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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人/다] “장애는 신체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다”한국판 스티브 호킹, 김종배 교수를 만나다
  • 권은주 백단비 기자
  • 승인 2020.11.01 20:32
  • 호수 1860
  • 댓글 0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 불의의 사고로 마비라는 장애를 얻게 됐지만 끝없는 연구와 개발로 30여 개 특허를 받아 한국 재활공학에 기여한 김종배 교수(보과대·재활공학)를 만났다.

▶▶김종배 교수(보과대·재활공학)가 자신의 연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Q.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A. 작업치료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또 ‘할수있게하는기술 연구소’(YESTeC)를 운영하고 있다.
35년 전 카이스트 석사과정 4학기 때, 불의의 사고로 경추 5번을 다쳤다. 목뼈를 다쳐 중추신경계 아랫부분이 마비돼 휠체어를 혼자 밀지 못했다. 재활병원도 없던 때여서 사고 이후 5년 동안은 집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하지만 1990년대 우리나라에 PC가 보급되면서 전동 휠체어, 인터넷 사용이 가능해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지금은 교수로서 연구와 가르침,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다.
35년 전에 다쳤으나 신체기능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35년 전보다 장애를 덜 겪고 있다.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신체기능이 아니라 기술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Q. 재활공학이란 무엇인가.

A. 재활공학은 공학 기술로 장애인의 재활을 돕는 학문이다. 재활의학이 신체기능을 회복시켜주고 재활하는 것이라면 재활공학은 고도의 기술을 통해 제한적인 신체기능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컵을 집지 못하는 사람이 로봇 기능이 있는 웨어러블 장갑을 착용하면 컵을 집을 수 있게 된다. 내 사례처럼 신체적 제한으로 어떤 것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어떤 것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재활공학이다.

Q.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결정을 내렸다.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다.

A. 미국에서 재활공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와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유학을 결정할 당시, 한국에서는 재활공학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없었다. 컴퓨터나 인터넷, 전동휠체어 기술이 장애인의 삶을 새롭게 바꾼다는 것을 몸소 겪었다. 그래서 재활공학과 컴퓨터를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마음으로 미국행을 결정했다.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였지만 하나님께서는 정보통신부의 장학금과 박사과정을 지내며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비해주셨다. 사실 영주권 신청 기회도 있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신청하지 않았다. 이후 보건복지부의 부름을 받고 한국행을 결정했다.

Q. 식사보조로봇, 그림도우미 기기, 스마트폰 거치대, 휴대용 경사로, 맞춤형 욕창 예방기술 등 많은 기술을 개발했다. 이 중 기억에 남는 기술이 무엇인가.

A. 대부분의 기술은 내가 필요성을 느껴 개발했다. 휴대용 경사로도 마찬가지다. 미국을 떠나기 전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지만 모두 계단이 있어 들어가지 못했다. 100곳을 돌아다니며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을 찾았지만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래서 이동식 경사로를 개발했다. 처음에는 알루미늄이나 목재 소재를 사용했지만 휴대하기 매우 무거웠다. 여러 차례 시도한 결과 에틸렌초산비닐 공중합체(Ethylene-Vinyl Acetate copolymer, EVA)라는 적합한 소재를 찾아 이동식 경사로를 만들었다. 휴대용 경사로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 ESCAP) 관계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로우 테크(low-tech)*는 재활공학에 매우 중요하다.

Q. 지난 6월 22일 제33회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에서 가상현실(VR) 활용 원격재활 연구와 정보통신보조기기 개발한 공로로 ‘녹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연구 내용이 궁금하다.

A. 미국에 있을 때 원격 진료인 텔레메디신, 디지털헬스케어 프로젝트를 맡았다.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3D 모델로 만드는 포토모델링 기술을 통해 원격으로 휠체어 이용의 불편함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컴퓨터를 활용한 기술을 개발했다. 병원에 가기 힘든 장애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원격 진료, 원격 재활 연구를 3년에 걸쳐 진행했다.

Q. 재활공학 연구를 통해 장애인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A. 개발한 기술이 실생활에 사용되고 도움이 될 때다. 구필화가를 위해 캔버스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그림도우미 기기를 개발한 적이 있다. 구필화가는 입에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캔버스를 움직여 줘야 한다. 그림도우미 기기는 6개의 센서가 있어서 캔버스를 자동으로 움직이고 좌·우·상·하 로테이션도 가능하다. 이 기술을 사용한 화가가 매우 만족했던 것이 기억난다.

Q. 한국 재활공학의 현주소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A. 재활공학 연구도 중요하지만, 기술이 상용화돼 보급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정부 지원이 활발해 재활공학 공급시장이 크다. 우리나라도 정부 지원을 늘리고 보급하는 데에도 노력해서 재활공학 기술을 공적화해야 한다.
또 장애인 참여형 연구가 필요하다. 제품을 개발할 때 소비자를 알아야 하듯, 마찬가지로 장애인을 위한 제품이기에 장애인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 과정에 장애인이 참여해야 한다. 단순히 설문조사만 하는 것이 아닌, 장애인이 적극적으로 연구의 주체가 돼 지속해서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로우 테크(low-tech): 복잡한 기능을 가진 하이테크(high-tech)와 달리 기본기능에 충실한 단순 기술

글 권은주 기자
silverzoo@yonsei.ac.kr
백단비 기자
bodo_bee@yonsei.ac.kr

사진 권은주 기자
silverzoo@yonsei.ac.kr

권은주 백단비 기자  silverz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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