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층단위 학생회 회칙 부재를 짚다

기층단위 학생회란 과·반·독립학부의 학생회로, 학생사회 기층에 위치한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 산하 기구를 뜻합니다. 가장 낮은 곳에 있지만 가장 맞닿아 있습니다. 기층에 있기에 더욱 튼튼해야 합니다. 그 어떤 학내 기구보다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있는 기층단위 학생회의 '건강'을 진단해봤습니다.

기층단위 학생사회에 존재하는 선거, 회계 등의 문제점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관련 규정의 미비에 기인한다. 관련 규정이 없거나 부실한 탓에 업무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담당자들의 재량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다.

 

회칙, 그게 뭔데?

 

회칙은 학생사회의 기본이다. 모든 공식기구는 회칙에 의해 운영된다. 단위의 지위와 역할 등이 회칙에 의해 규정되며 각종 분쟁이 발생할 때 이를 처리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특히 앞서 짚은 선거, 회계 등의 영역이 회칙 내에 관련 조항으로 규정되거나, 회칙 예하에 세칙의 형태로 규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측면에서 회칙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대부분의 단위에서 회칙이 없으면 선거, 회계와 관련된 규정 및 세칙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경향성을 보였다.

그러나 적지 않은 기층단위 학생회에 회칙이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문과대, 사과대 등의 단과대에서는 전체 기층단위 학생회에 회칙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상경·경영대, 생명대, 생과대의 경우 과반수의 기층단위에 회칙이 존재하지 않았다. 회칙이 없는 이들 단위는 상위기구인 단과대 학생회칙을 준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경·경영대와 공과대의 경우, 단과대 회칙조차 부재하다. 회칙이 부재한 상경·경영대 7개, 공과대 2개 기층단위는 총학생회칙을 준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관련기사 1819호 3면 ‘학생 자치의 기본, 회칙이 없다’>
 

▶▶ 각 단과대별 소속 기층단위 학생회 회칙 존재 비율. 단일과 단과대(신과대, 교육대, 체육대, 의과대, 치과대, 간호대)와 체계 변경을 준비 중인 GLC는 제외함.

 

회칙, 세칙, 왜 못 만들어?

 

기층단위 학생사회는 왜 이러한 고충을 겪으면서도 회칙을 만들지 않을까. 이는 기층단위 학생회의 ▲업무의 특수성 ▲집행력 ▲전문성 부족 문제에서 야기된다.

총학이나 단과대 학생회는 학교본부, 전체 학우들을 대상으로 교육권, 인권, 복지 등 주요 의제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과·반 단위 학생회는 개강총회, MT 기획 등 행사 위주로 운영된다. 매년 비슷한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해가 바뀐다고 주요 업무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분쟁이 발생할 여지도 적고, 주요 업무에서 회칙을 활용할 일도 많지 않다. ‘하던 대로’ 일하는 것이 가능한 셈이다. 이지연(철학·18)씨는 “총학이나 단과대 학생회에 비해 과 학생회는 가장 기본의 기능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층단위 학생회는 기능적으로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되고, 결국 회칙을 비롯한 제 규정의 제정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규정의 필요성을 느껴 제정하려고 해도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운영위원회와 집행위원회 등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비교적 많은 총학, 단과대 학생회와는 달리 회장단만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은 기층단위 학생회에서는 회칙 제정은커녕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이과대 학생회장 이도엽(수학·18)씨는 “집행위원회가 잘 구성돼 있지 않은 기층단위 학생회의 경우는 회장단이 모든 업무를 도맡아 처리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정해진 행사를 진행하기도 힘이 부쳐 다른 사업은 해결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에서 새로운 규정을 고안하기에는 기층단위 학생회의 전문성도 부족하다. 완전히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이들은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것이다. 회칙에 관련한 구성원들의 이해도가 낮거나 정족수 기준, 업무 과정 등에 관한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2019학년도 2학기 경영4반 학생회장 윤세리(경영·18)씨는 “신입생들의 경우 반 운영에 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설명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법제위원장(준) 유호균(기계·17)씨 역시 “법안 제·개정은 집행력과 전문성이 필요해 기층단위 학생회에서 섣불리 나서기 어렵다”며 “그래서 가시적인 관련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많은 기층단위 학생회에서 제·개정 시도를 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기층단위 선거세칙의 부재의 배경을 설명했다.

 

기층단위, 도와줘 학생사회 친구들아!

 

기층단위 학생회가 제도적 위기라는 허들을 성공적으로 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체계를 갖추고 있는 상위기구의 도움이 절실하다. 관련 규정을 제정할 수 있게 도와주거나,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단위도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사회 차원의 매뉴얼 제시 ▲관련 기구의 도움 ▲기층단위와 단과대 학생회의 협력 노력이 필요하다.

존재하지 않거나 제멋대로인 규정을 손보기 위해 전체 기층단위 학생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매뉴얼 제시가 해답이 될 수 있다. 특히 회계 관련 규정에 대해 54대 부총학생회장 김현정(GLC한국문화통상·15)씨는 “단위별로 회계에 관한 규정이 천차만별인 것이 문제”라며 “모든 단위가 동일한 기준으로 예·결산을 진행한다면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학생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기구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회칙 제정이 막막한 기층단위 학생회들은 총학생회칙 제65조의5에 따라 법제위원회로부터 회칙 제정에 대한 도움과 자문을 구할 수 있다. 유씨는 “법제위원회(준)에서 자치 단위가 회칙을 제·개정할 때 자문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상설기구로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선관위)와 감사위원회(아래 감사위)의 존재 또한 요구된다. 55대 총학생회 <Mate>는 선거 관리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중선관위 상설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중선관위가 상설기구로 자리 잡을 경우 이전보다 개선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층단위 학생사회의 선거 등에 관련한 업무에도 더욱 나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 기층단위 학생회가 소속된 단과대 차원의 도움도 필요하다. 집행 인력의 부족 등으로 기층단위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2019학년도 56대 공과대 부학생회장 전현빈(글융공·17)씨는 “단과대 학생회가 기층단위 학생회와 동반자적 입장에서 도와 나갈 수 있다”며 “매뉴얼을 배포하거나 TFT에 동참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회·세칙 제정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법제위원장 유호균(기계·17)씨는 “상위기구의 회칙을 준용할 수는 있지만 각 과·반의 특성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회칙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많은 기층단위 학생회가 회칙이 미비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기층단위 학생회의 규정이 정비돼야 할 시점이다.

 

 

 

 

글 김수영 기자
bodo_inssa@yonsei.ac.kr
정희원 기자
bodo_dambi@yonsei.ac.kr

사진 조현준 기자
wandu-k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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