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거리’에 코로나19 까지… 마을버스에 닥친 시련들
지난 9월 중순부터 서울시 마을버스에 ‘‘시민의 발’ 마을버스는 더 이상 운행이 어렵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마을버스의 전망이 어두움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대문03 버스에도 현수막이 내걸렸다. 마을버스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마을버스, 시내버스랑은 달라?
신촌역에서부터 우리대학교 정문 앞까지 학생들을 실어 나르는 서대문03. 관심 있게 보지 않으면 그저 ‘300원 저렴한 시내버스’라고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의 운영 체계는 완전히 다르다.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와 달리 마을버스 운영 주체는 민영 회사라는 것이 제일 큰 차이점이다. 마을버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시내버스 등이 운행하기 어려운 곳을 대상으로 승객들을 실어 나른다. 시내버스의 공백을 채우며 시민들을 운송하기에 공공성을 띠지만, 지난 2004년 준공영제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민영업체기에 손실보전 등의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어려움은 통합환승할인제도(아래 환승제도)에서 시작된다. 환승제도 아래서는 승객이 지불한 요금을 교통수단이 나눠 갖게 된다. 가령, 승객이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환승 이용하고 최종적으로 1천200원의 요금을 냈을 때 두 업체는 기본요금의 비율에 따라 이 요금을 배분받는다. 기본요금을 나눠 가져야 하다 보니 환승 승객에게서는 항상 운임료를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 지하철 환승까지 더해지면 마을버스의 몫으로 남는 금액은 더욱 적어진다. 그러나 공기업이 운영하는 지하철, 그리고 준공영제에 따라 할인액의 상당액을 지원받는 시내버스와 달리 마을버스는 환승제도로 인한 손실을 업체가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 <관련기사 1776호 11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마을버스의 진짜 문제’>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 A씨는 “환승제도로 인한 손실까지 지자체가 보전할 의무는 없기에 적자 노선에 대해서만 재정 지원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오르지 않은 기본요금도 마을버스를 힘들게 한다. 서울시 마을버스 운송조합 관계자는 “물가는 올랐는데 버스 요금은 5년 이상 그대로”라며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서울시 버스 성인 요금은 5년째, 청소년 요금은 11년째 오르지 않고 있다. A씨는 “요금 책정은 전체 대중교통 체계 내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시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승객에 늘어가는 한숨
게다가 올해부터 닥쳐온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마을버스 사업자는 직격탄을 맞았다. 마을버스 적자 노선은 지자체로부터 어느 정도 재정 지원을 받는다. 수입이 지원운송원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서울시에서 일정 금액을 보조해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지원운송원가 기준을 낮췄다는 사실이다. 서대문03 버스 노선을 운행하는 연일교통 이용구 상무이사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서울시가 지원운송원가를 종전 47만 원대에서 41만 원대로 낮췄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수 감소로 재정 상태가 악화한 데 이어 지자체의 지원 기준은 더욱 엄격해진 것이다.
서대문03에 한정된 문제도 존재한다. 지난 2014년 1월부터 연세로에서는 ‘차 없는 거리’ 제도가 시행돼 매주 토요일 낮 2시부터 일요일 밤 10시까지 차량이 전면 통제됐다. 2018년부터는 ‘차 없는 거리’ 시작 시간이 금요일 낮 2시로 당겨졌다. 이로 인해 서대문03은 큰 타격을 입었다. 해당 시간대에 승객들을 놓치면서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서대문03을 운행하는 버스 기사 송희주(63)씨는 “금요일 오후부터 연세로를 통과하지 못해 경로가 달라진다”며 “연세대·세브란스병원에 가려는 고객들이 뚝 떨어진다”고 말했다. 매출이 감소하다 보니 회사 측의 걱정도 크다. 이 상무이사는 “금·토·일 모두 통행을 막은 후엔 전체 매출이 1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대학교가 전면 비대면·온라인 강의를 시행하며 등교하는 학생 수가 줄어든 것도 매출 악화에 영향을 줬다.
이 상무이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신촌에 행사가 전혀 열리지 않는 동안만이라도 ‘차 없는 거리’ 정책을 해제하는 것이 매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관해 지자체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차 없는 거리’ 담당자인 서대문구 교통행정과 교통시설팀 윤현구 주무관은 “‘차 없는 거리’가 보행 환경을 위한 것인 만큼, 현재로서는 변경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차 없는 거리’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의 부담은 다시 기사들에게 전가된다. 이 상무이사는 “승객 수와 매출이 줄어 어쩔 수 없이 차량 운행을 줄였다”며 “차량 운행이 줄어든 만큼 기사들 임금도 협의 하에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서대문03은 기존 12대에서 3대가 운행을 중단한 상태다. 나아질 것 없이 나빠지기만 하는 상황에 버스 회사도, 기사도 걱정이 태산이다. 서대문03 버스를 운행하는 기사 김선욱(71)씨는 “4개월 전부터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임금을 한 번에 받지 못하고 나눠 받았다”며 “아직 임금이 체불된 적은 없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대문03 버스는 신촌역에서 학교로 향하는 우리대학교 학생들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한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는 지하철·시내버스 막차가 끊어진 시간에도 귀가할 수 있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시련을 겪으며 운행이 어려운 상태다. ‘연세인의 발’ 마을버스는 계속 우리 곁을 지킬 수 있을까.
*준공영제 협약 : 지난 2004년, 시내버스 업체 간 과도한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버스 운영에 효율과 공공성을 모두 챙기기 위해 도입된 제도. 지자체가 노선 운영에 대한 권한을 갖되 수익금은 운영 실적에 따라 버스회사에 배분한다. 특히 적자분에 대해서는 지자체에서 전액 보전한다.
글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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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윤수민 기자
suminyoon1222@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