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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 우리는 ‘다른 개성’을 지닌 예술가입니다잠실창작스튜디오 11기 입주 작가를 만나다
  • 변지후 이연수 기자
  • 승인 2020.09.27 21:07
  • 호수 60
  • 댓글 0

“시각장애인이 시각예술을 어떻게 해?”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예술에서의 장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장애예술가 서덜랜드(Sutherland)는 “장애예술에서 장애는 장애물이 아닌 예술을 위한 적합하고 풍부한 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장애를 예술의 걸림돌로 생각한다. 장애인을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며, 장애인과 예술가 사이의 벽을 세운 것이다. 이러한 벽을 허무는 장애예술인들이 있다.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에는 시각예술 분야의 장애예술인이 활동하고 있다. 잠실창작스튜디오는 국내 유일한 장애예술인 레지던시다. 예술가들에게 입주 공간을 제공해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장애예술인에 맞췄다. 잠실창작스튜디오 11기 입주 작가인 김환 작가, 전동민 작가, 박찬별 작가를 만나 장애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자기소개와 작품 활동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환: 작가 김환이다. 작품을 통해 장애가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는 혐오와 싸우고자 했다. 사회에 반영되지 않던 목소리가 작품을 통해 힘을 얻기도 한다. 요즘은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구성원 간 이해가 경험과 신체적 상황을 바탕으로 재해석돼 일어나는 점을 작품에 담고자 한다.

찬별: 작가 박찬별이다. 일기를 기록하듯이 그림을 그린다. 시각적 한계를 그림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동민: 작가 전동민이다. 다양한 그림을 그리지만, 요새는 야경에 빠졌다. 서울에 올라와서 힘든 감정이 컸다. 그러던 중 남산에 올라가 야경을 보는데 뻥 뚫린 기분이었다. 사람들이 야경 그림을 보면서 힘든 감정을 털어버리길 바란다.

Q. 시각예술에 어떻게 입문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환: 의도하고 입문한 것은 아니었다. 나의 10대는 재활치료와 수술의 연속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시각예술이었다. 전신 깁스를 하고도 그림은 그릴 수 있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행동 중 인정받은 것이 그림이기도 했다.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이 그림이라 생각했다.

찬별: 도전으로 시작했다. 원래 만들고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맹학교를 다니면서 미술을 배우지 못했다.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미술대학 진학을 목표로 삼았고, 이뤘다.

동민: 미술을 시작한 지 20년이 됐다. 7살 때부터 시작해 예술고등학교와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서예화, 조화, 판화, 동양화 등 여러 시각예술을 해왔고, 지금도 시각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Q. 장애예술을 장애의 경험이 만들어낸 하나의 예술 장르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장애의 경험이 예술 활동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궁금하다.

환: 장애의 경험이 창작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장애를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동반자로서 ‘사랑’하는 단계에 이르고 싶다. 이러한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이 창작에 영향을 준다. 장애가 나의 인격 전체는 아니지만, 나의 일부로서 개성이 되는 것이다.

찬별: 낮은 시력으로 인해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세밀한 표현은 어렵지만, 나의 시각적 경험을 그림으로 공유한다. 어느 정도 보이는지 많이들 물어본다. 나의 그림이 대답과 공감이 되길 바란다.

동민: 청력이 떨어지다 보니 시각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입 모양을 보고 소통을 하다 보면 멀리 있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렇듯 청각 장애는 신체적 약점이기도 하지만, 시각예술 활동에 있어 장점이 되기도 한다. 시각에 집중해 다양한 색채를 작품에 담는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또는 전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환: 지난 2017년 아트랩 대전 ‘소수자를 바라보는 소수자’ 전시가 기억에 남는다. 대학교에서 성소수자 친구들을 만났고, 자립시설에서는 다양한 장애인들을 만났다. 이런 경험을 전시에 녹였다. 사회적 소수자로서 다른 소수자를 바라보며 느낀 수많은 형태의 소수자, 장애인 내부의 다양성을 담았다.

찬별: 대학교 졸업 전시가 기억에 남는다. 보통 졸업 전시에서 100호 캔버스를 사용해 그림을 그린다. 시야가 좁아 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어려웠다. 대신 손바닥 크기의 캔버스를 눈앞에 두고 그리는 작업으로 0호 캔버스 102개를 만들었다. 일상에서 접하는 풍경을 그렸는데, 이를 통해 나의 시각을 표현하고자 했다. 102개의 그림을 눈 모양으로 배치했다. 기억 속 풍경을 그림으로 남겨 다시 눈으로 돌아온다는 의미였다.

동민: 작년에 그린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남산서울타워부터 롯데월드타워까지 4m 폭의 그림을 그렸다. 아이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보고 만지는 여러 가지 감각 경험을 통해 작품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Q. 사회가 규정하는 신체적 한계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극복하고 있나.

환: 장애와 비장애는 공감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인권 운동사 중에 장애에 대한 인권의식은 인식의 변화가 가장 늦게 일어났다. 당시 장애가 받아들여진 이유는 전쟁에서 자신의 가족이 다치는 것을 보고 타인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라고 배웠다. 최근 재밌었던 경험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한 아이를 만난 일이다. 어머니께서 ‘아저씨 먼저 가야지’라고 일러주셨는데 아이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쏙 뛰어 들어갔다. 철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쯤, 아이는 안에서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문을 열어주려고 먼저 들어간 거였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찬별: 한계는 누구나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가능성을 한정 지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미술을 시작하면서 부딪혔던 부분은 ‘시각장애인이 시각예술을 어떻게 하냐’였다. 요즘은 이런 인식이 사라지는 추세지만 그래도 안타깝다. 이에 대한 답으로는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동민: 중학교 시절 왕따를 당해 말을 잘 못 했다. 그러나 예고로 진학하면서 여학생들 덕분에 말을 많이 하게 됐다. 여학생들과 수다를 떨다 보니 입이 풀린 것 같다. (웃음)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무뎌졌다. 택시를 타면 기사님께서 내 발음을 듣고 중국 사람이냐고 물어보시기도 한다. 그럴 때는 능청스럽게 중국어 몇 마디를 하는 등 재치 있게 상황을 풀어가고 있다. 보통 청각장애인은 경계심이 강하다. 반면 나는 비장애 학생들과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표현을 하는 것 같다.

Q. 오는 10월에 잠실창작스튜디오 주관으로 ‘장애와 비장애의 공존’이라는 주제의 포럼과 전시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이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환: <같이 있는 가치> 포럼, Project A 아동 멘토링 프로그램, 굿모닝 스튜디오X잠실창작스튜디오 전시가 준비돼 있다. 외부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공동창작 워크샵을 열어 비장애-장애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각기 다른 분야와 다른 감수성을 가진 작가들이 만나 어떤 시너지가 발생하고, 미래지향적인 고민을 나눌 수 있는지 도전하는 프로젝트다.

동민: 이번 워크샵의 주제인 장애와 비장애는 서로가 느껴보지 못한 부분들이다. 이런 부분을 같이 작업 해보면서 ‘같이’의 가치를 알리고 싶다. 사람들이 종종 장애인을 동정하여 도울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하도록 두는 것을 좋아한다. 장애, 비장애 예술인이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하며 공감을 함께 나누고 싶다.

Q. 앞으로의 창작 계획이 궁금하다.

환: 직접 경험하는 활동을 위주로 계획하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느끼며 숨 쉴 때 진정한 이해와 공감의 영역으로 다가갈 수 있다. 부딪치고 싸우는 상황을 마주하기 전과 후의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찬별: 도전하고 싶은 부분은 촉감으로 느낄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전시회에 가면 작품 훼손을 막기 위해 가까이 다가갈 수 없도록 선이 그어져 있다. 작품을 자세히 보고 싶어서 항상 그 선을 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질감을 활용해 만질 수 있는,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내고 싶다.

동민: 올해는 ‘야경’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림을 그렸다. 앞으로 더 다양한 주제로 활동을 해보려고 한다. 지난 2013년 열화상카메라를 가지고 모듈기법으로, 2014년엔 물의 표면과 기포를 그렸고, 2015년엔 1900년대 흑백 사진을 나만의 색감으로 재구성해 그림을 그렸다. 다양한 주제와 색감의 그림을 그려온 것처럼 앞으로도 작품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

Q. 마지막으로 같은 예술계 종사인과 예술 작품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 한 마디 부탁한다.

환: 『젊은 예술가들에게』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자신의 감각을 믿고 자신이 추구하는 길로 나아가라는 내용의 책이다. ‘당신이라는 예술가 한 명으로 인해 많은 이로움을 얻는 사람이 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던 책이라 굉장한 힘을 얻었다. 내가 힘을 얻었던 것처럼 그대들에게도 똑같이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찬별: 예술 작품을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작품의 의미는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만약 작가의 의도와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다면 미완성된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작품 속 나의 의도와 감상하는 사람들의 해석이 일치하는 때가 오길 바란다.

동민: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는 것 같다. 작품에만 집중하다 보면 힘든 일이 잊힌다. 이런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또한 같은 예술계 종사인에게는 자신만의 스타일과 그림 기법을 연구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 김환 작가의 『창문틀 no.10 제주공항』
▶▶ 전동민 작가의 『광화문야경』

잠실창작스튜디오 세 명의 입주 작가 외에도 예술을 사랑하는 장애예술인이 많다. 잠실창작스튜디오 밖의 우리나라의 장애예술인은 약 1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장애인복지계에서도 예술계에서도 소외돼 장애인예술정책이 거의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원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장애예술인도 원활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법안이 통과됐다. 지난 5월 20일 통과된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은 장애예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촉진하고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다. ‘장애’와 ‘예술’이 더 이상 낯선 조합이 아니게 되는 날을 기대한다.

*방귀희(2013)의 박사학위 논문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 경험에 관한 연구」 에서 인용

글 변지후 기자
wlgnhuu@yonsei.ac.kr
이연수 기자
hamtory@yonsei.ac.kr
<사진제공 잠실창작스튜디오>

변지후 이연수 기자  wlgnhu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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