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사회
주식회사 대한민국, 외국인 노예 대모집!인권 무시하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에게 쇠사슬 채우다
  • 고병찬 기자
  • 승인 2020.11.08 21:03
  • 호수 1861
  • 댓글 0

“하루는 삶에 너무도 지쳐서
내가 말했어요
사장님, 당신은 내 굶주림과 결핍을 해결해주셨어요
당신에게 감사드려요
이제는 나를 죽게 해주세요
사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알았어
오늘은 일이 너무 많으니
그 일들을 모두 끝내도록 해라
그리고 내일 죽으렴!”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시집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2020)에 수록된 시 「고용」의 한 대목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에 온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인 ‘사장님’은 죽음조차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신과 같은 존재다. 한국인 고용주가 신처럼 군림할 수 있는 것은 이주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고용허가제’ 때문이다. 오늘도 이주노동자들은 쇠사슬에 묶여 죽음도 미룬 채 일해야 한다.

‘인간’임을 인정받지 못하는 자
‘이주노동자’

「근로기준법」 제6조는 성별, 국적, 신분 등 그 어떠한 이유로도 노동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고용에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2조 역시 ‘사용자는 외국인 근로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하여 처우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낯선 한국 땅에서 각종 차별에 직면한다. 먼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임금 차별이다. 지난 2018년 이주와 인권 연구소의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과 인간다운 삶터를 지키기 위한 실태조사’(아래 실태조사)를 보면 이주노동자들은 평균 주당 54.4시간을 일하고 월급으로 200만 1천79원을 받았다. 당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같은 시간을 일했다면 226만 1천928원을 받았어야 한다. 약 26만 원가량을 덜 받은 것이다.

이들이 힘들게 일한 후 돌아갈 주거공간 역시 열악하다. 한국에 정해진 주거가 없는 이주노동자에게 고용주가 숙식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태조사에서 적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이 국토교통부가 정한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숙소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의 39%는 실내화장실이 없는 숙소에서, 37.9%는 소음, 분진, 냄새 등에 노출된 유해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면서 휴식을 취할 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사업주들은 주거비 명목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요구하거나, 월급에서 차감한다. 실태조사에서 숙소비를 사업주에게 제공한다고 밝힌 이주노동자는 38.4%였다. 이는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주도록 용인하는 역할을 한다. 실태조사를 시행했던 이주와 인권 연구소 이한숙 소장은 “2018년 실태조사 결과지만 얼마 전 실시한 충남지역 실태조사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이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숙소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지난 2019년 고용노동부의 보완 입법이 있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주노동자는 산업재해(아래 산재)의 위험에도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산재 사고로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수는 104명에 달했다. 이는 당시 전체 산재 사고 사망자의 12.16%에 달하는 숫자다. 국내 근로자 수 대비 이주노동자의 수가 1.19%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이주노동자들이 얼마나 위험한 작업에 노출돼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우다야 라이(Udaya Rai)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자주 ‘내가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한다”며 “그만큼 위험한 일을 하며 산재에 노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기본적인 인권마저 유린당한다. 지난 10월 18일 ‘고용허가제 헌법소원 추진모임’이 주최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피해 증언대회’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겪은 다양한 인권유린 사례가 발표됐다. 이 자리에서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A씨는 고용주로부터 폭행과 감금을 당한 경험을 고백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사업장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하자 고용주가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 대부분은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말할 시간도 없고, 문제가 해결될 수 없으리라 생각해 자포자기한 경우가 많다”라며 “드러나지 않은 어려움은 더 많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에게 족쇄 채우는 고용허가제

▶▶지난 10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피해 증언대회에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우다야 라이(Udaya Rai)' 위원장이 발언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이토록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배경엔 ‘고용허가제’가 자리하고 있다.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이동 제한’ 규정은 이주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사업장을 옮기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옮길 수 없으니 이주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문제 있는 사업장에서 같은 문제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고용주들은 이런 처지의 노동자들을 손쉽게 착취한다. 이주노동자들은 그저 운 좋게 좋은 고용주를 만나길 바라야 한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취업하기 위해선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적절한 체류자격을 얻어야 한다. 그 종류는 16가지로 다양한데, 크게 ‘전문인력’과 ‘비전문인력’을 대상으로 한 비자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이주노동자라고 인식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있는 이들은 보통 비전문인력으로서 ‘비전문 취업(E-9)’ 비자를 받고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이다.

비전문인력 중 ▲필리핀 ▲네팔 ▲몽골 등 아시아 16개국 출신 외국인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에 취업한다. 고용허가제는 지난 2004년 도입돼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한 사업장에 외국인을 고용 ▲공공부문이 직접 관리 ▲시장 수요에 맞는 외국인력 선발·도입 ▲외국인 근로자들의 국내 정주화 방지 ▲내국인 근로자와 차별금지 ▲사업장 변경금지를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 제도에 대해 ‘내국인을 구하지 못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사업장에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는 제도’라고 설명한다.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은 단연 ‘사업장 변경 금지 원칙’이다. 국내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는 처음 고용된 기업에서 최소 3년에서 최대 9년 8개월간 일하는 것이 원칙이다. 고용허가제는 기본적으로 한국인 사업주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 이주노동자에게 노동할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 사유가 아닌 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다. 이주노동자가 고용주에게 묶여 차별적이고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쉽사리 저항하지 못하는 이유다.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항의하기 어렵다”며 “고용주들이 사업장 변경 요구를 무시하고 다시 본국으로 돌려보낸다고 협박을 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애초에 사업장 이동이 가능한 사유가 너무 제한적이고, 이동해야 하는 사유를 당사자가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도 자체가 인종차별적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고용허가제가 외국인 중 오직 아시아 16개국 출신 외국인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일자리를 옮기지도 못하는 열악한 고용제도가 특정 국가 출신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8 인종차별보고대회’에서 우리대학교 김현미 교수(사과대‧젠더연구/글로벌라이제이션과 이주)는 “제도적 인종주의는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노동정책 전반에 반영돼 있다”며 “게토화된 직업군에 이주자를 넣고, 이 모든 직종을 단순노무직으로 정의하는 행위는 제도적 인종주의의 예”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국내·외 지적에도
정부는 묵묵부답

이에 국제사회는 단호하게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12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에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여타 법령을 개정해 사업장 변경 제한을 없애고, 근로 감독 강화 등을 통해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노동자 간의 차별에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차 이주 인권가이드라인’을 통해 이주노동자가 공정하고 우호적인 조건에서 노동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정부에 권고하면서 구체적인 핵심 추진과제로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금지 원칙 폐지’를 권고했다.

이주노동인권단체들도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18일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최장 9년 8개월간 자유롭게 직장 이동을 할 수 없는 고용허가제가 강제노동이라는 것이 요지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국내외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가 나오기만 하면 보도자료를 통해 극구 부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근로자에게 추가 취업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취업활동기간 3년 중 3회(재고용 기간 내 2회)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고 있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제도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므로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입장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라이 위원장은 “말로만 3회 변경이 가능한 것이지 사업주의 동의가 없으면 변경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상식 밖의 주장을 하고 있고, 이주노동자들을 자유롭게 해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또한 고용노동부 주장의 모순을 지적한다. 이 소장은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내국인 일자리 보호’와 ‘노동시장 교란 방지’를 내세우고 있다”면서 “하지만 방문취업(H-2) 비자 등과 같은 다른 체류자격의 이주노동자들은 이미 자유롭게 취업 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노동시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합당한 이유가 없는데도 고용허가제가 우리 사회에서 용인되는 이면에는 인종차별적인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가 적극적으로 이주민을 받아들인 이후 이들에 대한 무시, 모욕, 폭력적 공격, 지배는 증가했다”며 “인종차별을 정의하고 줄여나가려는 국가의 노력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시집 『여기는 기계의 도시란다』에는 「외국에 있는 아들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편지」란 제목의 시도 수록돼있다. 이 시의 화자인 네팔 이주노동자의 어머니는 “행복을 찾아 희망을 품고 간 너희들이 왜 시체가 되어서 돌아오는 거니?”라고 묻는다. 이주노동자들은 산재의 위협과 만연한 차별에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시체’와 같은 삶을 살아간다. 고용허가제는 이들에게 시체가 될 것을 명령하는 듯하다. 이 시의 구절을 조금만 바꿔보자, “행복을 찾아 희망을 품고 간 아이들을 왜 시체가 되도록 만드는 것입니까?”

글 고병찬 기자
kbc1986@yonsei.ac.kr
<자료사진 이주노동희망센터>

고병찬 기자  kbc1986@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