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 교수 (우리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자 할 때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소신껏 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 이뤄지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런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 내용을 지키지 않는 대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시험 대체보고서 채점을 끝내고 점수를 발표하면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고 이유를 묻는 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왜 성적이 더 잘 나올 것으로 기대했니?”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성적은 열심히 했다고 잘 받는 것이 아니라 잘해야 잘 받을 수 있잖아! 그런데 다른 동료들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알고 있니?”
“……”

보고서든 지원서든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잘 써야 한다. 긴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소제목을 붙이지 않으면 읽는 이의 집중도가 떨어지기 쉽다. 참고문헌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경우는 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신뢰도가 보장되기 어렵다. 공부를 많이 했음을 보여줄 수 있도록 깊이 있게 쓰기, 남들과 비슷한 정도로 공부를 했더라도 이해하기 쉽게 쓰기, 글솜씨에 승부를 걸고 흥미롭게 쓰기 등과 같이 목적이 확실하지 않으면 읽는 사람이 보기에는 모두가 비슷하게 보이므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말하기나 글쓰기를 할 때, 듣고 읽는 사람이 반드시 알아줬으면 하는 내용은 기억에 잘 남을 수 있도록 강조를 해야 한다. 수업을 할 때 교수의 톤이 단조로운 경우 뭐가 중요한지를 모르겠다고 불평하는 학생이, 직접 발표를 할 때는 뭐가 중요한지 파악하기 어렵게 발표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친구에게 발표를 듣거나 글을 읽어 달라고 부탁을 한 후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을 그들이 쉽게 파악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발표 시 톤에 변화를 주고, 글씨가 눈에 잘 띄도록 색이나 볼드체로 표시를 하는 등 타인이 자신의 주장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해야 좋은 점수를 받기에 유리하다.

준비한 모든 것이 중요하므로 모든 걸 다 기억해 줬으면 하는 태도는 실패의 지름길이다. 고등학생 대상의 인터넷 강의처럼 수업이 끝날 때 중요한 부분을 요약해 주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 막상 직접 발표를 할 때는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이 중요한 것처럼 발표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모든 게 다 중요하다는 건 모든 게 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과 별 차이가 없음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말하기든 글쓰기든 준비해야 할 것이다.

교내 근로학생 선발을 위한 인터뷰를 할 때마다 근로를 신청한 학생들 대부분이 무슨 일을 하러 오는지도 모르는 채 면접에 임하는 걸 접하면 답답해진다. 장차 취업 인터뷰를 할 때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지원을 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는 실제 면접보다 면접 요령을 가르쳐 주느라 시간을 보내게 된다.

면접을 할 때는 최소한 세 가지의 질문에 대답을 잘해야 한다. 첫째, 왜 그 일을 하고 싶은가? 둘째, 합격하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가? 셋째, 지원자가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하고 싶은 이유를 소신껏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경쟁자가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를 고려해 답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쟁자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를 할 거라 예상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답을 준비해야 한다. 경쟁자는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준비하는 것은 상대의 특징을 파악하지 않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와 다를 바 없다.

근로학생 신청을 하러 오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아보지 않고 오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공지글에 무슨 일을 하는지 나와 있는 걸 보고 신청하는 건 모두가 하는 일이니, 경쟁에서 앞서려면 그 일을 하게 될 부서에 가 보거나 경험자를 대상으로 업무파악을 하고 오는 것이 좋다.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글에 쓰인 짧은 내용이 업무의 전부라 생각한다면 다른 경쟁자보다 나을 게 없으니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과 같다. 또 업무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될 테니 업무 파악은 필수다.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이유를 이야기하지도 못하면서 선발되기를 기대하는 건 복권을 사 놓고 당첨되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교외 장학금에 지원해서 서류심사를 통과한 후 면접을 하러 가면서 그 장학금을 주는 재단에 대해 알아보지도 않고 가는 학생도 여러 번 목격했다. 여러분이라면 왜 주는지 이유도 알아보지 않고 면접을 하러 오는 지원자들이 마음에 들겠는가? 면접에 임할 때는 그 재단의 취지나 장학금의 목적을 파악한 후 자신이 왜 그 장학금에 합당한 지원자인지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요령을 터득하고 대비를 잘하면 우위를 점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소신껏 열심히’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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