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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그린벨트 해제에 관한 학우들의 의견당장 보이지 않는 가치에 무게를 두는 이유
  • 엄지현(SDC·19)
  • 승인 2020.09.20 20:01
  • 호수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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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현
(SDC·19)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주거복지 안정화’를 약속했던 대통령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주택공급확대TF 회의에서 서울시 개발제한구역(아래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가 거론됐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서울시는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며 ‘해체 없이 온전히 보존’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여권 인사들 간에도 혼선이 있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해 계속 보존해 나가야 한다”라고 발표하며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부족한 주택공급 물량 확대를 위해 태릉 현 골프장 용지 등 국공립 시설 용지를 최대한 확보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사실상 그린벨트 해제에 관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1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개발제한구역이 규정된 후, 8차례에 걸쳐 서울을 비롯한 14개 도시권이 지정됐다. 이후 정부는 수차례 부동산 시장 안정의 해답을 그린벨트에서 찾았다. 그린벨트 해제는 정부와 지자체의 협의를 통해 이뤄지기에, 사업 추진이 빠르고 짧은 기간 내 주택공급이 쉽다는 이유 때문이다. 은평뉴타운, 보금자리주택지구 등의 사업이 그 예다. 개발이 계속될 때마다 전국의 그린벨트는 점점 협소해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는 초기 지정 면적 5397.1㎢의 71.7%인 3846.3㎢만이 남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법률에서 규정하는 개발제한구역의 의미를 살펴보면,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해,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의 개발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정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내 그린벨트는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주변 위성도시와 서울 도심 간의 완충 지대 역할은 물론,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본질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주택공급이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이뤄진다면 도심에 다시금 인구와 생활편의시설이 집중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미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에 더 큰 환경적 부담을 주는 선택이 되리라는 것도 법률이 말하는 바와는 모순된다. 본래 법률이 수호하고자 하는 두 목적이 유효하지 않다면 그에 타당한 근거가 필요하다.

그린벨트가 해제된다고 해도 정책의 예상대로 실수요자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고려가 요구된다. 6·17, 7·10, 8·4 대책을 연이어 발표하며, 정부는 저렴한 가격으로 무주택자,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적은 자산 규모라는 취약성을 가진 이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이 핵심이 된다. 분양 방법부터 심도 있는 토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투기 광풍이 불어올 것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지난 정책들의 불확실성이 계속해서 서울 도심과 주변 신도시의 집값을 올렸다. 그린벨트가 희생양이 될 수 없듯, 현 부동산 시장도 그러하다.

서울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노후화된 아파트와 멸실 주택이 늘비한 곳이 적지 않게 보인다. 도심에 더 가까워질수록 각종 편의를 즐길 수 있기에, 젊은 사람들이 떠난 동네마다 나이 든 노인들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서울기술연구원은 서울 건축물 중 49.5%가 이미 사용 연한 30년을 초과했으며 앞으로 5년 이내에 사용 연한 30년을 초과하는 건축물 비율이 65.8%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쩌면 그린벨트 바깥의 구도심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순간이 바로 지금일지도 모른다. 계속된 새집 공급이 아닌, 구도심을 적극 재개발·재건축해 도시 특성을 살리고 재유입을 유도하는 유인책을 논의해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서울 외 다른 지역에도 눈을 돌려 균형적으로 발전을 이뤄나갈 방법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환경의 가치는 충분한 평가가 이뤄지기 어렵다. 환경 그 자체가 갖는 가치보다 개발을 통해 얻는 경제적 가치가 비교적 계산이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린벨트가 존재함으로써 얻는 각종 환경·경제·사회적 편익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편익을 쉽게 지각하지 못하리라는 것 또한 인정해야만 한다. 서울시는 서울 내 그린벨트가 ‘개발의 물결 한가운데에서도 지켜온 마지막 보루’이기에 이를 온전히 보전할 것을 강조했다. 그간 서울시가 지키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환경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중요한 유산이자 보험이다. 당장 표면에 드러나지 않지만 내포돼있는 그린벨트의 가치를 우리는 등한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엄지현(SDC·19)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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