많이 서툰 것 같다. 동아리방에 들어가서 바로 바닥 히터를 켰다. 차가운 가을 날씨에, 따뜻한 바닥 위에 앉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 바닥에 있는 전기 포트에 전원을 켠 후, 물이 끓는 사이에 차와 다기를 골랐다. 항상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마셨는데, 이렇게 다도 동아리에서 차를 마시니 새롭고 놀라웠다. 다 끓은 물은 개완에 부어 차를 우린다. 아직은 서툴러서 손을 몇 번 데였지만, 이만큼 힐링되고 행복할 때가 없는 것 같다.

곧 1~2명이 와서, 서로 차를 우려주면서 얘기하거나 차 마시면서 학교 수업을 듣겠지. 그나마 여기서 동기도 만나고, 선배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됐다. 이 시국에 신촌 새내기가 되면서 서러운 점도 많았지만, 이렇게라도 신촌을 즐길 수 있어서 기쁠 따름이다.

서혜빈(영문·19)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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