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새벽, 서울 관악구의 한 베이비박스 주변에서 아기가 숨진 채 발견됐다. 친모가 영아를 인근 드럼통 위에 유기해 사망에 이른 것이다. 드럼통 옆에 있던 베이비박스는 사정이 어려워 아기를 키울 수 없는 미혼모를 위해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가 2009년에 설치한 것이다. 폐쇄회로 TV에 찍힌 생모를 본 목사는 아기를 안고 계단을 올라가는 엄마의 모습이 힘들어 보였다면서 베이비박스 사용법을 잘 몰랐던 것 같다고 했다. 엄마가 왜 아기를 버려야 했는지에 대한 사정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에 세상을 떠난 아기는 이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1천802번째 아기였다. 공적기관이 아닌 개인이 설치한 베이비박스에 10여 년간 약 이틀에 한 명씩 아기가 버려진 셈이다. 이는 인권을 최우선으로 삼으려는 나라의 위상에 맞지 않는, 대책이 필요한 일이다.

4일에는 또 지난 10월 병원에서 숨을 거둔 16개월 아기의 사인이 ‘외부 충격에 의한 장 파열’이라는 서울 양천경찰서의 발표가 있었다. 아기를 학대하다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은 입양한 엄마였다. 아기를 키우겠다고 입양해놓고 왜 자신의 아기를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기가 방임과 학대로 숨을 거두어야 하는 건 가슴 아픈 일이자 나라의 손실이기도 하다.

2014년부터 5년간 아동학대로 사망한 9세 이하 어린이는 28명이었고, 그중 태어난 지 1년이 채 되기 전에 떠난 영아가 10명, 만 1세가 8명이었다. 아동학대에 의한 전체 사망자 중 태어난 지 2년이 되기 전에 사망한 아기가 64.3%인 셈이다. 아기는 부모가 마음대로 다루어도 되는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기는 우리가 키워야 할 미래의 자산이자 소중한 생명을 가진 존엄한 존재다. 최근에 세계적으로 나라의 위상이 높아져 가고 있음을 감안하면 학대에 의한 것이든, 잘못된 돌봄으로 인한 것이든 어린 나이에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해 아기가 세상을 떠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아기를 낳지 않아서 인구감소가 사회문제가 되는 현 상황에서, 낳은 아기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건 국가적 손실이자 나라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일이다. 정부의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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