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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관한 학우들의 의견책임없는 자유, 현 언론의 주소
  • 이한나(역사문화·18)
  • 승인 2020.11.23 13:20
  • 호수 1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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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나
(역사문화·18)

지난 9월 23일, 법무부가 징벌적 손해배상제 전면 확대 내용을 담을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언론계를 중심으로 많은 논란이 불거졌다. 언론 보도에 따른 피해와 관련해 언론사의 고의 혹은 중과실이 인정될 경우 실제 손해액의 최대 다섯 배까지 배상하는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다. 아직 법무부가 입법 예고만 했음에도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고있는 사안이다.

현재 대한민국 언론은 손해배상제에 대한 개념이 모호한 상태다. 현재 법안으로는 언론 보도에 따른 피해자가 발생해도, 언론사 측의 사과문과 위로비 정도의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자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다고 해도 유의미한 판결을 받은 판례는 극히 드물다. 책임 없는 자유 속에서 언론은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 11월 19일에 ‘당근마켓 20대女 판매 논란’ 사건만 봐도, 언론의 책임감 없는 보도 형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여성의 사진과 함께 ‘선금 200, 월 50에 절 내놓습니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언론사들은 이를 즉각적으로 보도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만들었다. 보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팩트체크는 물론, 해당 사진을 모자이크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보도했다. 사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언론사는 해당 여성을 비난하는 기사를 집중적으로 보도했으며, 많은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추후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이는 여성의 지인이 한 장난이었으며, 여성은 사진이 공개됨에 따라 회사와 가족, 주변인들에게 험한 소리는 물론, 기사 댓글을 통해 성추행에도 시달렸다고 밝혔다. 언론사의 자유는 보였지만, 그 어떠한 책임감도 보이지 않은 사건이다.

이와 같은 언론사의 무분별한 보도에 따른 피해자는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사의 책임은 그저 가벼운 사과문과 위로금 정도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언론사의 자유만 보장한 채 그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기에 발생한 일이다. 언론사가 지니는 영향력과 그 자유에 합당한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언론사는 엄연한 상법상의 ‘회사’다. 이윤을 추구하고,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인 수많은 회사와 다를 것 없는 회사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언론사의 제품은 보도 기사이고, 독자들은 이를 읽고 소비한다. 기사에 담긴 내용 때문에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회사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제품을 통해 개인이 피해를 겪었음에도, 피해 보상을 해야 하는 법안이 없다는 것은 모순이다. ‘언론사’라는 이름의 회사도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상품에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해당 상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은 모든 피해에 대한 배상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기자가 가짜 뉴스인 점을 알고도 보도하거나, 제대로 된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채 보도한 피해에 따른 배상이다. 엄연히 기자와 언론사의 잘못에서 비롯된 피해만을 배상하라는 것이다. 기자가 자신의 취재에 깊이를 담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쓰고 보도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보도에 대해서만 그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이다. 이 정도의 책임감은 언론사가 당연히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법 개정안에서도 알 수 있듯, 단순한 손해 배상이 아닌 ‘징벌적’ 손해 배상이다. 보도를 통한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언론사를 징벌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그 피해를 배상해주는 의의도 있지만, 언론사가 이와 같은 잘못을 반복해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만들어내지 않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섯 배의 손해 배상이라는 금액 또한 적은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언론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이며 금전적 손해 배상만큼 두려운 것은 없을 것이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언론사가 보도의 자유를 논하기 이전에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피해자를 만드는 기사가 아닌, 사회의 피해자들을 위하는 기사가 나오길 바란다.

이한나(역사문화·18)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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