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의대생 간 소통을 통한 합의가 필요하다

이승민 (생화학·18)

지난 5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응급실 필수의료 공백 등 의료수급 문제로 인해 불거지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우려를 밝혔다. 국가시험을 치러야 하는 의대생 3천172명 중 2천726명이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 그만큼 의사가 배출되지 않아 공중보건의, 군의관, 응급 의료 인력 등 공급 부족 문제가 도드라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차원의 고민이라는 것을 최근 밝혔다. 매년 3천여 명이 합격하는 의사 국가시험에 올해는 실기시험 응시자가 438명뿐이다 보니, 이들이 다가오는 필기시험에 모두 합격해도 내년에 새로이 배출되는 의료 인력은 기존의 약 7분의 1에 불과하다.

부족한 실질 의료 인력 수급을 위해 시작된 정책 변화가 오히려 당장의 의료인원 감축의 결과를 냈음에도 되려 이에는 귀를 닫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의료부족 및 현직 의료진의 과로 문제가 불거지는 현황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이번 실기시험 무더기 미응시 사태로 인한 인력 공백은 역할 재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며 재응시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시금 의대생들이 국가시험을 거부했던 원초적인 상황을 돌아본다. 의대생들은 지난 9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정책에 반발해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했다. 보건복지부가 시험 시작일을 1주일 연기하고 재신청까지 받았으나 대다수는 응시하지 않았다. 추후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협의를 이뤄냈지만, 이미 시험을 놓친 의대생들은 갈 곳 잃은 오리알 신세가 됐다. 이후 이들을 구제해줘야 한다, 말아야 한다가 주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학생으로서 말한다. 젊고 똑똑한 청년이 자신의 기회를 희생하며 무언가를 위해 항의한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감한 일이다. 이들도 역시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인되는 일종의 파업 형태로 집단의 의견을 호소했다. 의료계 인사들이 우리 사회의 필수적인 톱니바퀴라는 것을 일깨우는 파급적인 형태의 캠페인이었다. 이를 통해 그들은 정책에 대한 집단의 목소리를 내세우고자 했다. 민주주의 속 자연스러운 의견 표출의 한 형태다.

그리고 그들은 어디까지나 총명한 학생 개개인이다. 각종 취업난이 난무하는 과도한 경쟁 사회에서 이들이 한 해를 잃어버리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큰 손실이다. 또한 이들이 시험을 응시하지 못하게 될 경우 많은 의사 국시생들이 2021년 응시로 몰리게 되면서 다음 해 응시에도 혼란이 빚어질 것이 우려된다. 시험이 단순히 한 해가 밀리는 것이 아니라, 그 후년 응시생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코로나19로 상당히 지쳐있는 기존 의료진에게 인턴 인력이 부족한 것 역시 상당한 무리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지도자들은 국민의 여론이 우려돼 재응시 기회를 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 국가의 지도자가 ‘국민의 눈치’를 사유로 행동을 멈추는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수많은 개인의 희생과 전체 의료진의 피해를 정당화할 사유가 무엇일지 감히 질문을 던진다.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의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것 같았음에도 점차 대화의 장이 확대되고 있다. 집단을 막론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의료 인력의 부족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사회를 이끌어갈 청년 개개인들을 위해서 뿐 아니라 공공의 안정과 복지를 위해서.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그리고 의과대 학생들이 사회 전체를 위한 현명한 합의점에 도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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