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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세요프레이밍이 주는 영향력에 대해
  • 조성해 기자
  • 승인 2020.11.16 00:28
  • 호수 1862
  • 댓글 2
▶▶조지 레이코프는 인지적 무의식을 설명하며 우리 일상 속에서 프레임이 가진 영향력을 조명했다.

눈을 감고 천천히 10초를 세 보자. 단, 그 시간 동안 코끼리를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러나 1초를 채 세기도 전에 당신은 필연적으로 코끼리를 떠올릴 것이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코끼리를 떠올린다. 특히 ‘절대’나 ‘무슨 일이 있어도’라는 수식어를 붙여 부정의 어조를 강조할수록 당신은 더욱더 깊이 코끼리 생각에 빠지게 된다.

우리가 코끼리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P. Lakoff)가 정의한 ‘프레임’이란 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구조물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것을 듣고 말하며 생각한다. 이때 프레임은 우리의 삶을 둘러싼 모든 언어에 대해 작용한다. 이는 참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아예 가치 판단이 불가능한 영역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무관하게 우리는 프레임을 거쳐 얻은 세계에 대한 이해를 완벽한 ‘사실’로 받아들인다.

우리는 뇌로 생각한다. 여기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몇몇 정치인들은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도 뇌로 생각한다.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5p

‘우리는 뇌로 생각한다’는 이 간단하고 확실한 명제에 우리가 코끼리를 필연적으로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숨어있다. 모든 사람은 뇌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 뇌가 하는 일의 98%는 의식 수준 아래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무의식 중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조지 레이코프는 이를 ‘인지적 무의식’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대부분의 생각은 의식이 아닌 무의식에서 나오지만 자연스럽게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된다. 이렇게 우리는 사실이 아닌 무의식적 추론, 즉 프레임 내에서 사고하며 살아간다.
다시 코끼리 이야기로 돌아가자.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할 때 이미 우리 뇌에서는 코끼리라는 프레임이 활성화된다. 따라서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고한다는 것, 즉 코끼리를 떠올리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프레임을 인식하고, 또 의식하진 못하지만 각자의 프레임 속에서 세상의 언어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프레이밍, 인지적 무의식의 무서움

이처럼 프레임은 우리의 생각과 삶을 좌우한다. 우리는 매일 다양한 프레임을 담은 매체를 마주하고, 각자만의 프레임을 통해 이를 바라본다. 이 구조물은 무의식적이긴 하나 매우 체계적이어서 종종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1935년 나치당 집권 당시 독일에서 열린 ‘세계에서 가장 게르만스러운 아기 뽑기 대회’가 그 예다. 게르만인이 직접 심사한 대회에서 우승한 아기는 한동안 게르만족의 우월성을 알리는 이미지로 각종 매체에서 소비됐다. 그러나 후에 이 아기가 유대인 혈통임이 밝혀진다. 당시 게르만인들은 왜 유대인 아기를 누구보다 ‘게르만스럽다’고 인식했을까. 그 이유는 전당 대회 이름을 비롯한 미디어 프레이밍에 있다. ‘가장 게르만스러운 아기’라고 규정되는 순간 그들은 사실관계에 대한 의심 없이 독일, 나치, 우월성으로서의 아기의 존재를 무의식적으로 수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은 ‘게르만스럽다’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스스로 그 안에 갇힌 셈이다. 이렇게 한 번 생각의 창틀이 잡히면 그 안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일상에서도 쉽게 프레임의 힘을 체감할 수 있다. 가령 한 대학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교육권 저하의 대책으로 ‘등록금 반환’을 실시한다고 가정하자. 같은 사유로 대응책을 마련한 다른 대학에서는 이에 대해 ‘특별 장학금 지급’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금액과 상관없이 방안의 이름만으로 학생들의 평가는 엇갈릴 것이다. 전자의 경우 당연한 처사로 여겨지지만 후자의 경우 마치 선물이나 혜택처럼 느껴진다. ‘반환’, ‘특별’, ‘지급’ 등의 언어를 인지하는 순간 각 언어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던 프레임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등록금 반환’이라는 말과 ‘재난학기’라는 단어를 붙여 말할 때 이 프레임은 더욱 강력하게 작용한다. 우리는 대응책의 이름을 듣는 순간부터 해당 학기를 ‘재난’으로 인식하고 등록금 ‘반환’을 더욱이 당연하게 생각한다. ‘특수적 상황에 대한 장학금 지급’으로 명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게 인식된다.

그래서 우리에게 ‘프레임을 깨고 사고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긍정의 답을 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인지 과학적으로 코끼리를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깨지 못한다고 갇혀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다면, 코끼리를 떠올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칠 것이 아니라, 상대가 코끼리를 언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식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것이 프레임, 즉 인지적 무의식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의식적’ 사고다.

글 조성해 기자
bodo_soohyang@yonsei.ac.kr

<자료사진 리디북스>

조성해 기자  bodo_soohy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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