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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남북문제와 한국학
  • 김우형 연구교수(근대한국학연구소·동양철학)
  • 승인 2020.09.20 20:01
  • 호수 1858
  • 댓글 1
김우형 연구교수
(근대한국학연구소·동양철학)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은 전 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높인 사건으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개회식의 절정인 성화 점화식에서 남북 단일팀을 이룬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의 두 선수가 공동으로 성화를 최종점화자에게 전했는데, 막판까지 베일에 싸여있었던 최종점화자는 김연아 선수였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전 세계를 감동시킨 김연아는 합계점수 228.56점으로 2등 아사다 마오(205.05)를 큰 격차로 따돌리며 금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달항아리 모양의 성화대에서 미니 공연을 마친 김연아는 남북 두 선수로부터 전해 받은 성화로 얼음 기둥에 불을 붙여 점화했다. 하늘에서 폭죽이 터지고 드론이 오륜 마크를 연출하는 깜짝쇼가 피날레를 장식하는 듯했다. 그러나 감동적인 장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으로 입장하자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고, 문재인 대통령은 좌석에서 일어나 북한에서 내려온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악수를 나눴다. 이 광경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고 당시 귀빈석에 있었던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수십 명의 해외 귀빈들은 이를 직접 목격했다. 평창올림픽으로 인해 남북교류는 물꼬를 텄다.

이에 대해 해외언론은 대서특필했다. 그중 AP통신은 “분노와 의혹, 유혈로 갈라진 한반도에서 동계올림픽이 개막했다”면서 예상치 못한 통합의 모습으로 남북한이 평화의 불꽃 아래 나란히 앉았다고 평했다. AP통신의 헤드라인에 사용된 단어들은 선정적이었지만, 우리의 근현대사를 단적으로 잘 나타내주고 있다. 최근 들어 외신이 표현했던 것처럼 평창올림픽에서의 화해는 ‘예상치 못한’ 이례적 사건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6월 김여정의 주도하에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세워진 지 1년 6개월 만에 공개적으로 폭파됐고, 안타깝게도 남북 관계는 ‘원래처럼’ 다시 냉랭해졌다. 일말의 기대를 했던 북미 대화도 재개될 기약은 없어 보인다. 어쩌다가 남북이 갈라져 서로에 대해 분노하고 불신에 이르게 됐는지, 왜 민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나 이 지경이 됐는지 생각하다 보면 머리만 복잡해지고 결론 없는 상념으로 끝나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적인 환경과 요인이 어떠했건 내적으로 일치단결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은 계속 남는다.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무엇일까? 조금 추상적으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먼저 서로에 대한 격한 감정을 식히고 냉정을 찾는 일이 급선무가 아닐까 한다. 물론 이것은 전쟁의 상흔이 잊힐 정도의 긴 시간이 지나야 근본적으로 해결될 일이지만, 의식적인 노력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지금처럼 화를 지닌 채 계속 흥분해 있으면, 탈출구는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감정보다는 이성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전후 맥락을 살필 수 있는 여유가 현재로선 절실하다.

특히 정부는 막히면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이럴 때일수록 국가적 차원에서 한국학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연구를 진흥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학과 같은 학문을 진작시키고 대중화하는 일은 사람들로 하여금 감정을 조절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대처하도록 하는데 일정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학은 우리 자신에 대한 학문이기 때문에,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반성하고 문제를 발견하며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질문과 해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한국학은 국론을 통일하고 국민을 단결하도록 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국학의 저변이 넓어지고 연구 역량이 강화될 때, 통일에 대한 전망과 비전도 구체화되리라 본다. 이같은 한국학에서 어학이나 문학, 역사나 정치, 사회, 경제 등등 제반 분야가 모두 중요하지만, 필자는 그 가운데 특히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세계화 시대에 있어 자신의 철학 전통에 대한 인식과 주체성의 정립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철학’ 연구의 필요성은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미래캠퍼스 근대한국학연구소의 HK+ 사업단은 ‘근대한국학의 지적기반 성찰과 21세기 한국학의 전망’을 아젠다로 삼아 7년 동안 약 1백억 원 규모의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 목표는 근대한국학 지식레퍼런스, 연구주제 DB 구축을 통해 한국학의 지적기반을 체계화하고, 한국학 연구의 지형과 성과를 메타인문학적으로 성찰함으로써 거대담론과 분과학문 중심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20세기 한국학 성과에 바탕한 21세기 한국학의 연구 지평과 세계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에 1단계 심사를 통과하고 2단계에 진입했는데, 각오를 새롭게 다짐과 더불어 한국학의 발전과 남북문제 해결에도 일조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기고자의 의견일 뿐 본지의 입장과는 무관함을 알립니다.

김우형 연구교수(근대한국학연구소·동양철학)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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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영 2020-09-22 09:49:57

    역병의 발생으로 인한 전세계적 대혼란 속에서 강대국들의 자국보호주의는 점차 강해지고 있습니다. 주변국들 또한 각자도생의 길을 택할수
    밖에 없는 요즘 무엇이 최선인지 남북의 협력이 절실합니다. 한국철학이 분열을 통합으로 이끌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 줄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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