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족·팀간 격차로 잠재력 발휘 어려워

아이스하키는 동계 스포츠의 꽃이자 연고전의 효자종목이다. 아이스하키는 지난 1928년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됐으나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8년 평창 올림픽을 기점으로 아이스하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정기 연고전 시즌을 맞아, 우리신문사는 대학가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현실을 짚어봤다.

 

국내 대학 아이스하키는
소수정예 피라미드?

 

우리나라에는 ▲우리대학교 ▲고려대 ▲경희대 ▲광운대 ▲한양대의 총 5개의 대학 아이스하키팀이 있다. 대학 축구팀과 야구팀의 수가 각각 79개, 37개인 것과 비교하면 이는 상당히 적은 숫자다. 대학팀의 수가 적으니 경기 개최 빈도도 낮을 수밖에 없다. 대학 간 아이스하키 경기인 U-리그는 예선 4라운드와 플레이오프*, 챔피언 결정전으로 구성되는데 이를 모두 치르게 되면 한 해에 약 21경기를 진행하게 된다. 대학 아이스하키팀 수가 비교적 많은 미국의 경우, 대학아이스하키리그인 NCAA의 한 해 정규시즌이 약 34경기인 것을 고려하면 현저히 적은 수치다. 이마저도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개막이 취소됐다. 경기에 참여하는 횟수가 적어질수록 선수들의 실전 감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김정민 홍보팀장은 “경기 수가 줄어들면 한창 중요한 연령대인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 발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학팀 선수들이 실업팀**으로 진출할 때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기 수를 지금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경기의 수만 늘릴 수는 없다. 국내 대학 아이스하키팀 간 실력 편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대학교 아이스하키부 주장 채정오 선수(체교·17, F·18)는 “U-리그의 경우 우리대학교와 고려대를 제외하면 실력 차이가 확연히 나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학별 운동부 지원 정도의 차이 때문에 선호도와 경기력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홍보팀장은 “주요 팀에 입학하지 못한 선수들은 아이스하키 자체를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스하키 경기장 수를 늘려야 경기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아이스하키 전용 경기장은 ▲가톨릭관동대학교체육관 ▲강릉하키센터 ▲목동아이스링크 세 곳뿐이다. 김 홍보팀장은 “대학팀이 많은 대회를 치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경기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강릉하키센터가 설립됐지만, 대학팀은 모두 서울에 위치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팀 선수들이 양질의 경기를 통해 역량을 충분히 갈고닦기 위해서는 팀 간 격차를 줄이고, 경기장을 충분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신규 팀을 만들어 특정 대학 쏠림 현상을 방지하는 등의 효과적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설 자리 잃어가는
대학 아이스하키 선수들

 

최근 한양대가 아이스하키를 포함한 비인기 종목 운동부 해체 의사를 표하며 국내 아이스하키팀은 곧 4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한양대 아이스하키팀 해체 소식에도 적극적으로 재정 지원에 나선 단체나 협회는 없었다. 김 홍보팀장은 “아이스하키협회는 대학팀 선수들이 우리나라 아이스하키의 미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면서도 “사립대라는 특성상 각 학교에서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팀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채 선수는 “대학리그가 지금보다 축소된다면 장기적으로 아이스하키 발전에 있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심정을 밝혔다.

한편 졸업 후 진로 문제 또한 아이스하키 대학팀 선수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김 홍보팀장은 “우리나라 아이스하키에는 프로팀이 아닌 실업팀만이 존재한다”며 “이러한 미래의 불투명성 때문에 아이스하키 선수의 길을 잘 택하지 않게 되고, 택했다고 하더라도 조기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아이스하키 실업팀은 총 세 곳으로 ▲하이원 ▲안양 한라 ▲대명 킬러웨일즈가 있다. 이 중 가장 유력한 팀인 하이원은 지난 2019 시즌을 끝으로 해체설에 휩싸였으나 우여곡절 끝에 다시 부활했다. 이처럼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저변 부족으로 인해 팀이 언제 해체될지 모르는 위험에 놓여있다. 실업팀의 수도 적고, 안정성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유년 시절부터 아이스하키만을 바라본 대학팀 선수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대학팀 선수들은 국내 아이스하키를 이끌어갈 미래의 유망주다. 추후 이들이 국내외 무대에 진출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채 선수는 “우리대학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은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는 한편 팀플레이에도 능하다”며 “이와 같은 양질의 플레이를 자주 보여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채 선수는 “국내 아이스하키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 한다”며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아이스하키가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아이스하키 랭킹은 세계 18위다.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화를 거치며 우리나라는 랭킹 10위권대까지 급상승할 수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아이스하키도 노력과 지원만 있다면 급성장할 여력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국내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지속해서 양성할 가치는 충분하다. 올림픽 때만 관심과 지원이 집중되는 환경 속에서는 안정적으로 아이스하키의 대를 이어나가기 어렵다. 또 한 번 빙판 위의 기적을 보여줄 대학팀 유망주들이 어려움 없이 훈련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플레이오프: 정규 리그를 마친 뒤 승률이 같을 경우 벌이는 순위 결정전, 또는 정규 리그를 끝낸 다음 최종적인 우승팀을 가리기 위해 별도로 치르는 경기
**실업팀: 선수들이 직장 소속으로 근무하며 동시에 운동을 하는 스포츠 단체. 완전한 프로가 아니기에 세미프로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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