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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 홈리스 야학, 홈리스에게 목소리를 되찾아줘!‘아랫마을 홈리스 야학’ 황성철 활동가를 만나다
  • 고병찬 기자
  • 승인 2020.09.27 21:05
  • 호수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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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은 ‘결여’다. 가난한 사람은 수많은 ‘결여’ 상태에 놓인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물질적 결여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문화적 권리, 배움의 기회까지 앗아간다. 홈리스 철폐를 위한 운동단체인 홈리스행동이 운영하는 ‘아랫마을 홈리스 야학’은 이런 인식에서 출발했다. 문화와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봄으로써 홈리스로 하여금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홈리스 야학의 황성철 활동가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한다.

A. 홈리스행동 활동가 황성철이다. 지난 2008년 야학 교사를 거쳐 2011년부터 활동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야학 교사를 하면서 몰랐던 세상을 접한 것이 활동가가 된 가장 큰 이유다. 사람들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 때문에 빈곤에 직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홈리스들과 힘을 합쳐 이를 바꿔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Q. 홈리스 야학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홈리스 야학은 경제적 자원뿐만 아니라 교육적, 문화적 권리에서도 소외당하는 홈리스에게 배움과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의식은 야학의 시초인 지난 2005년 ‘월례문화행동’에서부터 찾을 수 있는데, 이 당시엔 매월 거리의 홈리스를 만나 노래를 부르고, 영화를 보는 것이 활동의 전부였다. 이것이 2007년도에 ‘주말배움터’로 개편되고 2010년도부터 서대문에 고정적인 공간을 확보하면서 홈리스 야학으로 이름 붙여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Q. 야학엔 어떤 학생들이 찾아오나.

A. 보통 거리 홈리스와 쪽방, 고시원에 사는 홈리스들이 학생으로 들어온다. 학생 모집 홍보도 이들의 활동반경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학생들은 주로 컴퓨터 활용에 관심을 가지고 들어온다. 특히 요즘엔 스마트폰 교육에 대한 요구가 많다. 홈리스가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기 때문이다. 교사가 직접 1:1로 붙어서 가르쳐주니 만족도가 높다. 적어도 하나는 배워간다고들 말한다.

Q.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나.

A. 홈리스 야학을 통해 처음 한글을 배워 동네 곳곳에 연필로, 사인펜으로 낙서를 했던 분이 기억난다. 낙서를 지워야 할 땐 힘들었지만, 뿌듯했다. 또 야학에 올 때마다 청구서를 가져왔던 학생도 기억에 남는다. 글을 잘 몰라 문자가 오면 무슨 내용인지 읽어달라는 것이었다. 문자의 내용을 모르니 혹시나 기초생활수급이 끊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고 핸드폰을 가져와서 “이게 뭐냐!”라고 다급하게 물어보곤 했다. 다른 사람들에겐 아무 일도 아닌데, 이들에겐 답답해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거다.

Q. 매 학기 교사를 모집하고 있다. 야학엔 어떤 사람들이 교사로 지원하나.

A. 다양한 사람들이 지원한다. 기존 교사의 추천으로 들어온 사람, 홈리스에 대해 알고 싶어서 온 사람, 같이 활동하며 소통하고 싶어서 온 사람 등이다. 이유는 가지각색이지만 선발 기준은 단 하나다. ‘열린 마음과 시선으로 누구와도 소통하기를 즐기는 사람, 홈리스 인권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면 된다.

Q.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A. 당연히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야학 전반의 체계를 만드는 일을 맡고 있다. 29명의 교사가 ▲운영팀 ▲성평등팀 ▲연대팀 ▲교육팀으로 나뉘어 야학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야학 운영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하면서 학기별로 각 분야에 관한 공부도 한다. 그 외에도 교사들은 빈곤과 관련된 집회나 기자회견, 문화 행동 등에 참여하고 있다. 수업 이외의 부분들은 필수가 아닌데도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야학에 큰 힘이 되고 있다.

Q. 평소 야학의 분위기는 어떤가.

A.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수업인지 만담인지 모를 정도다. 이는 수업의 목적이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니기에 일어나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우리는 서로 소통하며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수업을 지향한다. 이름이 아닌 본인이 불리고 싶은 애칭을 사용하고, 존댓말을 쓰는 것은 그 첫걸음이다. 교사와 학생이 친구 같은 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더 나아가 요즘은 ‘성평등’한 야학 만들기에 신경 쓰고 있다. 홈리스 분들은 4~50년간을 가부장적인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 살아왔다. 당연히 듣기 불편한 말을 할 때도 있고, 그것이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 부분들을 함께 바꾸기 위해 성평등팀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0학년도 봄학기 ‘한글교실’ 학생들과 교사들이 종강식 뒷풀이를 즐기고 있다.

Q. 교사와 학생이 느끼는 보람이나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

A. 보람도 어려움도 ‘소통’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올해 교사와 학생 모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수업 이외에 상호소통을 위한 자리가 없었다는 것을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충분히 소통할 수 없어 학생의 의견이 반영된 수업을 구성하기 힘들었고, 학생들은 안 그래도 관계에 서툰 분들이 많은데 소통이 안 된다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동시에 보람도 소통에서 나온다. 교사와 학생 모두 서로 소통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친해지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낀다.

Q. 홈리스 야학의 이번 가을학기 교과목은 ‘만들기 교실’, ‘컴퓨터교실’, ‘한글기초교실’, ‘권리교실’, ‘글쓰기교실’로 구성돼있다. 교과목들의 학습 목표가 무엇인가.

A. 핵심은 수업을 통해 권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예컨대 컴퓨터교실의 학습목표 중 하나는 ‘내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상, 사회문제 등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배우자’다. 단순히 지식을 배운다기보단 이를 통해 어떻게 내 권리를 지킬 것이냐, 어떻게 잘 소통할 것이냐를 목표로 한다고 할 수 있다.

Q. 수업 이외에 야학에서 하는 활동들에는 어떤 것이 있나.

A. 1박 2일로 서울을 벗어나 여행을 가는 ‘모꼬지’와 소풍, 텃밭 가꾸기 등이 있다. 이외에 홈리스 문제를 알리기 위한 실천 활동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모꼬지나 소풍을 가는 이유는 친목을 다지기 위함도 있지만, 여행도 이들에게 결여된 하나의 문화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홈리스들은 본인이 거주하는 공간을 벗어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천 활동은 대표적으로 동짓날에 열리는 ‘홈리스 추모제’를 들 수 있다. 교사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활동이다. 열악한 제도로 인해 돌아가신 홈리스를 기억하고, 더 이상의 희생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구조를 개선하는 활동에 동참하겠다고 다짐하는 의식이다. 이를 통해 홈리스 문제에 대한 사회의 관심도 촉구한다. 홈리스들이 수업시간에 배운 사회구성원으로서 권리를 되찾고자 직접 활동에 나서는 것이다.

Q. 학생들은 야학을 거쳐 어떤 성장을 이루나.

A. 이 질문에서 조금 망설였다. 숫자로 표현될 수 없는 부분이기에 그렇다. 한마디로 ‘자기 삶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야학을 통해 홈리스는 내가 사는 이 세계에서 나 이외에도 차별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연대해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성장은 배움의 욕구를 채우는 수업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완성된다. 시위 현장에서 정부나 지자체에 대한 요구사항을 피켓에 쓰는 경험을 한다. 그 과정에서 현실을 돌아보고 스스로 자신의 욕구도 되새기는 것이 삶의 주체가 되는 시작이 된다.

Q. 홈리스 야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A. ‘수업을 통해 권리를 찾는 것’,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홈리스 야학의 학칙 전문에 자세히 나와 있다. 전문은 ‘아랫마을 홈리스 야학은 일상적인 교육, 문화 사업을 실시함은 물론,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적 학습을 통해 홈리스 상태를 철폐하기 위한 역량을 창조하고, 홈리스 해방세상을 열기 위한 활동을 실천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한다. 홈리스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권리와 사회구조에 대한 내용을 수업에 녹여 교육하고, 실천은 외부 활동과 연계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A. 현재 환경이 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면 거리에 계신 분들이 보인다. 바쁜 삶이지만 시선을 돌려서 이런 분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고민해야 한다. 학교에 다닐 때도 왕따를 당하거나 밥을 못 먹는 학생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는 고민을 하는 것처럼 사회구성원이 아프고, 힘들고, 차별받고 있으면 이들과 함께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중 한 홈리스가 노숙 중 ‘뻑치기’를 당했다며 황성철 활동가를 찾았다. 몸이 아파 수술을 앞둔 상황에서 그는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그 와중에도 그가 잊지 않고 활동가에게 건넨 말은 인상 깊었다. “뻑치기를 당하면서 여기서 빌린 책 여섯 권도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보상해야 할까요.”

이들은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고 싶은 ‘사람’이다. 자신의 삶에 손을 놓고 싶은 사람은 없다. 다만 손에 빈곤이라는 땀이 너무 깊이 스며들었을 뿐이다. 이들의 손에서 땀을 닦아 주는 방법은 다양하다. 황성철 활동가를 통해 살펴본 야학도 그 방법의 하나다. 하지만 가장 절실한 것은 ‘경제 선진국’이라는 이름 이면에 외면당하는 홈리스들의 존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다. 이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절실하다.

글 고병찬 기자
kbc1986@yonsei.ac.kr

<자료사진 황성철 활동가>

고병찬 기자  kbc198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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