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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전특집] ‘파죽지세’ 야구부의 비결은 ‘죽마고우’ 배터리?!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 관계를 알면 야구가 재밌다!
  • 고병찬 김서하 윤수민 기자
  • 승인 2020.09.27 21:35
  • 호수 1859
  • 댓글 0

야구는 포지션이 다양하고, 포지션별 역할이 명확한 종목이다. 포지션 간의 유기적 플레이가 경기 운영에 중요한 만큼 선수들 간의 관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경기를 이끌어나가는 투수와 포수의 관계는 우리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매일 훈련에 매진하는 야구부 배터리 선수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케미’를 살펴봤다.

투수와 포수,
눈빛만 봐도 알아요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는 흔히 ‘배터리’라 불린다. 배터리의 어원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존재하는데, 배터리가 군사용어로 포병 중대를 의미하는 것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포병 두 명씩 짝을 이뤄서 한 명이 포탄을 넣으면 다른 한 명이 사격하는 것이 투·포수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배터리의 플러스와 마이너스 극이 이어져 있는 모습이 투·포수가 사인을 주고받는 것과 닮아있다는 점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배터리는 경기 운영 과정에서 끊임없이 소통한다. 경기 시작 전에는 상대 팀 전력 분석 자료를 토대로 전략을 수립하고, 투수의 당일 몸 상태 및 어깨 상태에 따라 어떤 볼을 집중적으로 던질지 논의한다. 경기 도중에는 주로 사인을 통해 대화한다. 포수가 경기 상황 및 상대 타자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사인을 보내면, 투수는 이를 반영해 볼을 던진다. 우리대학교 야구부 조성현 감독은 “야구는 투수와 포수의 싸움”이라며 “두 선수 간의 유대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터리 간의 유대관계는 특히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각자 던지고 싶은 공이 다른 경우,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자리잡혀있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SBS Sports 김정준 해설위원은 “투수는 ‘내가 던지고 싶은 공은 이거다’, 포수는 ‘내 사인의 근거는 이러니 따르라’고 이야기한다”며 “서로의 사인에 대한 믿음을 가질 때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이처럼 경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선 배터리 간의 관계가 돈독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상적인 배터리 관계는 무엇일까. 야구 감독과 선수들은 입을 모아 ‘말이 필요 없는’ 배터리 관계라고 이야기했다. 서로의 특징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생각이 통하는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환상 케미’ 배터리는 연세전통!
비결은 일상생활에서부터?

우리대학교 야구부 주전 투수 이길용 선수(체교·17, SP·1)와 주전 포수 오승현 선수(체교·18, C·25)는 눈빛만 봐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사이다. 오 선수는 “길용이 형이 어떤 공에 자신 있는지 전부 파악하고 있다”며 “위기 상황에서 예상했던 사인이 나는 경우가 많아 위기를 쉽게 극복한다”고 말했다.

▶▶ 우리대학교 야구부의 에이스 투수 이길용 선수(체교·17, SP·1)가 훈련하고 있는 모습

‘말이 필요 없는’ 배터리의 신뢰 관계는 일상생활에서부터 시작된다. 야구장 안팎을 가리지 않고 투수와 포수들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감독에게도 배터리 사이 친밀도는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조 감독은 “투수와 포수가 중요하다 보니 일상생활 속에서 같이 생활하는 부분을 잘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대학교 주축 배터리인 이길용·오승현 배터리는 친한 친구 사이다. 한 살 차이 선후배지만, 거리낌 없이 지낸다. 오 선수는 “서로 장난도 많이 치고, 어쩔 땐 좀 치고받기도 한다”며 장난스럽게 서로의 친분을 과시했다.

두 선수 친분의 비결은 ‘힐링 여행’으로 엮이는 관심사다. 이 선수는 “야구 얘기는 운동시간에만 한다. 평소엔 여행 갈 곳을 찾고, 공유도 한다”고 말했다. 오 선수 역시 “운동 후에 스트레스를 여행으로 푼다”고 덧붙였다. 실제 두 선수는 자주 함께 여행을 떠나곤 한다. 오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고향인 속초에 있던 이 선수를 보러 가기도 했다. 오 선수는 “속초 길용이 형네 가게에 가서 회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도 투수진과 포수진을 모아 함께 여행을 계획 중이다.

우리대학교 야구부 배터리의 환상적인 케미는 전통이다. 과거에도 최고의 케미를 자랑했던 배터리가 있다. 바로 형제관계인 나성범(체교·08), 나성용(체교·07) 동문이다. 두 동문은 지난 2008~2010년 연고전에서 배터리로 호흡을 맞춰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특히 나성범 동문은 이 기간 투수로 나서 모든 경기에서 9이닝을 책임졌다. 비록 1승 1무 1패였지만 완투*를 했다는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나성범 동문은 “서로를 잘 알고 있으므로 큰 의견 차이 없이 매끄럽게 경기 운영을 함께했다”며 “특히 위기 상황일 때 빠른 대처가 가능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두 동문은 형제이다 보니, 다른 선수들에 비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공간적 폭이 훨씬 넓었다. 나성범 동문은 “형과는 집에서도 같이 있는 시간이 많고 서로의 성향을 잘 알기 때문에 자세하게 얘기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학 시절부터 뛰어난 기량을 보인 형제는 프로 무대에서도 활약했다. 나성범 동문은 현재 NC다이노스의 스타 선수로 뛰고 있고, 나성용 동문은 KIA타이거즈에서 배터리 코치를 맡고 있다.

야구에서는 배터리뿐 아니라 모든 선수 사이의 관계성이 중요하다. 모든 플레이가 선수들 간의 소통을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야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팀워크다. 누구 한 사람이 잘해서만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관계의 중요성을 말했다. 김 해설위원 역시 “‘야구는 팀 스포츠’라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며 “혼자서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없다”고 야구에서 관계를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최근 우리대학교 야구부는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에서 주최하는 ‘2020 KUSF 대학야구 U-리그’ 예선전을 조 1위로 마쳤다. 지난 11일 고려대와의 비정기 연고전에서는 3대 1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비록 올해 정기연고전은 취소됐지만, 앞으로도 우리대학교 야구부의 연전연승은 쭉 이어질 것이다. 남은 시즌 경기들에서는 야구의 빠질 수 없는 관전 포인트, 선수들 간의 환상적인 ‘케미’에 집중해 보자. 응원의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

*완투: 야구에서 선발 투수가 구원 투수와의 교체 없이 혼자서 등판한 경기를 끝내는 것을 일컫는 말

글 고병찬 기자
kbc1986@yonsei.ac.kr
김서하 기자
seoha0313@yonsei.ac.kr

사진 윤수민 기자
suminyoon1222@yonsei.ac.kr

고병찬 김서하 윤수민 기자  kbc198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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