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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혐오 없는 표현의 자유, 가능할까요?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 규제 사이 줄다리기
  • 변지후 이연수 기자
  • 승인 2020.11.01 20:15
  • 호수 61
  • 댓글 0

웹툰계 혐오표현 논란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논란은 지난 8월 기안84의 인기 웹툰 『복학왕』의 한 장면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장면은 인턴이던 여성 주인공이 회식 자리에서 배 위의 조개를 돌로 부수는 상황을 그립니다. 이후 여성 주인공은 정직원으로 채용되며, 상사와 교제하는 관계로 묘사됩니다. 해당 장면이 학벌도, 스펙도 없으며, 심지어 노력조차 하지 않는 여성 인턴이 상사와의 성관계 및 교제를 통해 정직원으로 채용되는 것을 암시한다며 여성혐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를 두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의견과 혐오표현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라는 의견이 부딪치고 있습니다. 『The Y』가 혐오표현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를 살펴봤습니다.

▶▶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웹툰 연재 중지 청원

웹툰계 혐오표현 논란,

어디서부터 어떻게?

웹툰계 혐오표현 논란은 비단 기안84의 『복학왕』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작가 삭이 연재 중인 『헬퍼 2 : 킬베로스』도 혐오표현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불러 일으켜왔습니다. 지난 9월 11일, 『헬퍼 2 : 킬베로스』의 팬 커뮤니티에는 왜곡된 여성관과 폭력성을 지적하는 글이 게시됐습니다. 청소년관람불가로 연재됐지만 여성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심각한 성폭력, 폭력이 계속되자 논란을 피할 수 없었고, 트위터를 시작으로 '웹툰 내 여성혐오를 멈춰 달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진행되기도 했죠. 결국 해당 웹툰의 작가는 연재 중단을 선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 『신과 함께』의 원작자이자 기안84의 동료 웹툰 작가 주호민은 개인방송 중 『복학왕』에 대한 독자들의 항의와 비판을 두고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렸다’고 발언했습니다. 주 작가는 “과거에는 이런 검열을 국가와 정부 차원에서 했다”며 “오늘날에는 시민들이 검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소통연구소 하헌기 소장은 그의 ‘시민독재’라는 표현을 두고 “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 규제 사이 섞여 있는 논점들을 구별해야 한다”며 “창작물에 대한 비판과 비평, 불매운동 및 퇴출해달라는 플랫폼에 대한 압박, 플랫폼과 정부가 창작물에 적용하는 규제 및 가이드라인은 후자로 갈수록 검열에 가까운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시민들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검열이라 할 수는 없으며, 표현의 자유는 창작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 소장은 “업계에서 퇴출을 시켜야 한다거나 연재를 중단하게 하라는 식의 물리적 압력은 ‘비평’의 영역을 벗어나 ‘징벌’이 된다”며 “여론으로 계약이 돼 있는 창작자의 연재를 중단시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창작자의 권리를 너무 지나치게 옥죄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창작자 입장에도 공감했습니다.

그렇다면 웹툰협회 측의 입장은 어떨까요? 웹툰협회는 기안84의 논란이 불거진 지난 8월 24일, 작가와 작품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웹툰협회는 “국민청원이나 연재 중단 요구는 독자의 권리지만 깊은 논의 없는 연재 중단 규제와 작가 퇴출은 위력행사가 된다”며 현재의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이어 “연재 중단의 위압은 창작을 위축되게 한다”며 “논자들의 사회 윤리적 눈높이에 동의하지만 본 협회는 창작자 보호와 창작 자유 수호를 제 일선의 가치로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성명서에서 말한 ‘과거보다 검열이 심해져 만화계가 많이 위축됐다’는 부분에 대해 “규제가 아닌 지적과 비판으로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자의 혐오표현도 표현의 자유?

이런 우려에도 혐오표현은 규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혐오표현 그 자체 또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이죠. 국가인권위원회의 보고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에 따르면, 혐오표현을 “어떤 개인·집단에 대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혐오하거나 이를 선동한 표현”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러한 정의는 혐오표현의 대상을 ‘사회적 소수자’로 한정 짓고 있습니다.

숙명여대 법학과 홍성수 교수의 책 『말이 칼이 될 때』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표현의 자유는 원래 소수자의 권리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수자나 강자는 자유자재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소수자에게 표현의 자유는 자신의 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 가치다.” 즉, 표현의 자유 그 자체가 보편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목표가 아닌, 소수자의 발언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설명입니다.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이승현 연구원의 논문 「여성혐오적 표현과 표현의 자유의 한계」에 따르면, 혐오표현은 공론장을 축소합니다. 이 연구원은 “혐오표현의 표적집단은 공론장에서 발언하기 어렵다”며 “이는 혐오표현이 발화된 공론장에서 그들은 스스로 정체성을 숨기거나, 혐오표현에 의한 공격을 감내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이를 극복하고 발언을 하더라도 이미 혐오표현이 발화된 상태로 인해 표적집단 발화 자체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혐오표현이 이미 드러난 공론장에서 표적집단인 소수자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죠. 그러면 공론장은 소수자를 배제한 일부의 표현의 자유만이 허용되는 곳으로 축소됩니다. 결국 강자가 약자에게 가하는 혐오표현은 표현의 자유라고 볼 수 없으며, 이는 오히려 표현의 자유라는 껍데기로 행해지는 횡포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현재 웹툰 플랫폼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지난 10월 29일 네이버 실적발표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올해 3분기 글로벌 월간 활성이용자*가 약 670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만화산업 분야의 매출이 1조 1천억 원에 도달했으며, 이 중 웹툰 산업의 시장 규모는 70%를 차지합니다. 웹툰은 넓은 독자층을 가진 명실상부한 대중 콘텐츠입니다.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매체에서 혐오표현이 용인되는 것이 진정한 ‘표현의 자유’인지 의문입니다.

답은 합의 통한 가이드라인,

플랫폼도 책임져야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면서도 혐오표현으로 대중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동시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걸까요? 앞서 대중의 과도한 검열은 시민독재라고 표현한 주 작가는 이후에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표현’에 대해서는 금기를 설정하도록 합의하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상황에 관해서는 함께 우려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표현’의 기준은 무엇이며,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가 관건입니다. 이에 대해 하 소장은 엄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플랫폼을 향한 규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 소장은 “가이드라인은 사회적 합의의 절차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그 이유를 “언론 출판은 헌법에 명시된 두 가지 원칙, 즉 검열받지 않을 것과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을 모두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가이드라인은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좁히기 위한 협의체에서 각 이해주체들과 논의를 통해 조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 소장은 “창작자들과 플랫폼 그리고 각 시민단체나 활동가들이 여럿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합의된 안을 플랫폼에 적용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창작자와 플랫폼 입장에 대해서 하 소장은 “어떤 창작물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그 창작물을 게재한 플랫폼에게도 공동의 책임이 있다”며 플랫폼 자체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소비자에겐 시민사회 기준에 맞는 양질의 작품을, 창작자에겐 가이드라인을 통한 보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 소장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을’의 입장에 있는 창작자를 잘라내는 방식이 아니라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플랫폼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시민적 합의를 통한 플랫폼 압박의 합리적인 기준이 나타난다면 ‘예술적 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 규제’ 사이의 원만한 관계가 달성될 수 있지 않을까요?

혐오표현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치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입니다. 그러나 혐오표현을 규제할 시 나타날 난점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혐오표현이 없는 사회, 표현의 자유를 통한 예술이 꽃피는 사회 모두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기 때문이죠. 두 가치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이분법 대신, 이 둘을 적절히 이룰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혐오표현 규제와 표현의 자유를 모두 보장하는 길,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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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변지후 기자
wlgnhuu@yonsei.ac.kr
이연수 기자
hamtory@yonsei.ac.kr

<자료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변지후 이연수 기자  wlgnhu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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