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에 의존하는 증세

정민오 (UD·20)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반려동물과 친밀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8년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 수는 약 511만 가구로 추정된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많이 입양하는 것은 많은 이들이 실패할 확률이 적고 진실된 유대관계를 줄 수 있는 대상을 원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보다 더 일찍이 사회 변화를 거친 독일이 반려동물의 권리를 위한 입법에 앞장선다는 것은 이를 증명한다. 독일은 버려지는 반려동물 수를 최소화하고 책임감 있는 양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반려동물 보유세를 지방세로 시행하고 있으며, 반려동물 보유세 찬성론자들은 이 정책이 동물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필자는 반려동물 보유세가 앞선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며, 여러 부작용을 야기하기 때문에 반대한다.

우선 반려동물 보유세는 불투명한 증세를 야기한다. 불투명한 증세란 세금을 부과했을 때 세금 납부자가 납부한 세금이 문제 해결을 위해 올바르게 사용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 누구도 자신의 세금이 원치 않는 곳에 낭비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독일 또한 반려동물 보유세가 일반적인 재원으로써 거둬지기 때문에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2020년 현재에도 ‘개 보유세 및 품종목록의 폐지’라는 제목의 청원이 계속되고 있다. 불투명한 증세가 계속된다면, 국가가 세수를 늘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는 반려동물에게 세금을 거둔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벗기 힘들어진다. 이런 오해에서 벗어나려면, 거둔 세금의 사용처를 추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거나 감사를 거쳐야만 하는데 이는 모두 사회적 비용을 불필요하게 증가시킨다.

또한 증세는 반려동물 시장에 대한 경제적 위축을 불러일으킨다. 위축된 경제로 인해 감소한 총잉여가 거둬들인 세금으로 얻는 사회적 가치보다 현저하게 높다면, 이는 정부의 모호한 개입으로 불필요한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음을 뜻한다. 즉 불투명한 증세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단순히 정부의 수입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에 늘 경계해야 한다.

혹자는 설령 반려동물 보유세가 사회적 비용을 불필요하게 증가시키더라도, 동물의 생명권을 보장하고 선진화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불가피한 것이라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동물의 권리와 관련된 사회단체들과 전문가들은 거의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반려동물 보유세를 찬성한다. 녹색당 동물권위원회는 “반려동물 관련 사회적 비용을 공적으로 마련하는 것은 국가가 반려동물에 관한 문제에 대해 정식으로 개입하고 책임지겠다는 선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만장일치’의 찬성을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그 이유는 농림축산식품부가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통해 밝힌 보유세 사용 방법에 있다. 보유세는 정부가 새로이 발행하는 위원회가 아닌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전문기관, 동물단체 등의 운영비로 활용된다. 반려동물 보유세의 대책으로 동물 병원비 평준화와 동물 의료보험법 제정 등이 있는데, 위 두 정책 모두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책임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동물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반려동물 보유세의 목적을 공유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에 대해 전문단체들이 반려동물 보유세만큼의 관심을 기울였는지는 의심스럽다.

반려동물 보유세 찬성자들은 반려동물 세금을 채택하지 않는다면 유기동물이 급증하고 반려동물의 사회적 위험을 제때 방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반려동물 보유세를 시행하기만 한다면 앞선 문제들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세금을 늘리지 않고도 동물 병원비 평준화와 같은 제도적 개선을 통해 충분히 동물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 또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반려동물이 우리의 인생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인생의 동반자임을 인식하고 그에 맞춰 사회적 편견을 천천히 고쳐 나가는 데 있다. 급한 마음에 확충된 재정만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앞선 생각은 선진화된 사회적 의식을 함양해나가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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