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후반 세계를 혼란스럽게 했던 미국 대선이 정리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고, 선거 부정을 빌미로 패배를 수용하지 않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정권 이양을 시작했다. 바이든 정부는 약 반년 정도의 전략적 전열 정비 이후 본격적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외교정책의 조정과 변화를 강력하게 추진할 전망이다. 이러한 외교 전략적·정책적 변화는 세계의 주요 갈등 및 협력 이슈들이 다시 한번 요동치는 계기가 될 것이고 한국과 연관된 다양한 역학 관계들도 예외가 아니다.

변하지 않는 가장 상위의 국제정치적, 국제경제적 구조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다. 트럼프 정부 하에서 여당인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이 초당적으로 합의하고 지지한 유일한 정책이 대중국 억제 전략과 이에 따른 무역, 기술, 군사 정책들이었다. 바이든 정부는 이를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다자주의를 기반으로 확대 재생산할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외교적 움직임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 세계 대상의 기존 전략을 수정 및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초강대국 외교 환경의 연속성과 그로 인한 역설적인 미·중 대결 구조의 고착화와 심화는 한국에 상당한 과제를 부여한다. 크게 세 갈래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가장 큰 현안인 북핵·북한 문제에 중재자로서 트럼프 정부의 탑다운 방식을 활용한 북미대화의 제한적 성과 계승이 난망하다. 둘째, 혁신적 ICT 기술혁명 패권 경쟁의 확산으로 인한 지속적인 경제 성장 리스크도 확대된다. 셋째, 바이든 신정부의 핵심 아젠다인 기후변화, 친환경 산업 주도의 경제 전략에 소위 기후악당으로 지목되는 한국의 부담이 가중된다.

북핵 문제는 1년여의 임기가 남은 현 문재인 정부와 그다음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분간 악화를 막는 현상 유지 전략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기술혁명 패권 경쟁에 대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대응은 상당히 능동적이며 기초 과학기술 강화 및 소위 소부장 산업 강화라는 기본에 충실한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기후변화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은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을 넘어, 전력 중심의 자원 소모형·에너지 과소비형 경제를 실질적인 산업·소비 구조의 급격한 진화를 통해 순환경제형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이러한 대응은 미국의 신 바이든 정부의 개막과 동시에 닥칠 통상, 기술, 환경, 안보 전략을 한국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초로 기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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