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겨울왕국』를 통한 회피형 인간에 대한 고찰

만나자는 친구 연락이 싫었던 적이 있는가. 몸보다는 마음이 지쳐 나가기 싫었던 순간이 분명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고 피하려는 마음은 어쩌면, 오래전부터 서로의 가시에 찔려서 상처받은 상처 때문일지도 모른다.

 

회피형 인간이
스스로 고립되는 이유는

 

‘고슴도치 딜레마’는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고슴도치에 빗대 관계 형성의 어려움을 설명한 심리용어다. 고슴도치는 기온이 낮아질수록 가까이 모여 체온을 나누는 습성이 있는데, 일정 거리 이상 가까워지면 서로의 가시에 찔려 상처를 받는다. 상처를 피하려고 거리를 둔 고슴도치는 외로움과 추위를 느끼고 다시 다가가야 할지 망설인다. 이처럼 타인과의 친밀감을 원하지만 동시에 상처받기 두려워 거리를 두는 모순적인 심리를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한다. 이때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적정한 거리를 통해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처받기 두려워 차라리 추위를 택하고 마는 고슴도치도 있다.

 

“언니! 같이 눈사람 만들래? …
나 혼자 심심해 … 눈사람 아니어도 좋아”

“저리 가 안나”

 

『겨울왕국』에서 안나는 항상 엘사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지만, 엘사는 안나와의 만남을 거부한다. 어린 시절 실수로 안나에게 마법을 쏜 이후 자책감에 마음의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궁전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는 엘사의 모습은 회피형 인간을 떠올리게 한다.
회피형 인간을 처음 설명한 이는 일본의 심리학자인 오카다 다카시 교수다. 오카다 다카시 교수는 저서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에서 애착성향은 크게 안전형과 불안전형으로 나뉜다고 말했다. 애착 시스템이 균형 있게 기능하는 상태가 안전형이라면, 불안전형인 회피형은 애착 시스템 작동이 억눌린 채 저하된 상태다. 회피형 인간은 친밀한 관계를 거부하는 성향이 강한데, 심한 경우 사회 적응이 힘든 수준에 이른다. 회피형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피형 인간이 되는 대표적인 이유는 유년시절 부모와 관계에서 충족되지 못한 애정 결핍 때문이지만,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회피형 성향을 갖게 된다. 고슴도치가 추위를 피하려 서로에게 다가가지만 가시에 찔려 고립되고, 엘사가 실수로 안나를 다치게 해 회피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엘사는 어느 날 실수로 사람들에게 숨기고 싶었던 능력을 들킨 뒤 도망치듯 성 밖을 떠난다. 도망친 엘사는 더 이상 자신의 능력을 억누르지 않고 감춰왔던 자신의 능력을 펼친다. 이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가 「Let it go」 다.

 

다 잊어, 다 잊어
이제 더 이상 버틸 수도 없어
다 잊어, 다 잊어
뒤돌아서서 문을 닫아 버려

 

노래가 끝난 뒤 엘사가 만든 화려한 얼음 성의 문이 쾅 닫힌다. 이 장면은 엘사가 마음을 닫아버리고 자신을 고립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회피형 인간인 엘사와 대비되는 인간형이 바로 안나다. 안나는 자신을 피하는 엘사에게 끊임없이 다가가고 성을 떠난 엘사를 만나러 찾아간다. 이처럼 관계에 적극적인 안나의 모습은 노래 「Love is open the door」로 나타난다.

 

그댈 만나
처음 느껴보는 특별한 기분
사랑은 열린 문
 지난날 아픔들, 이젠 돌아보지 않을래
너무나 행복해!

 

안나의 모습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이 행복하다고 믿었던 엘사의 모습과 대비된다. 자신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안나는 문을 열고 엘사는 문을 닫았다.

 

자신과 마주하기를 통해
회피형에서 벗어나기

 

다카시 교수는 회피형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회피형 인간이 관계 맺기를 거부하거나 어려워하고, 책임 회피와 같은 행동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회피형 인간은 스스로가 그러한 문제들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불행히 여긴다고 지적한다.
다카시 교수는 회피하는 것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지금까지 피하기만 했던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라 말한다. 『겨울왕국』에서 엘사는 자신을 찾아온 안나의 심장에 의도치 않게 얼음을 쏴 심장에 얼음이 박히게 한다. 안나는 고통에도 피하지 않고 언니를 다시 찾아가 위기에 처한 엘사를 구한다. 엘사는 피하기만 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다가와 준 안나를 껴안고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이때 얼어있던 안나의 심장이 녹게 되고 둘은 행복해진다. 엘사와 안나가 화해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엘사는 회피하던 자신과 화해를 한 것이다. 관계를 회피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 자신의 상처를 마주함으로써 직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고슴도치는 서로의 가시에 찔리는 시행착오를 무수히 겪으며 결국에는 서로에게 적정한 거리를 찾아낸다. 가시에 찔리는 것이 두려워 타인과 거리를 둔다면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서 엘사는 왕국으로 돌아와 능력을 발휘해 모두가 즐겁게 놀 수 있는 스케이트장을 만든다. 한때 자신을 고립시켰던 힘으로 행복과 웃음을 주게 된 셈이다. 회피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처럼 상처받을까 피하기보다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는 것이 필요하다. 타인과 관계하고 싶고, 타인과 사랑을 주고받고 싶은 본연의 감정을 인지하고 적당한 거리를 찾는 것이 어떨까.

 

글 송정인 기자
haha238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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