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로그, 왓츠 인 마이 백…’ 다양한 삶 탐색하는 MZ세대

“문구점 사장님 가방엔 뭐가 들어 있을까?”

 

기성세대가 보기에 “그게 왜 궁금해?”라고 할 법한 질문이다. 그러나 MZ세대는 문구점 사장님의 가방 속이 궁금하다. 비단 ‘문구점 사장님 가방’만 궁금한 것은 아니다. 패션 디자이너의 가방, 취준생의 가방, 초등학교 교사의 가방 등 질문 속 가방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무궁무진하다. 가방 속 물건들을 소개하는 ‘왓츠 인 마이 백’ 콘텐츠가 MZ세대에게 각광받고 있다. 일상을 함께하는 ‘브이로그’ 열풍에 이어 내밀한 공간인 가방 속을 소개하는 영상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더해 자신의 책상 위를 보여주는 ‘왓츠 온 마이 데스크’까지 등장했다. 타인의 삶을 탐색하는 콘텐츠에 MZ세대가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방의 주인, 당신이 궁금하다

 

일상을 공유하는 콘텐츠의 인기는 다양한 삶을 탐색하는 MZ세대의 특징을 보여준다. 20대 전문 연구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발행한 MZ세대 분석서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0』은 MZ세대의 특징을 ‘다만추’라는 키워드로 표현했다. ‘다만추’란 ‘다양한 삶과의 만남을 추구하는 세대’의 줄임말로, 새로운 삶들을 접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MZ세대의 모습을 응축한 단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박재항 고문에 따르면, 이러한 ‘다만추’의 특성이 드러나는 곳이 유튜브다. 박 고문은 “유튜브 속 브이로그, 왓츠 인 마이 백, 왓츠 온 마이 데스크의 유행은 새로운 삶을 만나고자 하는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한다”며 “MZ세대는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서도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추구한다”고 전했다.

MZ세대가 원하는 것은 ‘다양한’ 타인의 일상이다. 화려한 연예인의 삶만이 궁금증의 대상이었던 과거와 달리, MZ세대는 다양한 타인의 일상을 탐색한다. 이는 저마다 다른 특색을 가진 일상을 보여주는 브이로그들을 통해 알 수 있다. MZ세대는 승무원, 교생, 변호사 브이로그 등 다양한 직업의 일상 영상을 즐겨본다. 또 뉴욕 워킹 홀리데이, 중국 교환 학생, 프랑스 유학 브이로그 등 다른 문화권의 생활을 공유한다. 이들은 퇴사 일기, 투병 생활 등 다양한 상황을 풀어내기도 한다. 이처럼 브이로그는 다양한 삶과 만나고자 하는 MZ세대의 욕구를 충족하기 최적화된 콘텐츠다. 대학생 구가람(22)씨는 평소 여러 종류의 브이로그를 즐겨본다. 구씨는 “직장인 브이로그, 알바 브이로그를 재밌게 본다”며 “나와 다른 사람의 삶이 궁금하다”고 전했다.

‘왓츠 인 마이 백’ 또한 마찬가지다. 가방을 통해 가방 주인의 삶을 들여다본다. 가방 속 틈틈이 읽기 위해 챙겨 다니는 책 한 권, 특이한 향의 핸드크림은 주인의 취향을 오롯이 반영한다. 이모티콘 작가의 작업용 태블릿과 프리랜서 강사의 접이식 키보드에는 직업과 연관된 일상이 투영돼있다. ‘왓츠 온 마이 데스크’에서 보여주는 책상 서랍 속 간식, 메모지, 필기구에도 책상 주인의 삶이 담겨 있다. 대학생 정모(22)씨도 이러한 이유에서 평소 왓츠 인 마이 백과 왓츠 온 마이 데스크를 즐겨 본다. 정씨는 “완벽하게 같은 삶은 없어서 왓츠 인 마이 백을 보며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며 “직업과 관련된 아이템들을 보며 그 직업에 대해 파악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양한 삶, 왜 궁금해?

 

MZ세대가 SNS 영상 콘텐츠를 통한 다양한 삶과의 접촉을 중시한다는 점은 연구를 통해서도 증명됐다. 유튜브 브이로그 이용자 특성을 분석한 가천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이장석 교수는 “MZ세대의 ‘개방성’이 브이로그 콘텐츠 이용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MZ세대의 개방성과 유튜브 브이로그 이용 간의 관계를 측정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MZ세대는 ‘나는 브이로그를 통한 새로운 간접경험을 좋아한다’, ‘나는 브이로그 속 브이로거의 생각이나 가치관 듣는 것을 좋아한다’ 등의 문항에서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이어 이 교수는 “설문대상인 MZ세대는 브이로그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중시한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왓츠 인 마이 백, 왓츠 온 마이 데스크도 브이로그와 같이 개인의 삶을 담는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왜 MZ세대는 다양한 삶을 만나고자 하는 것일까. MZ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개인’의 영향력과 개성을 높이 평가한다. 박 고문은 “‘자신의 작은 행동이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MZ세대의 의식에서 ‘다만추’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다”며 “MZ세대가 동물복지, 환경 문제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에서도 행동의 영향력을 크게 평가하는 그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의식은 일반적인 개인의 삶을 특별하고 매력적이라 받아들이게 한다. 박 고문은 “MZ세대는 다양한 삶을 만나면서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관계를 만들기 위해 도모한다”고 덧붙였다.

‘다만추’ 특성에는 사회적 요인의 영향도 있다. ‘다만추’ 세대의 등장은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것과 연관이 있다. 박 고문은 “MZ세대는 개인적 흥미를 떠나 일자리를 잡기 위해서도 다양한 삶을 만날 필요가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MZ세대는 ‘N잡러’가 돼야 하며, 변화된 상황 속 유동적인 맞춤 능력을 갖춰야 한다. 다양한 삶과 접촉하는 것은 MZ세대에게 필수 요건이 됐다.

 

이처럼 브이로그, 왓츠 인 마이 백, 왓츠 온 마이 데스크 열풍 속엔 ‘다만추’ 특성을 지닌 MZ세대가 있다. ‘다만추’가 의미 있는 이유는 다양한 삶과 접촉하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넓혀갈 수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는 타인의 삶에 대해 옳고 그름을 평가하기보단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자신만의 ‘마이웨이’를 찾아간다. 각자의 일상을 공유하는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은 더 다양하고 새로운 길을 걸어갈 MZ세대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글 이연수 기자
hamtor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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