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판을 바꾸는 사람들-②] 4學 4色 노학연대 이야기

대학 공간이 쾌적하고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매일같이 힘쓰는 이들이 있다.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학내 노동자들이다. ‘대학판을 바꾸는 사람들’ 두 번째 이야기로 학내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노학연대 단체들을 만나봤다. 『The Y』는 노학연대 프로젝트 ‘나침반’에서 활동하는 서울대, 숙명여대, 연세대, 홍익대 총 네 개 학교의 단체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노동자, 학생 등 학교 구성원 모두가 사람 그 자체로 대우받는 그날까지”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아래 비서공)은 노동자,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논리를 넘어 사람 그 자체를 대우하는 서울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서공은 이를 위해 노학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학연대를 통해 학생은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생활을, 노동자는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서공은 “학생은 편안한 일상 유지를 위해 노동자가 필요하다”며 “노학연대를 통해 노동자들의 인간답게 일할 권리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 여건은 열악하다. 지난 2019년 8월, 서울대 302동 노동자 휴게실에서 청소 노동자가 사망했다. 폭염으로 무척 더웠지만 노동자 휴게실에는 에어컨 하나 없었다. 이를 두고 비서공은 “대학 본부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비를 절감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며 “이러한 대학에서는 학생도 비용 절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서울대 일부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노동자들은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며 노동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전환 이후 근속 연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생활하기 적절한 수준의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비서공은 “대학 본부에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재정을 확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는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어려움이 되고 있다. 비서공은 “코로나19 이후 학교 본부는 생활협동조합 매장 운영 시간을 줄이고 노동자들의 수당을 삭감했다”며 “생활협동조합 직영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이 제한적인 요즘 비서공은 카드뉴스 제작에 힘쓰고 있다. 카드뉴스를 통해 직종별로 각기 다른 노동자의 처우를 학내에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코로나19로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을 위한 비서공의 치열한 움직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숙명여대 노동자와 연대하는 만 명의 눈송이, 만년설
“만 명의 눈송이들이 만년설처럼 녹지 않는 투쟁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숙명여대 노동자와 연대하는 만 명의 눈송이, 만년설

 

만년설은 지난 2017년 7월,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단체협상 투쟁에 연대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만년설은 “투쟁 현장에서의 연대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학생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에 주목한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진행한 ‘인권 가이드라인’ 제작 사업이 대표적이다. 인권 가이드라인은 혐오 표현 및 2차 가해에 대해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한 책자로 여성, 성 소수자, 나이 권력, 장애 등의 의제를 다뤘다. 만년설은 “삶의 배경과 가치관이 서로 다른 노동자와 학생 사이의 이해 부족은 노학연대를 어렵게 만든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소통이 중요하다”고 노동자 대상 인권 가이드라인을 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만년설은 가이드라인에 담긴 인권 의제들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간담회, 세미나 등의 일상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만년설은 “‘모두가 평등한 숙명’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모든 이들이 평등한 관계 속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연대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숙명여대 노동자들에게도 코로나19는 어려움을 안겼다. 만년설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마스크를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위험한 환경에 처했다”며 “현재는 많은 학교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고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만년설은 “대학은 재난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내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동자들이 더 나은 일터에서 일할 수 있을 때까지 만년설의 외침은 결코 녹지 않을 것이다.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투쟁은 우리 주변에 있는 존재들이 마땅히 권리를 행사하는 것”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비정규 공대위)는 일반 학생들과 각종 자치단체, 학회, 동아리들의 연대체다. 지난 2008년에 출범한 이래로 학내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꾸준히 연대하고 있다. 최근 비정규 공대위는 청소용역 하청업체 코비컴퍼니 퇴출을 요구하는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코비컴퍼니는 지난 2019년부터 부당업무 지시, 근로기준법 미준수 등 ‘갑질’ 논란이 일었던 용역업체다. 최근에는 소속 청소노동자를 부당 해고했다는 논란도 일었다.

연세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4년에 국제캠 송도학사 미화·경비노동자들의 계약만료 문제가 불거졌고, 2018년에는 신촌캠 청소·경비노동자 정년퇴직자 미충원 문제가 격한 대립을 불러오기도 했다. 비정규 공대위 활동가 이연재씨는 “연세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반복되는 원인은 원청인 학교 당국의 관리·감독 의무 불이행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상황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노사협상도 코로나19를 핑계로 계속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 공대위 활동을 하며 이들이 겪은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씨는 “학내 문제를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며 “학생사회 내 탈정치화 현상이 짙어져 학내 사안에 무관심한 경향이 크다”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유씨는 “투쟁은 우리 주변의 존재들이 마땅한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노학연대의 목표라고 말했다. 비정규 공대위는 우리 일상에 스민 여러 노동자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그들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 내고 있다.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모닥불'
“노동자가 자신들의 요구가 정당하다는 것을 느끼고 자신감 얻을 수 있도록”

 

▶▶홍익대학교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모닥불

 

모닥불은 홍익대 노학연대 단체다. 모닥불은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학생들의 교육권을 개선하기 위한 연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손에 잡히는 성과도 이뤄냈다. 지난 2019년 교내에 무인경비 시스템이 도입되며 경비실 여러 곳이 사라질 뻔한 위기를 막아낸 것이 대표적이다. 모닥불은 “경비실이 폐쇄되는 곳마다 학생 사고의 비율이 증가했다”며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학교 측에 경비실 폐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노동조합과 함께 협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학생회관, 기숙사 등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건물의 경비실 폐쇄를 막아냈다. 이번 학기에는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 노동조합 설립 10주년을 맞아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등의 기념사업도 준비 중이다. 모닥불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시민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며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의미 있다”고 활동의 의의를 밝혔다.

모닥불은 학교와 용역업체 측이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며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모닥불은 “청소 노동자의 휴게실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며 “경비 노동자의 경우에도 경비실 폐쇄와 인력 감축으로 노동 강도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4월에는 20여 년을 근무한 중앙도서관 경비노동자가 과로로 인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기도 했다. 모닥불은 “문제의 핵심은 학교 당국이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용역업체를 낀 채 간접 고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들은 “학생과 노동자는 학교 구성원으로서 연결돼있는 관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전했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정규직화가 이뤄지면 업무의 효율성과 완성도도 높아져 학생들의 행복도 높아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모닥불은 “집회나 시위만이 연대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것도 연대의 일종”이라며 학생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글 변지후 기자
wlgnhuu@yonsei.ac.kr
송정인 기자
haha2388@yonsei.ac.kr

<사진제공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숙명여대 만년설, 연세대 비정규 공대위, 홍익대 모닥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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