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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③] ‘불공정’에 대한 합의, 공정 사회를 위한 첫걸음『공정하지 않다』의 저자 조윤호 작가를 만나다
  • 김서하 기자
  • 승인 2020.11.29 21:56
  • 호수 62
  • 댓글 0

공정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이뤄져 왔지만, 모두가 동의할 만한 기준을 찾긴 힘들다. 이에 ‘공정’이 아니라 ‘불공정’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조윤호 작가는 저서 『공정하지 않다』를 통해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사회, 돈도 실력인 사회, 바닥은 놔두고 천장만 없애는 사회 등을 불공정 사회로 규정한다. 그리고 공정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불공정함의 요소들을 하나씩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윤호 작가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공정과 불공정에 대해 들어봤다.

▶▶『공정하지 않다』의 저자 조윤호 작가는 공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선 불공정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Q. 저서 『공정하지 않다』를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공정’을 새로운 기준으로 내세워 진보와 보수의 틀을 바꾸고자 했다. 문재인 정부는 10년 만에 다시 집권한 진보 정부다. 특히 촛불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등장했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현 정부가 진보적이라 생각하는 가치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지난 2018년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논란*을 기점으로 이러한 갈등이 반복됐다. 여러 이슈를 지켜보며 향후 우리 사회를 지배할 담론은 ‘공정’이라 생각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을 새롭게 정의하고 싶었다.

Q. 공정에 관한 이슈가 연일 화두다. ‘공정’의 가치가 부각된 배경이 궁금하다.

A. 이전 세대는 불평등을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로 꼽았다. 그러나 지금은 양극화가 심해지며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평등을 따라잡기 힘든 시대가 됐다. 이에 최소한 경쟁 과정에서의 공정함만이라도 온전히 보장하자는 주장이 대두됐다. 특히 오늘날 청년 세대는 노력의 결과에 따라 줄 세워지는 데 익숙한 만큼 공정성에 더욱 민감하다. 이에 더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에 바로 문제를 제기하는 풍토도 생겨났다. 예전에는 불공정하다고 느껴도 개인적 차원에서 불평했지만, 요즘 세대는 국민청원, 집회 등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을 공론화하는 것에 익숙하다. 이로 인해 공정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Q. 공정 담론을 살펴보기에 앞서 청년 세대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 같다. 오늘날 청년 세대의 주요 특징은 무엇인가.

A. 오늘날 청년 세대의 주요 특징은 세대 내 평준화가 이뤄진 것이다. 과거에는 엑셀을 잘 다루는지, 영어 실력이 유창한지 등의 기준을 통해 차별화가 가능했고 이러한 차이에 따른 차등 대우가 당연시됐다. 그러나 현재 청년 세대는 대부분 엑셀도 잘 다루고, 영어도 잘한다. 차이가 작은 만큼 조그마한 룰의 변경에도 결과가 변하기 쉽다. 이것이 청년 세대가 유독 공정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또한 오늘날 청년 세대는 자기편일수록 더 엄격하며 본인들이 제시한 공정의 가치에 부합하는지 직접 심판한다. 진보적 성향의 청년들이 조국 사태에 분노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들과 동일한 가치를 추구한다고 생각했던 진보 정치인이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지지를 철회한 것이다.

Q.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동자 간 연대를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을 노력에 따른 비례의 원칙으로 이해하는 입장에서는 노동자 간 연대의 실현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노력에 대한 보상을 강조하는 비례의 원칙이 연대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 관련 공정 이슈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 청년들이 택배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에 아파하고 분노하는 이유는 열심히 일해 위로 올라가려는 노력이 허망하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지 못한 채 낙오될지 모른다는 공포를 갖고 있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 공감한다. 그렇기에 청년들은 개인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중요시하면서도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동의한다. 연대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대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약자 보호를 통해 누구든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Q. 궁극적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공정’이란 무엇인가.

A. 공정이란 개인의 노력에 따라 제대로 된 보상을 받는 것이다. 내 노력이 내 미래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공정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다. 개인이 노력한 만큼 대우받지 못하게 하는 요인들을 하나씩 없애나가다 보면 공정한 사회가 도래할 수 있을 것이다.

Q. 공정한 사회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공정 담론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공정함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최소한 ‘공정하지 않은 게 무엇인가’에 대해선 합의할 수 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공통의 어려움, 즉 ‘불공정’의 최소 분모를 찾아야 한다. 대다수가 동의하는 불공정함의 기준들을 발견하고 제거하다 보면 공정함에 대한 합의에 다다를 것이다.

Q. 본인이 생각하는 불공정의 최소 분모는 무엇인가.

A. 세습 자본주의다. 앞서 말했듯 노력만으로 내 미래가 바뀔 수 있는지가 공정함의 척도다. 세습 자본주의는 이것을 방해하는 가장 강력한 적이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재력에 따라 자식의 미래가 결정되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최소한 세습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점은 모두 동의할 것이다. 이러한 합의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다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Q. 마지막으로 공정한 사회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를 거쳐 ‘공정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현재 청년 세대의 가치와 신념이 10년, 20년 뒤에는 완전한 주류가 될 것이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청년 개인으로서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논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둘러싼 논란이다. 단일팀을 구성함에 따라 일부 대한민국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잃어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글 김서하 기자
soeha0313@yonsei.ac.kr

사진 홍예진 기자
yeppeujin@yonsei.ac.kr

김서하 기자  seoha031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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