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의 시니어 모델 김칠두가 전하는 이야기

우리 사회에서 그려지는 노년층의 모습은 ‘도전’ 혹은 ‘꿈’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에 당당히 맞선 이가 있다. 김칠두 모델은 64세에 데뷔해 모델이 젊은 층만의 직업이라는 인식을 깼다. 또한 배우, 유튜버 등의 새로운 도전으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있다. 이에 우리신문사는 김 모델을 만나 그의 끊임없는 도전기에 대해 들어봤다.

 

Q.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모델 활동을 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지 않은가.

A. 요즘은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델업계도 타격을 받아 일이 많이 줄었다. 지난 20일부터 ‘2021 S/S 서울패션위크’가 시작됐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패션쇼가 영상으로 대체됐다. 우리나라 모델이라면 제일 기다리는 큰 행사인 만큼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Q. 데뷔 당시 64세의 나이로 화제를 모았다. 60대에 패션모델로 데뷔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어린 시절 패션모델을 꿈꿨지만, 포기했다. 이후 30년 가까이 순댓국집을 운영했는데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문을 닫게 됐다. 하지만 환갑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직업을 구하기가 녹록지 않았다. 서울의 음식점과 경비업체 등 여러 곳에서 면접을 봤지만 긴 백발의 머리와 수염 탓에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죄송하다’였다. 좌절하고 있던 찰나 딸에게 “이제 아빠가 제일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해보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자 어린 시절 꿈꾸었던 패션모델이 떠올랐다. 딸과 함께 모델학원에 간 이후로 인생이 바뀌었다.

 

Q. 1977년 한양모델선발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다. 결국 40여 년이 흘러 꿈을 이루게 됐는데, 당시 모델을 포기한 이유가 궁금하다.

A. 꿈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삶에 치이다 보니 젊은 날의 꿈보다는 현실이 먼저 다가왔다.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찾다 보니 꿈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Q. 패션모델로 데뷔하기 전에 다양한 일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일들을 했는지 궁금하다.

A.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의상실 점원, 니트 공장 직원, 남대문 옷가게 사장 등의 일자리를 전전했다. 의류와 관계없는 직종인 카세트테이프 수금사원, 나이트클럽 웨이터, 채소 장수, 미니슈퍼 운영 등도 경험했다.

 

Q. 모델 데뷔 전과 후의 주변 반응이 어땠는가.

A. 모델이 되기 전에는 ‘참 별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젊었을 때 눈에 띄는 게 좋아서 흰색이나 화려한 색상의 옷을 많이 입었다. 당시만 해도 그런 색의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드물어서 그런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데뷔 이후에는 친구들이 “너는 언젠가 모델이 될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드디어 찾았구나”, “적성에 맞아 보인다” 등 지인들의 격려와 응원들이 많았다.

 

 

Q. 우리나라 최초의 시니어 모델이다. 10~20대가 주를 이루는 모델업계에서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는 데에 두려움 혹은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A. 시니어 모델을 시작하는 일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첫 관문인 ‘서울패션위크’ 패션쇼 오디션 현장에서 “시니어 모델은 전문 모델이 아니니까 들어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패션업계인 만큼 보이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줄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오디션을 볼 기회조차 얻기 힘들어 회사와 고군분투한 기억이 난다.
데뷔 후에도 나이로 인해 거절당한 일이 많았다. 프로필을 보내면 “나이가 많은 모델은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니어 모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어떻게 입지를 다져왔는지 궁금하다.

A. 다행히 함께 일하고 있는 회사와 고객들이 있는 그대로의 김칠두를 봐줬다. 덕분에 시니어도 사회의 주류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었고, 점차 주위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그렇게 새로운 아이콘이 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젊은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처음 런웨이에서 10대, 20대 초반 동료들을 봤을 때 나이 많은 내가 여기 서 있어도 되는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동료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에 덩달아 열의가 생겼다. 나이는 달라도 실력으로 겨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Q. 패션모델에 이어 연극배우·유튜버·책 발간 등 계속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그 원동력이 무엇인가.

A. ‘내가 어디까지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의 한계에 대한 궁금증이다. 그동안 요식업을 오래 해서 다른 일을 시도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새로운 분야는 늘 도전정신과 모험심을 자극한다. 다음은 어떤 컨셉으로 촬영이 될지 기다리게 된다.

 

Q. 향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A. 현재 목표는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다. 시니어 모델로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를 두지 않고 해외의 패션쇼에 도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대학생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는 말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 당장 앞이 캄캄해도 꿈을 포기하지 마세요. 아무리 오래 걸려도 기회는 결국 꿈을 꾸는 사람에게 옵니다.” 김 모델을 필두로 최순화(78), 문희(74) 등 시니어 모델이 줄지어 탄생했다. 인생의 황혼기라 불리는 노년층이 새로운 도전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것이다. 모델업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노년층의 새로운 길을 터준 그의 앞날을 응원한다.

 

 

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제공 tspmode, 19fw 막시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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