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 속 심리방역체계 중요성 강조돼

“나만 우울하고 답답해?” 최근 들어 학내 커뮤니티에는 이와 같은 글이 심심찮게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2030 청년층을 중심으로 ‘코로나 우울’이 바이러스처럼 퍼져가고 있다. 이에 물리적 방역뿐 아니라 심리적 어려움에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나브로 퍼져가는 마음의 병
‘코로나 우울’

 

코로나 우울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발생하는 ▲우울감 ▲불안감 ▲스트레스 등의 심리적·신체적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직접적 공포뿐 아니라 일상에서 겪는 제약으로 인한 우울감을 포함한다. 코로나 우울은 사회 전반에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 8월 실시한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4명이 코로나 우울을 경험했다고 한다.
 

코로나 우울은 가벼운 우울감을 넘어 극단적 증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이동훈 교수는 “심리적 우울감은 폭력성, 자해, 자살 충동 등 더 심각한 증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정신건강복지센터로 걸려온 자살 예방 상담 전화 건수는 월평균 1만 6천547건으로, 지난 2019년 기준 월평균 9천217건에 비해 78.6% 급증했다.
 

한편, 코로나 우울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 불안과 갈등을 조장한다. 지난 7월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만 19~59세 국내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 같다’는 항목에 응답자의 73.2%의 응답자가 긍정했다. ‘코로나 우울(blue)’을 넘어 ‘코로나 레드(red)’라는 단어까지 등장할 만큼 많은 사람이 일상적 행위에도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지난 8월 진행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느끼는 감정 중 ‘분노’의 비율은 8월 한 달 만에 약 13.8% 증가했다. 특히 방역 지침을 준수하지 않는 ‘방역 민폐족’에 대한 분노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영진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이근배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타인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늘고 있다”며 “내면의 우울이 외부로 표출되면 분노의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학사회에 드리운 먹구름
지쳐가는 청년들

 

온 국민이 코로나 우울과 씨름 중이지만, 청년층은 특히 코로나 우울에 취약하다. 지난 9월 취업포털 ‘알바몬’이 20대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70.9%가 코로나 우울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청년층의 자해 건수도 급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고의적 자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대의 자해 관련 진료 건수는 213건이다. 전년 같은 분기의 118건에 비해 80.5% 증가한 수치다. 이동훈 교수는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층은 코로나 우울에 가장 민감한 세대”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시기이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ECON 18학번 재학생 A씨는 “코로나19 이후 발전하지 못하고 멈춰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청년층이 코로나 우울에 특히 취약한 이유는 이들이 한창 사회 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라는 점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실제로 우리신문사가 지난 8~15일 우리대학교 재학생 5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연세인의 삶’ 설문조사(아래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우울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 이유로 ▲사회적 교류 축소(56.09%) ▲막연한 불안감(34.26%) ▲취업난(4.82%) 등을 꼽았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교류 축소는 청년들이 우울감을 경험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동훈 교수는 “대학생은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발산하는 에너지가 가장 많은 시기”라며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교류 축소로 큰 상실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대학사회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인맥 형성의 기회가 사라졌다”며 “코로나19 이후 알고 지내던 동기들과의 교류도 뜸해졌다”고 털어놨다. 특히 대학 신입생의 경우, 캠퍼스 생활을 즐기지 못했기에 상실감을 크게 경험할 수밖에 없다. 서울예대 김다희(연기·20)씨는 “얼굴과 이름을 아는 동기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수험 생활 내내 기대했던 대학 생활을 즐기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취업을 앞둔 고학년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코로나 우울을 겪는 경우가 많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콜’에 따르면, 코로나 우울을 경험한 대학생 구직자 중 21.7%는 '채용연기·중단으로 인한 불안감'을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는 매출액 상위 400대 기업의 비율은 74.2%다. 동일 기관이 예측한 올해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44.5%로, 근 몇 년간 4년제 대학 졸업자 취업률이 63%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매우 낮다. 코로나19로 채용문이 좁아지자 청년들은 우울증과 무기력감을 호소한다. 현재 명지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취업준비생 B씨(27)는 “코로나19 이후 구직 과정에서 계속해서 서류 탈락을 거치다 보니 자존감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불합격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게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우울, 이제 그만!
심리방역 체계 구축해야

 

이처럼 청년들은 코로나19의 굴레 속에 병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우울을 겪고 있는 청년 중 다수는 이를 극복할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코로나 우울 유경험자의 36.5%는 ‘코로나 우울 극복을 위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일부는 음주와 같은 부적절한 방법으로 우울감을 해소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반면 ‘전문가 및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는다’는 응답은 2.79%에 그쳤다.
 

이에 청년들이 적절한 방식으로 코로나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 당국과 정부가 맞춤형 심리방역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먼저, 청년의 삶과 가장 밀접한 대학 당국이 나서 학생들의 심리 건강을 살필 필요가 있다. 이동훈 교수는 “대학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기적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 심리방역에 나서야 한다”며 “기존에 우울 관련 상담 이력을 보인 학생의 경우, 특히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호남대는 코로나19 관련 심리상담을 위해 ‘호남마음콜’을 운영 중이다. 먼저 1차 전화상담을 진행한 후, 우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학생을 대상으로 2차 화상 상담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한편, 대구한의대는 외부 상담센터와의 협약을 체결해 심리방역 체계를 구축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중요하다. 대학 차원에서 실시하는 심리방역은 대학생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8월부터 부처별로 진행하는 대국민 심리지원과 연계해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전문가의 심층 상담을 지원한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자살 예방 상담 전화 응답률이 36.6%에 그치는 등 코로나 우울에 체계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 우울을 공식 질병으로 인정하여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9월 7일 열린 세종청사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 우울에 새로운 질병분류코드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담당 부처인 통계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WHO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앓는 후유증에 대해서만 질병코드 부여를 검토 중이다. 당시 미래통합당 백종헌 의원은 지난 9월 1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 우울을 공식 질병으로 분류해야 진단기준과 질환 정도를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보다 체계적이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개인과 사회가 함께 노력하지 않는다면 효과적인 심리방역은 어렵다. 이동훈 교수는 “SNS를 줄이고, 가짜뉴스를 멀리하는 등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고, 전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근배 교수는 “코로나 우울은 우리의 힘으로 현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비관에서 비롯한다”며 “코로나19 방역 주도권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상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특정 행동을 금지하기보다 방역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권장하는 표현 지침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코로나19 방역을 주도한다는 사회적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속 사람들의 마음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청년이 삶의 끝자락에 놓여있다. 코로나 우울이 우리 사회를 잠식하지 않도록 효과적 심리방역 체계를 마련해야 할 때다.

 

 

코로나 우울, 함께 이겨내요.

☎ 연세대학교 심리상담센터: 02-2123-6688

☎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 중앙자살예방센터: 02-2203-0053

 
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그림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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