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탈정치화론·보수화론, 이대로는 안 된다

 

과연 오늘날의 청년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존재일까. 20대 탈정치화론·보수화론의 허점이 무엇인지 『The Y』가 짚어봤다.

 

20대 탈정치화,
일리 있는 주장인가

 

2000년대 초반부터 존재했던 20대 탈정치화론은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이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진보 세력을 중심으로 한 기성세대들이 청년은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20대는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이 반복됐다. 2010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대 정치의식 특성과 정치성향의 형성경로」에서는 20대는 다른 세대와 비교했을 때 물질주의적이고, 기존 정치에 순응하는 성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20대를 탈정치화된 존재로 규정하고, 그 원인을 자신들의 경제적 생존에만 관심을 갖는 물질주의적 특성에서 찾은 것이다. 또한 지난 2017년에 한국의회학회에서 발표된 ‘국민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정당제도 개선방안 연구’에서도 “청년·청소년들은 상대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로서 전통적 유형의 정치참여가 저조하다”고 언급됐다. 이처럼 탈정치화는 20대를 규정짓는 하나의 시각으로 자리매김했다.

20대의 투표율 저조가 20대 탈정치화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20대의 투표율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율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20대 투표율은 52.7%인 반면 50대 투표율은 60.8%, 60대 투표율은 71.7%였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20대 투표율은 76.1%인 반면 50대 투표율은 78.6%, 60대 투표율은 84.1%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대의 저조한 투표율을 문제 삼을 순 없다고 이야기한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연구원은 “20대 투표율 저조는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한 개인의 투표율은 정치사회화 과정에서 생애주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한다”고 분석했다.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전까지는 국가 정책의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아 선거권을 행사할 유인이 떨어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정부 정책과 이해관계가 깊어지며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서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20대와 5, 60대의 투표율 차이는 뉴질랜드, 영국 등과 비교했을 때 크지 않다”며 “우리나라 청년들이 유독 탈정치화가 심하다는 주장엔 동의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나아가 20대 탈정치화론은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가린 채 모든 책임을 청년들에게 전가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청소년 대상 정치 교육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고등학생들의 정치참여욕구 및 정치참여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치교육 경험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모의 대통령선거 경험은 4점 만점에 1.73점, 모의 국회의원선거 경험은 4점 만점에 1.6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체계적인 정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독일은 만 18세 미만 청소년들이 연방의회 선거 등에서 실제 정당과 후보를 대상으로 모의 투표를 실시하는 ‘유니어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정당 및 선거에 대해 교육하며, 각 현의 선거관리위원회와 협력해 학교 강당에서 모의투표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정치참여에 익숙해질 수 있다. 그러나 정치와 단절된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청년이 된 후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쉽지 않다. 서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는 ‘학생들은 공부나 해라’, ‘정치에 관심 가지다 성적 떨어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며 “청소년기까지는 정치에 관심 갖지 못하게 하다가, 갑자기 선거를 비롯한 정치 활동에 참여하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전했다.

그런데도 20대 탈정치화론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성세대의 정치관과 20대의 정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기성세대는 ‘민주 대 독재’라는 단일 전선과 양당체제가 견고하게 유지된 시기에 정치관을 학습했지만, 20대는 그렇지 않다. 서 연구원은 “지난 2004년, 정의당의 전신 격인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 녹색당, 여성의당 등 다양한 정당이 생겨났다”며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다양성을 중시하고 공존이라는 규범에 익숙하다”고 진단했다. 즉, 정치참여 세력과 유형이 다양화된 오늘날의 모습이 기성세대의 눈에 ‘탈정치’로 비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보수화된 20대,
‘신 안보세대’와 ‘이남자 현상’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탈정치화론에 더해 20대 보수화론이 등장했다. 과거와 달리 20대가 보수적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통일부 정책연구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젊은 층의 안보 의식은 ‘안보 불감증’으로 특징돼왔다. 반면 지난 2010년 「한겨레21」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20대 응답자의 약 70%가 ‘대북 정책을 강경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치권은 이처럼 이전과 다른 안보의식을 지닌 20대를 ‘신 안보세대’라고 규정했다.

‘신 안보세대’라는 용어는 북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곧 보수적인 것이라는 등식을 전제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청년세대에게 북한에 대한 태도와 진보·보수 성향은 직접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는 “새로운 진보는 통일을 통한 민족적 정체성 찾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진보 안에서 분리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반북 성향은 곧 보수적이라는 전통적인 이념의 틀에서 새로운 ‘반북 진보’의 모습은 조명되기 어렵다. 서 연구원은 “2010년대 20대가 북한에 부정적 입장을 지니게 된 배경은 이념이 아닌 맥락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20대는 성년이 돼 목격한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을 통해 북한에 대한 태도를 형성했다. 이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협력적 남북관계를 경험하지 못했다. 더불어 서 연구원은 “청년세대의 이념을 가르는 축은 새롭게 형성 중”이라며 “더 이상 북한에 대한 태도는 이념을 가르는 축이 될 수 없다”고 전했다.

‘신 안보세대’로 대표되는 20대 보수화론은 2016년이 되자 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에 많은 20대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 실종됐던 20대 보수화론이 다시 포착되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급감했다는 통계 자료가 나온 이후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보수 성향이 가장 짙다고 평가되는 60대 남성보다 20대 남성이 문재인 정부에 더 부정적이었다. 정치권과 언론은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지적하며, ‘이남자(20대 남자) 현상’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를 두고 서 연구원은 “10년 사이 보수에서 진보로, 또 금방 보수로 이념이 쉽게 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는 담론의 양상 자체가 20대 보수화론의 어폐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김선기 연구원은 “현 정부와 민주당이 진보의 이념을 독차지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문재인 정부의 낮은 지지율과 보수화를 연관 짓는 이남자 현상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지 정당에 기반한 이분법적인 구도로 이념 성향을 판단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김 연구원은 20대의 정치성향을 진보 혹은 보수로 규정하는 것 자체도 문제라고 말했다.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과거의 20대는 이른 시기에 정치사회화 과정을 거쳐 뚜렷한 정치성향을 지닐 수 있었지만, 오늘날의 20대는 정치성향을 정하지 못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김 연구원은 “미결정 상태에 놓인 20대를 진보 혹은 보수로 규정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라고 전했다. 신 안보세대부터 이남자 현상까지 20대 보수화론은 기성세대의 역사적 경험과 이념적 틀 속에서 규정된 것이다.

 

왜 ‘20대’인가

 

20대 탈정치화론, 보수화론은 20대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라기보다는,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20대를 규정한 것에 가깝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청년과 관련된 담론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 연구원은 정치권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청년을 호명해왔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지난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대선, 총선, 지방선거에서의 청년 공약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중앙선거보다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 계열보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더 많은 청년 공약이 제시됐다. 지방 소멸의 위기와 국민의힘 계열 지지층의 고령화에 따른 지지기반 불안정이 청년 공약으로 이어진 것이다. 서 연구원은 “기성세대가 해결할 수 없는 난제들이 생길 때마다 희망과 미래의 담지자로서 청년이 호명됐다”고 말했다. 보수정당이 위기탈출을 위해 청년세대를 찾은 것이 20대 보수화론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탈정치화론 또한 정치권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적됐다. 문화사회연구소 강남규 연구원은 “민주당의 19대 총선 승리를 기점으로 20대가 정치적으로 무관심하다는 비판이 약해졌다”며 “386세대가 충분한 권력을 획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집권했던 시기에 민주당은 진보적이라고 여겨지는 청년의 도움이 절실했는데, 이에 따라 탈정치화론으로 청년을 호명했다는 것이다.

20대 탈정치화론, 보수화론은 20대를 무력한 존재로 재단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이상우(21)씨는 “기성세대가 일방적으로 담론을 펼치고, 20대에게 이를 이뤄내라거나 수용하라는 식”이라며 “20대의 이야기는 들어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계몽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씨는 보수화론이 “다차원적으로 형성되는 20대의 정치성향을 일차원 수직선 위에 위치시키는 것”이라며 “이는 20대를 기존 체제에 귀속시킨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임재우(21)씨도 “어느 정당이라도 20대의 자유로운 삶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면, 20대는 그 정당을 향해 움직일 것”이라며 기성 정치권이 20대를 능동적인 존재로 여길 필요가 있음을 전했다.

 

20대 탈정치화론·보수화론은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청년들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 이는 청년들을 정치적으로 타자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다양한 시각에서 청년 정치를 살펴보고, 청년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글 김서하 기자
seoha0313@yonsei.ac.kr
이연수 기자
hamtor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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