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블루'가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를 강조하는 한국 문화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고립감과 외로움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게다가 경제 사정이 악화돼 청년층의 취업 불안과 자영업자의 폐업 위기, 직장인의 해고 위협 등까지 겹쳐 위험 상황을 가중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정신보건 위기를 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의 8월 재유행 이후 정신건강 관련 정보 문의는 4배, 심리상담 건수는 1.8배 증가했다고 한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접수된 보건복지부 자살 예방 상담 전화 건수는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정도 늘었다.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어렵다고 한다.

코로나 블루가 자살 증가 위험을 높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개연성은 충분하다. 영국의 전직 경찰서장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인 후 격리 생활을 하다가 자살했고, 호주에서는 자녀의 출산을 기다리던 예비 아빠가 코로나19로 실직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와 유사한 과거 통계도 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만연했던 홍콩에서는 노인 자살률이 3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전년보다 인구 10만 명당 5명의 ‘초과 자살자’가 생겼다.

코로나19의 조기 종식 희망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의 ‘버티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 재난이나 경제 위기가 올 때마다 우울증이나 자살률이 반드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위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코로나19의 여파가 사회적 고립, 집단 우울증, 자살률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심리방역에 더욱 힘써야 한다.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굴해 선제적인 심리 검사와 치료를 지원하고, 계층과 대상, 그리고 위험 단계에 맞는 빈틈없는 대책을 마련해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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