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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전특집] 사상 첫 럭비 올림픽 본선 진출, 그러나 갈 길은 멀다987명의 선수, 3개의 실업팀으로 이뤄낸 성과 이면의 이야기
  • 이현진 이연수 기자
  • 승인 2020.09.27 21:37
  • 호수 1859
  • 댓글 0

지난 2019년 11월 24일, 우리나라 남자럭비 7인제 대표팀이 도쿄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 결승전에서 홍콩에 승리했다. 럭비가 도입된 지 96년 만에 우리나라가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거머쥔 것이다. 다가오는 2021년 올림픽 경기를 앞둔 가운데, 우리나라 럭비의 현실은 아직까지 열악하기만 하다.

3개의 실업팀, 등록 선수는 987명뿐
열악한 저변에 고통받는 럭비계

우리나라는 도쿄 올림픽 예선전에서 아시아의 럭비 최강자로 꼽힌 홍콩을 상대로 승리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러나 빛나는 승리 이면에는 럭비 실업팀* 선수들의 고초가 있다. 선수들의 활동 저변을 가늠하는 지표로 ▲등록선수 수 ▲실업팀의 개수를 살펴볼 수 있다. 우리나라 럭비는 선수 수와 실업팀의 개수 모두 현저히 적다.

지난 2019년 월드 럭비(World Rugby)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등록선수는 987명이다. 아시아 16개국의 평균인 2만 6천 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숫자다.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국들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두드러진다. 본선에 진출한 11개국 중 우리나라와 캐나다를 제외한 9개국의 등록선수는 10만 명이 넘는다. 캐나다마저 우리나라의 약 30배에 가까운 2만 8천267명의 등록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에는 선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팀도 부족하다. 한국전력공사 박완용 선수는 “선수들 대부분은 대학교 졸업 후 스카우트·테스트·면접 등을 통해 실업팀에 입단한다”고 설명했다. 즉, 대학교 럭비팀과 실업팀의 개수가 선수들의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럭비 실업팀은 한국전력공사·포스코건설·현대글로비스 3개이며, 대학교 럭비팀도 우리대학교와 경희대·고려대·단국대 4개뿐이다. 이에 박 선수는 “실업팀이 적어서 한 팀만 해체돼도 각종 경기 및 대회 대진표를 짜기 힘들다”며 “선수들은 한 팀의 존폐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 럭비팀 해체 사태는 불안정한 럭비 리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015년 삼성중공업팀 해체설이 일자 대한럭비협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해체 중단을 호소했다. 삼성중공업팀 해체가 대한민국 럭비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업팀은 코리안 럭비 리그,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한다. 당시 삼성중공업팀이 해체되면 한국전력공사·포스코건설·국군체육부대** 세 팀만 남는 상황이라 코리안 럭비 리그는 진행조차 될 수 없었다. 그러나 럭비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삼성중공업은 해체를 결정했다. 해체 이유는 팀의 모기업인 삼성중공업의 재정 악화로 추정된다. 기업 경비 절감 차원의 결정이 한 럭비팀의 존폐를 넘어 우리나라 럭비 리그 전체를 불안에 빠트렸다. 다행히 같은 해 12월 현대글로비스가 럭비팀을 창단하면서 럭비 리그는 위기를 면했다. 그러나 몰락을 피했을 뿐 안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협소한 규모는 우리나라 럭비 리그의 문제로 남아있다.

직접 들은 럭비 이야기,
“지금부터가 시작”

각종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럭비계에서 맹활약하는 주역들이 있다. 실업팀, 대학팀의 선수, 지도자들이다. 이에 실업팀에서 활동하는 한국전력공사 박완용 선수(아래 박)·현대글로비스 선수 남유준 동문(체교·10, 아래 남)과 우리대학교 럭비부 변종연 선수(체교·19, SO·10, 아래 변)·우리대학교 럭비부 한영훈 코치(아래 한)에게 우리나라 럭비의 어려움을 타개할 방법을 물었다.

Q.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경기 일정이 연기, 취소됐다. 이번 해에는 어떻게 생활했나.

남: 코로나19 위기로 각종 경기 일정이 불투명해지고, 훈련 진행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운동시설 사용에도 일부 제약이 있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최대한의 성과를 뽑아내기 위해 열심히 훈련했다. 여느 때처럼 전진하기 위해 모두 함께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변: 코로나19로 대회가 끊임없이 연기됐다. 12월부터 쉬지 않고 대회를 준비했으나 계속되는 대회 연기로 럭비부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졌다.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대회를 위해 훈련과 합숙을 이어가는 가운데 몸도 마음도 지쳤다. 그러나 코치와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했고, 선수들도 하나로 뭉쳐 즐겁게 훈련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Q. 한국 럭비계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 실업팀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 큰 문제다. 예컨대 삼성중공업 해체 당시에 다른 팀 선수, 그리고 어린 선수들까지 영향을 받았다. 특히 어린 선수들이 성인이 돼 선수로 뛸 실업팀이 없다면, 고등학교·대학교의 팀 운영도 연쇄적으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린 선수들을 양성할 팀이 부족해 실업팀 수요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어린 선수가 배출되지 않다 보니 선수들의 고령화 문제도 발생한다.

변: 대학팀이 적어 자라나는 선수들이 실력을 쌓기 힘들다. 대학 럭비팀은 최대로 출전해도 10개 경기밖에 못 한다. 그마저도 활동하는 선수가 적어서 매번 비슷한 선수들을 상대한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수준을 높이기 어렵다.

Q. 한국 럭비계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변: 졸업 후 선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팀이 많아져야 한다. 중·고등학교 럭비팀은 각 20개 정도지만, 대학교 1부 팀은 4개뿐이며 실업팀도 3개가 고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는 구조다. 실업팀의 수가 늘어야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팀의 개수와 선수들의 수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다.

박: 선진 럭비 정보·선진 럭비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선수나 지도자들이 개인적으로 자료를 알아내 훈련에 적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가나 럭비협회 차원에서 럭비 훈련을 위한 체계적이고 안정된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다가오는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국내 경기와 훈련만으로 부족하다.

Q. 한국 럭비는 도입 96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뤘다. 일견 한국 럭비의 희망을 보여주는 듯하다. 한국 럭비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 도쿄 올림픽 예선을 준비할 때, 우리나라 선수들은 연습 게임 한 번 하지 못했고 준비 기간도 짧았다. 그러나 모든 선수가 한마음 한뜻으로 사활을 다한 덕분에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얻어냈다. 이 같은 저력이 우리나라 럭비의 희망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선수들이 이제 막 밖으로 발을 디딜 준비를 마친 것뿐이다. 우물 밖으로 뻗어 나가 활약하기 위해서는 도움과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우리 선수들도 관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올림픽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한: 올림픽 본선 진출은 우리나라 럭비 리그에 큰 의미가 있다. 앞서 이야기한 문제 해결에 힘쓴다면, 올림픽 진출뿐 아니라 입상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실업팀: 선수들이 직장 소속으로 근무하며 동시에 운동을 하는 스포츠 단체. 완전한 프로가 아니기에 세미프로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국군체육부대: 체육선수들로 이뤄진 군인 체육부대다. 럭비를 포함한 총 25개 종목 선수들이 선발 대상이다.

글 이현진 기자
bodo_wooah@yonsei.ac.kr
이연수 기자
hamtory@yonsei.ac.kr

이현진 이연수 기자  bodo_wooa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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