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가 아닌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

이송은 (정경경영·19)

최근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아래 BTS)이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차트 1위를 2주째 달성하면서 이들의 병역문제에 다시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개정안은 대중문화예술 분야와 e스포츠 분야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국위 선양에 대한 공을 인정받은 자들을 입영연기 대상자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연기가 가능한 나이를 기존 만 28세에서 만 30세까지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법 규정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조정돼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중문화예술이 미치는 영향력은 개인을 넘어 국민경제에까지 확장됐다. BTS 이후에도 대중문화예술 분야에서 우수한 결과를 내는 예술인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대중문화예술 분야의 우수자에게 병역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입영연기를 허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현행 병역법은 ▲대학(원)생 ▲사법연수원생 ▲체육 분야 우수자에 대해 입영연기를 허용한다. 특히 예술·체육 분야의 경우 병무청장이 인정하는 ▲국내외예술경연대회 ▲올림픽 대회 ▲아시아 경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병역특례의 기회도 인정하고 있다. 병역특례는 병역의무가 있는 사람이 다른 기관에서 일정 기간 대체복무를 하는 경우를 통칭한다. 이는 예술·체육계 종사자들이 대체로 20대 때 자신의 기량을 발휘한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에게 재능을 펼치고 이를 통해 국위 선양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예술의 경우 병역특례의 기회는 순수예술 분야로 한정된다. 과거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방법은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대회에 참가해 우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엔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것 이상으로 대중문화예술인들이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다. 2019년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BTS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연간 5조 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고려대 국제경영학과 편주현 교수 연구팀은 2018년 서울에서 열린 BTS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유입된 외국인 관광객을 18만 7천여 명으로 추정했다. 이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외국인 방문객 약 28만 명의 67%에 해당하는 수치다.

BTS가 빌보드 차트 1위를 통해 ‘올림픽 금메달’ 못지않은 국제·경제적 활약을 입증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중문화예술 분야를 입영연기 혹은 특례의 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병역문제에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BTS만을 위한 법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입영연기가 허용된 대상자들이 지속적인 활동으로 금전적 이익을 얻는 이중 혜택을 고려하면, 현역으로 복무해야 하는 다른 남성들에게 박탈감이 유발될 수도 있다. 20대의 시기가 특정 분야 종사자들에게만 중요한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 국위 선양의 기회도 이들에게만 있는 것처럼 보여 불편한 오해를 낳는다. 병영문화혁신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매년 입대 예정자들의 약 90% 이상이 현역으로 판정받는다. 이런 시점에서 특례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국군 병력 수급에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 따라서 입영연기 혜택 적용 여부와 병역특례 적용 대가에 대한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

20대는 누구에게나 황금처럼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기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의무를 져야 하는 모든 사람의 복무 가치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기에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입영연기 혹은 대체복무에 관한 논의는 단순히 특정인에게 주는 혜택의 측면보다는 공동체 전체에 가져올 잠재적 이익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중문화예술을 포함한 예술·체육분야의 엄격한 병역특례 기준을 마련함과 동시에 현역으로 복무하는 군인들의 처우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이 동반된다면 국민들의 긍정적인 이해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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