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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태일을 위해전태일 열사 서거 50주기, 우리나라 노동의 현주소
  • 김수빈 정여현 조현준 홍예진 윤수민 홍지영 기자
  • 승인 2020.11.08 20:56
  • 호수 1861
  • 댓글 0

지난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는 온몸에 휘발유를 뒤집어쓴 채 절규하며 분신자살했다. 그가 일하던 평화시장의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14시간씩 노동했다. 당시 노동자 대부분이 13~17세의 어린 여성으로 이들은 초과근무수당도 받지 못하며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렸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은 당시 우리나라 노동 현장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노동자들의 처지는 제자리 걸음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자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2020년 상반기에만 최소 12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이용준(20)씨는 “코로나19로 인해서 생수, 쌀과 같은 생필품 배달 수요가 늘어났다”며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노동 강도에 대한 부담은 단지 택배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근로복지공단이 공개한 뇌심혈관계질병 산재현황 통계에 따르면 과로사로 승인된 노동자는 2016년 150명, 2017년 205명, 2018년 266명, 2019년 29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의 지나친 특권 의식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을’의 위치를 강요받는다. 지난 2015년 발생한 ‘백화점 모녀 갑질 사건’이 대표적이다. 백화점 모녀 고객은 자신들을 ‘VIP’라고 칭하며 주차요원 안내에 불응하고 행패를 부렸다. 이어 2017년에도 서울의 대형 백화점에서 새치기 운전자가 그를 제지하던 주차요원을 차로 깔고 지나가려고 하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다.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신체적 폭력뿐만이 아니다. 감정노동자들은 각종 민원인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폭언에 시달리며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전광역시 노동권익센터가 지난 10월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대전지역 콜센터 노동자 223명 중 56%인 124명은 ‘근무 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마스크를 쓰면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불편하다는 고객들의 불만이 있기 때문이다. ‘갑’들이 당연하다는 듯 요구하는 서비스가 ‘을’들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셈이다.

쉴 시간도 없이 연결되는 얼굴 모르는 사람들과의 통화, 어떤 경우에도 한없이 친절해야 한다는 압박은 콜센터 노동자를 극한으로 내몬다. 지난 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 정부민원안내센터분회 조합원들이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민원안내 콜센터 노동자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적정 콜 수 책정 및 인원 확충 ▲콜센터 상담사 처우 개선 등과 같은 보호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다른 이들을 보살피는 돌봄 노동자들은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있다. 돌봄 노동은 어린이, 장애인, 노인 등 약자 보호를 위해 기본적으로 대면 서비스를 전제로 한다. 그렇기에 돌봄 노동자는 감염병 사태의 최전방에 위치한다. 타인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것 자체가 일인 이들은 스스로의 건강을 보호받기 어렵다. 하지만 돌봄 노동자들은 그나마 일이라도 계속 할 수 있길 바란다. 코로나19의 여파는 그들을 해고, 무급휴직, 연차강요, 페이백(payback)에 시달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돌봄 노동에서는 직접적인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간만 노동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돌봄 노동자들은 관례적으로 행정업무나 운영에 관한 업무 시간을 무료로 일해야 한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5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여전히 일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서 들려오는 노동자들의 고된 업무 강도와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이에 대한 방증이다. 지난 8월 26일, 국회 동의 청원을 시작으로 10만 명의 동의를 얻은 ‘전태일 3법’이 환경노동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해당 법안에는 ▲중대재해 발생 시 원도급 기업 처벌 강화, ▲특수고용직 노조 결성 허용,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등을 담고 있다. 노동자 사망사고 대부분이 기업의 위험관리 부주의와 사고 발생 후 하청과 노동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원청의 무책임한 태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전태일 3법’은 필수적이다.


노동 문제 해결은 양방향의 소통으로부터 이뤄진다. 그러나 국회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하다. 지난 9월 24일, 민주노총이 국회 앞에서 ‘전태일 3법’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300명에게 보낸 질의서 중 돌아온 답변서는 고작 13통에 불과하다. 안전한 노동환경 보장과 중대 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처벌은 ‘과로사회’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이다. ‘전태일 3법’은 오는 12월 19일까지 본회의 상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전태일의 죽음부터 이어져 온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이제 답을 낼 차례다.

①민주노총 농성 현장
②민주노총 농성 현장
③서울 복합물류센터
④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택배 물량
⑤봉제 노동자
⑥전태일기념관에 전시된 재봉틀
⑦주차요원
⑧전태일 50주기 추모문화제
⑨전태일 50주기 추모문화제
⑩전태일이 분신 전 마지막으로 외친 말

김수빈 정여현 조현준 홍예진 윤수민 홍지영 기자
chunchu@yonsei.ac.kr

김수빈 정여현 조현준 홍예진 윤수민 홍지영 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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