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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과 ‘육아’, 두 마리 토끼 잡고 싶어요미흡한 대학원생 출산·육아 지원제도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0.09.20 20:09
  • 호수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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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워킹대디’를 위한 국가와 기업의 출산·육아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연구와 육아를 병행하는 ‘스터딩맘’, ‘스터딩대디’에게 이는 여전히 멀기만 한 이야기다.

노동자나 다름없는데…
울상 짓는 ‘스터딩맘’

대학원생 대다수는 학생인 동시에 연구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다. 지난 2018년 한국연구재단이 대학원생 2천3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행정적 업무 과다(25.5%), 연구와 과제 병행에 따른 시간 부족(17%) 등으로 고충을 겪는다고 답했다. 이처럼 대학원생은 ‘학생’과 ‘노동자’의 경계에서 연구뿐 아니라 행정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노동자에게 기본적으로 보장되는 출산 및 양육에 대한 지원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정부는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부모를 위해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부모휴가제 ▲유연근무제 등을 포함하며, 부모 직장인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러나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대학원생은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 2016년 발표된 교육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여성 대학원생 중 43.3%가 우리나라 평균 출산 연령인 32.4세 이상이었다. 출산 및 육아가 대학원생의 실질적인 고민임을 고려할 때, 유자녀 대학원생을 위한 지원제도가 거의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대학원생은 육아휴직 대신 육아 휴학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현행법상 대학원생은 「임신·출산·육아 대학(원)생에 대한 대학의 모성 보호 강화 방안」에 따라 1년의 휴학을 보장받으며, 이는 재학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 송초롱 위원장은 “실제로 육아 휴학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거나 육아 휴학 기간을 총 휴학 연한에서 제외하지 않는 학교가 많다”며 “이로 인해 출산·육아와 학업·노동을 병행해야 하는 대학원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대학원생들이 연구 노동과 가정생활 사이에서 택일의 고충을 겪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림의 떡’ 육아 휴학
현실 속 고충을 짚어보다

현재 육아 휴학 제도의 문제로 ▲연구실 내 부정적 인식 ▲대체인력 부족 ▲급여 미지급 등이 제기된다. 서강대 손민정(중문·석사4학기)씨는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기본적인 휴학 제도만 갖춰져 있을 뿐, 그 이상의 어떠한 것도 보장받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부모 학생을 위한 임신·출산·육아 휴학제도가 도입된 지 약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학원생은 육아 휴학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 연구실은 지도교수와 대학원생 간의 수직적 관계가 형성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연구실에서는 휴학 사용이 지도 교수의 재량에 의해 좌우된다. 국민대 대학원 식품영양학과에 재학 중인 A씨는 “수직적인 연구실 분위기 속에서는 임신 사실을 알리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라며 “제도적으로 대학원생의 출산·양육 환경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실 인력 공백에 대한 부담 또한 문제다. 대학원생의 경우, 직무 특성상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씨는 “연구 인력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어려워 대부분의 연구실은 임신·출산에 부정적인 분위기”라며 “지도 교수에 따라 출산·육아 휴학의 사용이 추후 연구 배제 등의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와 젠더다양성특별위원회(ESC)가 임신 경험이 있는 국내 이공계 연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신부 연구자 실험환경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4%가 ‘연구실에서의 임신이 일반적 근로 환경에서의 임신보다 심적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출산·육아 휴학 기간의 급여 미 보장 또한 육아 휴학의 사용을 어렵게 한다. 송 위원장은 “육아 휴학으로 인해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도 불가피한 상황에는 연구실에 나와 업무를 수행하는 대학원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업이나 국가기관의 경우, 육아 휴직 기간 동안 일정 금액 이상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학생 연구자는 이러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손씨는 “개인이 모든 부담을 지는 구조는 모순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육아 휴학 중에도 틈틈이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육아비 보조 등의 형태로 일정 수준의 지원이 제공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 연구원 위한
실질적 지원제도 필요해

이처럼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사용이 쉽지 않자, 육아휴학 제도는 무용지물이 됐다. 이에 유자녀 대학원생이 마음 놓고 출산·육아 휴학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우선 대학원생의 노동자성 인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한형진 사무관은 “근로기준법상 대학원생이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노동자성이 법적으로 인정돼야만 일·가정양립지원제도의 대상에 포함돼 관련 혜택·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성이 인정되면 고용노동부의 ‘대체인력뱅크’ 제도 등을 통해 대학원생의 출산·육아 휴학 부담을 덜 수 있다. 대체인력뱅크는 각 기관별로 출산·육아 휴직 등에 의한 결원이 예상되는 직위에 대해 적합한 예비 대체인력을 선발해 한시 임기제로 임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인력뱅크 대상 업종은 초중고 교사, 대학 교직원 등에 한정돼있다.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전상현 사무관은 “대체인력뱅크를 포함한 고용노동부의 모든 정책은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며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이 인정된다면 해당 사업 대상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원생은 단순 노동 인력이 아닌 연구프로젝트 참여자라는 점에서 완전 대체는 불가능하지만, 이공계열 연구실의 경우 실험 활동 등에 있어서 해당 제도를 활발히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출산·육아 휴학 기간 지원금 지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송 위원장은 “대학원생 조교 및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육아 휴학 기간 중 고용안전 장려금과 같은 일정 수준의 생계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자성의 인정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출산·육아와 학업 병행 시 일정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교육기본법」 제17조 제3항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임신 중이거나 영유아를 양육하는 학생이 학업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안을 발의했다. 카이스트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출산육아지원금 제도’를 도입해 육아 휴학 중인 학생에게도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송 위원장은 “이와 같은 사례가 다른 대학으로도 확산돼야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법률상으로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이 실질적으로 육아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으려면, 휴학이 끝나고 학교에 돌아온 후에도 지원이 필요하다. 송 위원장은 “각자의 생애주기에 따라 연구를 지속하면서도 육아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그 책임은 대학과 교육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 차원에서 대학원생의 출산과 육아를 배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 일환으로 ▲학점당 학비 산정제 ▲임산부·영유아 휴게공간 마련 등이 제시된다. 양육자인 학생의 경우,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연구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학기당 학비를 일괄 산정하는 방식이 아닌 학점당 학비를 산정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육아 휴학 후 연구실로 복귀한 유자녀 대학원생을 위해 대학 내 수유실 등 보육을 위한 휴게실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부모’와 ‘대학원생’의 지위를 함께 취득하는 길은 험난하다. 지난 2019년 기준 전국 총 31만 9천240명이 대학원에서 공부하거나 일했다. 고학력 시대, 대학원생의 결혼·출산·육아를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미래를 이끌어갈 인력으로 성장할 대학원생이 출산·육아의 짐을 홀로 떠맡은 채 연구 활동을 포기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이현주 기자
taen21200@yonsei.ac.kr

그림 민예원

이현주 기자  taen2120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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