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 ‘제로’를 의미하는 ‘넷제로’는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가 균형을 이룬 상태를 일컫는다. 이번에 정부의 탄소 중립 선언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18년에 발표한 ‘1.5도 보고서’의 권고를 수용한 조치인데, 본 보고서에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 45% 감축’,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탄소 중립 선언은 자칫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향후 30년간 전년 대비 약 10%씩 온실가스 감축을 이뤄내야 한다. 지난 2019년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처음으로 실현한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도 대비 3.4%만을 감량했을 뿐이다. 감축 목표 대비 1/3 수준이다. 이 정도의 속도로 2050년에 넷제로를 달성하기는 요원하기만 하다. 더욱이 이날 문 대통령은 넷제로 구현의 방편으로 석탄발전 등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8월 발표된 ‘2020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일, 석탄 등 1차 에너지 공급에서 2%에 불과해 36개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갈 길이 너무도 멀다.

압도적 비중을 보이는 화석연료를 짧은 시간 내에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면 우리 사회 전체의 대전환이 필요한데, 그 비용 역시 천문학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타 선진국에 비해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등 탄소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 이들 업종의 저탄소 전환비용이 최소 4백조 원에 달한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또한 석탄발전과 내연기관차 등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다수의 기업 도산과 실업자 발생은 불 보듯 뻔하다.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석탄발전보다 비싸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전기요금 상승을 감내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켜본 적이 없다. 또한 경제규모에 비해 이산화탄소 감축에 소극적이고, 여전히 신규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으며, 개도국에까지 석탄발전소 건설을 지원하고 있어서 ‘기후 악당’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이번 정부의 넷제로 선언이 또다시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 수립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회 전 분야에 걸친 혁신과 각고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민과 관, 여와 야, 노와 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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