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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적] 한국 사회에서 희귀난치병 환자로 살아간다는 건12월의 독립서적, 『내 하루는 네 시간』
  • 송정인 기자
  • 승인 2020.11.29 21:51
  • 호수 62
  • 댓글 0

나는 과연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내 하루는 네 시간』의 프롤로그 문장이다. 이 문장은 할머니가 된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이 아님을 알려준다. 『내 하루는 네 시간』은 희우 작가의 ‘루푸스신염*’ 투병기다. 네 시간이 지나면 체력이 방전되는 난치병 환자의 고달픈 삶이 책 제목에 드러나 있다. 작가가 투병하며 느낀 감정과 희귀난치병 환자로 마주한 한국 사회의 모습이 담겨있다. 희우 작가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아픈 몸’으로 살아가기 힘든 곳이다. 실제로 그는 아파 보인다는 이유로 사람들로부터 의심과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희우는 병과 함께 살아가는 삶도 가치 있다며 자신을 긍정한다.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희우의 병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작됐다. 어느 날부터 손가락이 아프고, 머리카락이 빠졌다. 검사 결과 루푸스신염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뉴스로만 접하던 불치병이 자신의 이야기가 된 것이다. 처방받은 스테로이드 주사의 부작용은 컸다. 얼굴이 붓고 볼은 발개졌다. 그러나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학교 친구, 선배, 선생님 등은 얼굴이 부은 희우를 알아보지 못했다. 어색한 반응과 외면이 반복되자 희우는 인사를 건네는 일을 그만뒀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희우는 이방인이 된 것만 같다고 느꼈다. 희우의 달라진 얼굴이 성형 부작용 때문이라는 악의적인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희우는 그렇게 학교에서 자신의 책상을 벗어나지 않는 외톨이가 됐다.

원하던 대학 진학에 성공했어도 희우는 행복하지 않았다. 투병하며 얻은 만성피로는 스스로를 보잘 것 없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아프다는 핑계로 요령을 피운다는 오해도 받았다. 이러한 시선들은 학업성취에 대한 강박으로 이어졌고 결국 병세가 악화돼 복막 투석까지 하게 됐다. 희우는 가족의 앞날을 가로막는 짐 덩어리가 된 것만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희우는 아프기만 한 인생이 어떤 가치가 있을지 고민한다.

그런 희우에게 힘이 돼준 존재는 가족이었다. 희우는 모두에게 가난이나 불화 등 인생의 걸림돌이 존재한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위로를 얻는다. 그동안 희우는 갑자기 닥친 원인불명의 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이유를 물었다.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 학업성취에 집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엄마의 말을 듣는 순간 희우는 이유를 묻는 일을 멈출 수 있었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고통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일도 가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깨달음 속에서 희우는 자신을 돌보기 시작한다. 글을 쓰고, 음식과 음악 취향을 만들어가고, 전공서가 아닌 책을 읽었다. 비로소 희우는 현재 누릴 수 있는 행복과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아픈 몸을 이끌고 학교에 갔을 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며 희우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부은 얼굴이 성형 중독 때문이라는 소문을 들은 희우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건강 때문에 원하던 대학 생활을 마음껏 못 하는 희우의 심정은 어땠을까. 우리 사회는 건강한 몸을 ‘정상’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희우의 엄마가 건넨 말처럼 가난, 불화, 질병 등의 걸림돌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끊임없이 헤아려야 한다.

책의 에필로그에서 희우는 대체로 편안한 시간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현재를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불치병 환자의 이 같은 고백은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되새기게 한다.

*루푸스신염: 신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는 병이다. 관절, 폐, 심장, 혈관 관련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글 송정인 기자
haha2388@yonsei.ac.kr

<자료사진 이후북스>

송정인 기자  haha238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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