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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교도소, 그들이 ‘법’이 아닌 ‘사적 제재’를 택하는 이유제2의 디지털교도소 막기 위해 사법체계 보완 필요해
  • 정영은 기자
  • 승인 2020.09.20 20:06
  • 호수 1858
  • 댓글 2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지난 3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우리나라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주범 용의자,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청원은 각각 271만 명, 202만 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신상공개에 대한 요구가 빗발친다. 그러나 범죄자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때마다 천차만별’인 신상공개 제도
흉악범죄에 떠는 국민

현재 우리나라에서 범죄자 신상공개는 법률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지난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요구가 커지며 2010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다. 해당 법률에는 범죄자 신상공개의 기준이 명시돼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 제2항은 ▲특정강력범죄사건 ▲충분한 증거 ▲공공의 이익 ▲청소년이 아닌 경우 4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할 때 신상공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어금니 아빠 사건’의 이영학, ‘전 남편 살해사건’의 고유정 등이 이에 의거해 신상이 공개됐다.

범죄자 신상공개를 원하는 국민적 여론은 강하다. 지난 2018년 빅데이터 분석 업체 ‘인데이터랩’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여자 999명 중 95.9%가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에 동의했으며, 반대는 2.6%에 불과했다. 인천에 사는 윤모씨는 “흉악범죄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분노와 두려움을 느낀다”라며 “신상공개를 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신상공개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 또한 범죄자 신상공개의 필요성에 동의한다.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오윤성 교수는 “신상공개는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줘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제도는 국민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신상공개제도가 처음 시행된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신상이 공개된 범죄자는 21명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신상공개가 결정된 이유는 모호하다. 지난 2016년 경찰은 수락산 등산객 살인사건 피의자 김학봉은 신상을 공개한 반면 비슷한 시기 벌어진 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는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두 사건 모두 ‘묻지마 살인’이었고 수법 또한 비슷했기에 신상공개 결정이 일관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제도적 결함 때문이다. 신상공개 여부는 지방경찰청별로 설치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다. 7명의 심의위원은 정신과 의사, 변호사 등 외부전문가 4명과 경찰 위원 3명으로 구성된다. 경찰인재개발원 장재성 교수요원의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의 법적 문제와 개선 방안’에 따르면 외부위원을 경찰이 선정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진다. 심지어는 위원회를 소집할지 여부도 자의적으로 정해지고 있다. 사건을 담당하는 지방청 과장이나 부장 등이 신상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위원회에 회부한다.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오세연 교수는 “관련 법에서 정하는 신상공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이 경우 피의자 신상이 공개되는 과정에서 판단의 자의성과 비일관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민간에 의한 디지털교도소 ‘박제’
부작용도 심해

▶▶'디지털교도소' 캡처 화면. 디지털교도소에는 피의자의 얼굴, 이름, 전화번호, 집주소 등 세세한 신상정보가 공개된다. 게시물에는 신상공개된 자, 정부, 사법부에 대한 비판의 댓글이 이어진다. 손정우의 신상공개 게시물에는 지난 19일 기준 1천69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에 지난 5월 ‘디지털교도소’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설립됐다. 디지털교도소는 성범죄자, 강력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설 웹사이트다. 운영자는 “대한민국의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고 밝혔다. 범죄자의 신상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에 민간에서 직접 신상공개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해자로 지목된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신상이 공개됐다.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故 최숙현 선수 폭행 가해자 또한 이곳에 ‘수감’됐다.

하지만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공익을 이유로 하더라도 신상정보 공개를 통한 사적 제재가 정당하냐는 것이다. 오세연 교수는 “디지털교도소 등 사적 제재에 의한 신상공개는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며 “공익을 위한다는 이유로 디지털교도소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교수요원 또한 “민간 차원의 신상공개는 부정확한 정보일 수 있고 악용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엉뚱한 사람을 가해자로 지목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채정호 교수는 n번방 사건의 가해자로 몰려 신상이 공개됐다. 경찰 수사 결과 이는 모두 허위사실로 밝혀졌다. 하지만 그동안 채 교수에게 가해진 비난과 오명은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채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하루에 최소 100통씩 전화가 와 휴대폰을 끄고 잘 수밖에 없었다”며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5일에는 디지털교도소에 ‘지인 능욕’을 했다며 신상정보가 올라왔던 고려대 재학생 A씨가 숨졌다. 디지털교도소에는 그의 사진, 이름, 학과, 전화번호 등의 신상이 공개됐다. 생전 A씨는 고려대 학내 커뮤니티에 “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디지털교도소 측은 “음성파일을 피해자와 주변 지인들에게 확인한 결과 ‘A씨가 확실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거짓 주장에 절대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A씨의 신상은 디지털교도소에 공개돼있다. 현재 이에 대해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디지털교도소는 A씨에게 반론권을 주지 않고 ‘즉결처분’했다.

A씨 사건으로 인해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사이트 접속이 일시적으로 차단됐다. 하지만 곧 운영이 재개됐다. 지난 1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디지털교도소를 강제 폐쇄하지 않고, 불법 정보 17건에 대해서만 접속차단 조치를 의결했다. 사이트 전체 차단에 반대한 심영섭 위원은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면 얻는 이익보다 그냥 둠으로써 공적인 이익을 얻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교도소 2기 운영자는 “이대로 사라지기엔 너무나 아까운 웹사이트”라며 “앞으로 법원 판결, 언론 보도자료 등 확실한 증거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신상 공개를 약속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이 계속되는 것에 관해 우려를 표한다. 우리나라는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근거하여 범죄자를 처벌하는 법치주의 국가다.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또한 공권력에 의해 이뤄져야만 한다. 장 교수요원은 “법률에 근거 없이 개인이 정의롭다고 판단해 임의로 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디지털교도소 원인은 법 집행에 대한 불신
해결책은 일관성과 소통

한편, 디지털교도소는 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있다. 윤모씨는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피해자의 고통에 비해 너무 관대하다”며 “범죄자만을 보호해준다는 생각이 들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에 관한 종합 연구’에 따르면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58.3%였다. 오세연 교수는 디지털교도소에 대해 “사법기관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쌓인 결과”라며 “이에 국민들이 직접 사회적 재판을 해야겠다는 발상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오윤성 교수는 “개인은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국가에 위임한 것”이라며 “국가의 처벌에 국민의 법 감정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요구와 동떨어진 판결을 지속적으로 하면 제2, 제3의 디지털교도소는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 국민이 사적 제재에 나서지 않고 국가의 결정에 수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방안으로는 ▲신상공개 요건의 구체화 ▲신상공개위원회의 개편이 제시된다. 우선, 신상공개 요건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은 신상공개의 요건으로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국대 경찰·범죄 연구소 이병도 연구원은 ‘경찰의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한 비판적 소고’에서 “어떠한 수단이 잔인한 수단의 범주에 포함되는지는 자의적 판단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며 “피해의 중대성에 물질적 피해나 정신적 피해도 포함하는 것인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중대한 피해의 정도의 기준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또, 신상공개위원회를 상설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신상공개위원회는 사건 발생 시 소집되는 임시 위원회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장 교수요원은 “판단의 연속성과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피의자의 신상공개 결정을 전담하는 위원회의 신설을 통해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의 법 감정과 양형 사이 괴리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오윤성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양형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의 형량은 1년 6개월에 불과했다. 미국 텍사스주의 리처드 그래코프스키가 아동성착취물 1건을 수령하고 소지한 혐의로 징역 5년 10개월, 보호관찰 10년 형을 받은 것과 대조된다. 오윤성 교수는 “낮은 양형에 국민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고형량은 형법에 규정된 법정형을 기준으로 여러 양형기준을 종합해 결정된다. 일례로 성범죄 양형기준은 진지한 반성, 사회적 유대관계, 피고인의 평판 등이다. 이에 대해서 법관의 자의적 판단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심신장애에 대한 명확한 구별 기준이 없어 법관이 의학적 평가와 범행 상황 등을 고려해 피의자의 책임능력을 자의적으로 판단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법관이 성범죄의 양형을 판단하는 과정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감경이 더 쉽다”고 지적했다.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형량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선고되고 있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법 감정과 양형기준 간 괴리감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새로 마련된 것이 그 사례다.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는 양형기준의 부재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에 지난 15일 양형기준위원회(이하 양형위)는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에 대해 기본 5~9년, 가중처벌할 경우 7~13년 형을 선고하도록 권고했다. 13세 이상 청소년을 강간했을 때의 기본 5~8년, 가중처벌 6~9년보다 더 높은 기준이다. 양형위는 “디지털성범죄 특성상 피해가 빠르게 확산해 피해 복구가 어렵다는 점에서 엄정한 양형기준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양화된 범죄 유형과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하는 양형기준이 설정돼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사법판결은 가해자에게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무부의 ‘2020 성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일어난 7만 4천956건의 성범죄 사건 중 징역 선고를 받은 비율은 26.1%에 불과하다. 법적인 영역에 대한 사적 제재는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디지털교도소가 관대한 처벌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글 정영은 기자
eh5586@yonsei.ac.kr

정영은 기자  eh558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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