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판을 바꾸는 사람들-③]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신학대생들을 만나다

21세기 사회에서 끊임없이 소외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성소수자’다.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대학사회도 마찬가지다. 특히, 기독교를 기반으로 하는 신학대 내 성소수자 인권 활동은 더욱 어렵다. 『The Y』는 두 곳의 신학대를 찾아 학내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들을 만나봤다.

 

▶▶왼쪽부터 장로회신학대 학생 이창기, 서총명, 김지만씨. 이들은 지난 2018년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무지개색 옷을 입고
다양성 존중 사회를 꿈꿨는데

 

지난 2018년,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에 참석한 장로회신학대(아래 장신대) 학생들이 징계를 받은 사건은 신학대 내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당시 퍼포먼스를 기획했던 장신대 서총명, 이창기, 김지만씨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신학대 내에도 성소수자 지지자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일이 불러온 파장은 컸다. 퍼포먼스가 알려지며 학생들을 향한 성소수자 혐오 세력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쏟아진 것이다. 그러나 장신대 학교 본부는 학생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이에 합세했다. 학교 본부는 해당 학생들에게 정학에까지 이르는 중징계를 내렸다. 학교가 내세운 징계 사유는 수업 방해, 교수 지시 불이행, 불법 집회, 명예훼손 등이었다. 서씨는 “단지 무지개색 옷을 입었을 뿐인데 중징계 처분을 내리는 학교를 납득할 수 없었다”며 “이에 굴복하면 부당한 징계가 반복될 것 같아 학교를 상대로 징계처분 무효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7월까지 이어진 법정공방은 학생들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이들은 퍼포먼스 사건 이후로 학내 성소수자 인권 보호 상황이 더 열악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징계처분이 불합리했다는 점이 법정에서 증명됐음에도 학교 본부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학내 성소수자 인권 활동에 대한 학교 본부의 제약은 더욱 심해졌다. ‘동성애 반대 서약서’를 작성해야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등 반인권적인 제도가 신설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퍼포먼스는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도 끼쳤다. 이씨는 “현재 교계는 동성애 인권 보장과 반대의 과도기적 상황에 있는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교계가 변화하는 긍정적인 시발점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딘가 있을 그들에게 전하는
연대의 목소리

 

한신대 신학대학원 성정의위원회(아래 성정의위원회)도 신학대 내 성소수자 인권 실태가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정의위원회 활동가 남인석씨는 “한신대가 소속된 기독교장로회는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 교단이지만 성소수자 의제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성정의위원회는 이에 맞서 성소수자 인권 활동을 이어왔다. 성정의위원회 활동가 장동원씨는 “대학원 강의나 채플 설교 때 가해지는 성소수자 혐오 발언에 대해 시정, 사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성정의위원회 주관 채플, 성소수자 인권 세미나, 성명서 발표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장씨는 “신학대를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활동의 목적을 설명했다.

하지만 성정의위원회 역시 활동이 쉽지만은 않다. 한신대에서도 장신대와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적이 있다. 지난 2019년 10월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를 초빙한 성정의위원회 주관 채플을 둘러싸고 학교와 마찰을 빚은 것이다. 성정의위원회 활동가 유진우씨는 “교역팀 실장이 성정의위원회 주관 예배를 편향된 예배라고 명명했다”며 “예배 당시 다른 한쪽에서는 예배에 반대하는 기도회가 이뤄졌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이들이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신학대와 교회 내에도 성소수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씨는 “성소수자이자 기독교 신자인 분을 만난 적이 있었다”며 “자기 자신 그대로 교회에 존재하기 위해 성경을 읽고 고민한 흔적을 느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신도들은 교단의 주류 입장에 맞서야 신앙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성소수자 신도들에게 ‘네 편’이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신학대 내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들은 입을 모았다.

 

교회와 성소수자의 공존
할 수 있고, 하고 있으며, 해야 한다

 

신학대의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와 교계 내 성소수자 지지자들에게 가해지는 비판이 있다. 신학대에 입학했고, 교계에 진입했으니 동성애를 금지하는 교리와 총회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8월, 기독교대한감리회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는 인천 퀴어문화 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했다. 성소수자에게 축복을 내린 이 목사의 행위가 교단의 헌법에 어긋난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 목사는 재판에 넘겨졌다. 그리고 지난 10월, 이 목사는 정직 2년 처분을 받았다. 이 목사를 출교시켜야 한다는 어느 목사는 “동성애를 옹호하면서 감리교회 목회자의 신분을 유지할 수 없다”며 “동성애 옹호 활동을 계속한다면 출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서씨 역시 같은 비판에 직면했다. 서씨는 “징계 재심 청구 때 교수진은 성소수자 운동을 하고 싶으면 교단을 떠나라고 했다”고 전했다.

교단 내 정기총회에서는 성소수자를 겨냥한 반인권적인 결의안이 부지기수로 의결된다. 대한예수교장로회는 정기총회에서 동성애 옹호자를 교계에서 배제하고, 직원 채용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 9월에 진행된 총회에서는 성적지향을 차별금지사유로 규정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결의안이 의결됐다. 이처럼 성소수자를 부정하는 교단의 입장에 더해, 학교와 교단이 구조적으로 연결돼있는 점은 신학대 내 성소수자 인권 활동을 어렵게 만든다. 서씨는 학교의 징계처분이 내려진 당시 이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씨는 “학교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쓰면 목사고시 응시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며 “목회자가 되고 싶어 하는 신학대 학생들이 교단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성정의위원회 박소영씨는 “한국 교회의 보수적인 기준들에 의해 성소수자 인권이 이야기조차 되지 않아 답답하다”며 “대학은 다양한 학문과 사회적 이슈를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밖에서 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하라는 주장은 성소수자와 교회가 공존할 수 없다는 생각에 기반한다. 그러나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는 “성소수자와 교회는 공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임 목사는 “교회의 반동성애 운동은 성경이 이를 금지한다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면서 “이는 성경이 쓰인 역사와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성애를 금지하는 근거로 자주 언급되는 레위기의 성결법에는 동성애를 규율하는 내용뿐 아니라, 비늘이 없는 물고기를 먹지 말라는 규율, 피를 흘리는 여자는 속죄 예식을 해야 한다는 규율, 두 가지 이상의 직물로 만든 옷을 입지 말라는 규율 등이 있다. 이는 레위기의 성결법이 당시 사회의 생활관습과 제사 의식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오늘날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성서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행위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시대착오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문자적 성서 읽기’는 노예 제도 옹호, 여성과 흑인에 대한 차별로 이어졌다.

성소수자와의 공존은 교회에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임 목사는 “혐오를 반대하는 민주사회에 발붙이기 위해 한국 교회는 변해야 한다”며 “교회와 신학대가 성소수자를 외면하고서는 어떠한 희망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퀴어 신학은 우리가 관성적으로 읽었거나,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하나님의 메시지를 만날 수 있도록 한다”며 “원천적으로 퀴어 신학 연구를 막는 것은 신학의 빈곤함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신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성소수자와 공존하는 퀴어 신학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임 목사는 신학대 내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대해 ‘억압적 구조에 균열을 내는 소중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성경 속 예수는 문자에 갇힌 율법주의자들을 비판하며, 고통받는 소수자와 함께했다. 존재를 부정당하는 교회의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이들이 오늘날 예수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성소수자 옆에 선 신학대생들은 교회와 성소수자가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기도한다.

 

<일반 대학 내 성소수자 인권 모임 이야기>

 

일반 대학에도 대학을 성소수자에게 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중 서강대, 이화여대, 홍익대의 성소수자 인권 단체들을 만나봤다.

 

#서강대 성소수자협의회

서강대에는 전체 학생 대표자 회의에서 인준을 받은 협의회 성격의 성소수자 인권 단체가 있다. 성소수자협의회 회장 윤시은씨는 “홍보 행사, 퀴어 문화 축제 참가, 집회 참가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며 “협의회로서 학생회 엠티 등에서 성소수자 인권 교육, 성소수자 배려 조치 등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내 성소수자 인식은 어떨까? 윤씨는 “성소수자협의회 홍보 현수막이 한 교수님에 의해 칼로 찢긴 사건이 있었다”며 “일부 학생뿐만 아니라 일부 교직원, 교수진들이 혐오에 동조해 대처가 힘들다”고 전했다.

공식 기구 성격인 협의회로 활동하다 보니 학생 행사와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활동가 개개인이 공개적으로 활동한다는 점도 학내 성소수자 인권 의식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윤씨는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익명성 보장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이화여대 ‘변태소녀하늘을날다’(아래 변날)는 이화여대 학생으로 구성된 성소수자 인권 운동 모임이다. 지난 2001년 결성돼 2002년에 자치단위로 인준받았다. 변날은 모두가 존중받는 강의실을 만들기 위해 ‘다양성 하이HIGH’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는 성소수자 차별 발언을 한 교수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프로젝트다. 매년 11월에는 성소수자 문화제를 개최한다. 문집 발간, 영화 상영, 오픈 세미나 등이 문화제의 주된 프로그램이다.

2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지만, 학내 혐오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변날은 “온라인 커뮤니티 익명 댓글로 학내 성소수자 혐오 정서가 표출된다”며 “변날의 홍보 포스터가 훼손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 대다수는 변날의 활동에 공감하고 있다. 변날은 “학내 구성원에게 정기적으로 활동에 대해 평가받고 있다”며 “변날의 활동이 퀴어 당사자에게 용기와 위안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홍익대 홍대인이반하는사랑

‘홍대인이반하는사랑’ (아래 홍반사)은 지난 2003년에 출범한 홍익대 중앙 성소수자 동아리다. 홍반사는 “대학 사회 내 성소수자 학우들이 안전하게 교류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홍반사 역시 학내의 성소수자 혐오 여론으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지난 2019년, 홍반사 홍보 입간판이 고의로 훼손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홍반사는 “보기 역겨우니 떼어 버리겠다고 큰 소리로 말하며 홍반사 대자보를 뜯는 학생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홍반사의 활동을 지지하는 학생들도 많다. 홍반사는 “망가진 입간판을 다시 세워주거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며 “차별과 혐오에 직면해 있지만, 앞으로는 희망적인 면이 더 많아지리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글 송정인 기자
haha2388@yonsei.ac.kr
이연수 기자
hamtory@yonsei.ac.kr

사진 홍지영 기자
ji0023yo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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