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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다양한 ‘국방색’이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군대와 소수자 인권은 공존 가능한가
  • 김서하 이연수 기자
  • 승인 2020.11.29 21:53
  • 호수 62
  • 댓글 0

‘군대’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마 위계적이고 획일적인 분위기가 떠오를 것입니다. 군대는 모두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 곳입니다. 군대에서 개개인은 고유의 색깔을 잃은 채 하나의 기준을 강요받습니다. 다양성이 없는 ‘무채색’의 군대, 이대로 괜찮을까요.

다양성의 사각지대에 놓인 군대

‘다양성’은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양성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17년에 발행한 ‘문화다양성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해 응답자의 76.1%가 ‘동의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은 “한국 사회에 다양성의 정의가 제대로 정립돼있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단순히 이질적인 요소들이 섞여 있는 모습을 다양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죠. 김 소장은 다양성을 “사회적 정체성에 따라 교차하는 권력을 이해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인종, 민족, 성별, 성적 지향, 장애 등의 각기 다른 사회적 정체성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양성이 사회의 표준이 되고 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군대’가 대표적입니다. 청년 성소수자 인권 단체 ‘다움’의 정성조 활동가는 군대를 “다른 사회 조직보다 초(超)남성적인 공간”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생물학적 남성성을 획일적 기준으로 내세우고,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비정상으로 간주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인종, 민족, 성적 지향 등의 다양한 맥락을 무시하고 ‘전통적인 한국 남성’을 규정해온 요소인 혈통 및 성별 정체성만 강조한다는 것이죠. 이에 따라 한국인으로서의 뿌리와 남성성을 갖추지 못한 장병은 군대에서 차별을 겪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성소수자 군인이 대표적입니다. 지난 2019년에 발행된 국제 앰네스티 보고서「침묵 속의 복무」에 따르면 전통적인 성별 규범을 따르지 않는 군인들은 괴롭힘과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에 직면합니다. 지난 2017, 2018년에 발생한 동성애자 군인 색출 사건은 군 조직의 성소수자 차별적 시선을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당시 군 당국은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관계를 형사 처벌하려 했고, 디지털 포렌식을 활용한 수사로 동성애자 장병들의 사생활을 침해했습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다른 동성애자 군인을 지목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사건 발생 후 수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정 활동가는 “당시 문제가 됐던 강압적 함정 수사 방식은 이전부터 반복된 문제”라며 “제도적 개선을 요구했지만 변화한 부분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월에 있었던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 강제 전역 사건은 여전히 ‘생물학적 남성’이라는 규범이 군대 내에서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문화 장병에 대한 우려도 존재합니다. 오는 2025년부터 연평균 8천여 명의 다문화 가정 청년이 입대할 예정이지만, 지금의 군대 문화에서 이들이 군복무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간담회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 시민 패널로 참석한 이슬람 출신 다문화 가정 부모는 두 아들이 무슬림에 대한 편견으로 군대에서 차별받을까 봐 우려된다고 털어놨습니다. 부산외대 사회복지학과 이윤수 교수는 “군대는 학교와 사회의 연장선”이라며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다문화 장병들이 군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지는 소수자 차별,
원인은 제도와 교육 미비

대한민국은 징병제 국가입니다. 남성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하죠. 그러나 군대라는 울타리는 모든 장병을 평등하게 보호할 만큼 튼튼하지 않습니다. 소수자 차별을 방지할 군대 내 규정과 교육 프로그램은 미비한 상태입니다.

실제로 현행 성소수자 관련 군 규정은 차별의 소지가 많습니다. 「부대관리훈령」(아래 훈령) 제7장 ‘동성애자 병사의 복무’와 「군형법」 제92조의6이 대표적입니다. 이 훈령은 동성애자 장병의 원만한 군 생활을 위해 제정됐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동성애자 병사를 도움·배려 병사로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성소수자 병사를 문제적인 병사로 지정한다는 점에서 차별적입니다. 군형법 제92조의6도 문제입니다. 동성 간 성관계를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이 규정에 대해 수차례의 위헌 소송과 UN의 폐지 권고가 있었지만, 제도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흡한 인권 교육 프로그램은 문제를 심화시킵니다. 훈령 제7장에 따르면, 장병 인권교육에 ‘성소수자 인권보호’ 내용이 포함돼야 합니다. 그러나 군 내에서 성소수자 관련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 활동가는 “군 차원에서 진행된 성소수자 인권 프로그램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월 제대한 김모(22)씨 또한 “군 복무 중 성소수자 인권보호 교육은 받아본 적 없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침묵 속의 복무」에 인용된 동성애자 병사들의 피해사례 역시 훈령 제정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훈령의 제정 효과가 미비한 것입니다.

다문화장병에 대한 인권 보호 규정도 모호합니다. 훈령 제3장 ‘다문화장병의 복무’에서는 다문화장병에게 원활한 복무요건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다문화장병 개인의 맥락이 저마다 다양해 포괄적인 규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교수는 “다문화 청년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개인별로 가정, 사회 등의 배경이 다르다”며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서 자라온 청년이 있는 반면, 성장 과정 중 한국에 들어와 적응하지 못한 청년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소수 종교 활동, 급식 식단 등에서의 맞춤형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훈령의 선언적 규정을 넘어선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병뿐 아니라 지휘관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인권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성소수자 인권 프로그램, 다문화 수용성 교육과 관련된 훈령은 지휘관을 교육의 주체로 상정합니다. 그러나 정 활동가는 “병영문화를 조성할 책임이 있는 지휘관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장병의 인적사항과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지휘관의 역할을 고려한 인권 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장병의 개성이 보장되는 군대 문화 정착해야”
vs “군대는 그럴 수 없는 조직”

모두를 위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장병 개인에 대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동성애자 병사’, ‘다문화 장병’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군대 내 소수자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소수자 문제가 거론되지 않는 집단이 이상적”이라며 “개개인의 욕구와 고충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김 소장 또한 “군대 내 소수자를 위한 특별한 정책을 만드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정체성이 아닌 업무 적합성을 논의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군대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용인대 군사학과 김의식 교수는 “군대는 군대다워야 한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장병 간 위화감을 없애고, 상명하복을 통한 전투력 유지를 위해 군대 내 획일성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장병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개개인마다 다른 조치가 취해진다면 작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채식주의 장병에게 채식을, 이슬람 장병에게 할랄 음식을 제공하는 상황이 그 예입니다. 김 교수는 “특정 장병에 대한 별도의 조치를 다른 장병들은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이는 전우애 상실로 이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획일성과 전우애가 사라지면 군 기강이 해이해질 위험성도 있습니다. 김 교수는 “장병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부여하면 전투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주장은 사회에서의 인권 기준을 군 조직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생각에 기반합니다. 김 교수는 “군대에서의 권리 보장 문제를 다룰 때는 군 조직의 특수성에 따른 권리 제한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양성의 군대로 일컬어지며 다문화 군대의 모델로 제시되고 있는 미군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군에서 복무한 적이 있는 김 교수는 “미군은 다양한 정체성이 공존하지만 그만큼 군의 기강이 확립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상명하복과 권리의 제한이라는 단단한 기반이 군대 내 다양성을 가능하게 한다는 주장입니다.

개개인의 정체성이 군대 내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군대의 특수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군대에서 다채로운 개인들을 존중하는 문제는 단순히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당위적 접근만으론 이룰 수 없어 보입니다. 전투력을 유지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군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글 김서하 기자
seoha0313@yonsei.ac.kr

이연수 기자
hamtory@yonsei.ac.kr

김서하 이연수 기자  hamtor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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