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1인 가구 반려인… 혼자서도 잘 키울 수 있으려면

‘크림히어로즈’, ‘소녀의 행성’ 등 반려동물 유튜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시청자들은 ‘랜선 집사’를 자처하며 영상에 나오는 동물에게 애정을 쏟는다. ‘랜선 집사’를 넘어 직접 동물을 입양하고자 하는 이도 늘고 있다. 청년 1인 가구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1인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기란 쉽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는 많은 한계에 직면한다. 반려묘 ‘팡이’를 키우는 1인 가구 문씨는 반려동물과의 동거가 가능한 학교 근처의 거주 공간을 찾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늘어가는 1인 가구와 반려동물,
아직 멀기만 한 공존의 길

 

‘1인 가구가 늘고 있다’란 말은 이제 진부하다. 이미 지난 2015년 1인 가구는 가장 주된 가구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2019년 기준 1인 가구 수는 약 599만으로 전체 가구의 29.8%를 차지한다.

동시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외로움을 호소하는 1인 가구 사이에서 반려동물은 인기가 높다. KB경영연구소의 ‘2019 KB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1인 가구의 비중은 11%, 앞으로 기를 의향이 있는 가구는 41.5%에 달한다. 반려묘와 동거 중인 1인 가구 문성준(22)씨는 “반려동물과의 동거는 일상에 행복과 치유를 선물한다”며 “반려묘와 동거를 시작하고 자취방에서의 공허함과 쓸쓸함을 덜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은 녹록치 않다. 우선 1인 가구는 가구 특성상 반려동물을 오랜 시간 집에 홀로 남겨 둘 수밖에 없다. KB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 반려동물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은 평균 6시간 50분으로 가구 형태 중 가장 길다. 문씨는 “집을 비우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평일 낮에는 고양이가 집에 혼자 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집에 홀로 있는 동물들은 외로움이나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이난수 활동가는 “반려동물이 장시간 홀로 있을 경우 애정결핍에 의한 행동문제, 분리불안 등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려동물 방치 문제는 특히 반려인이 외롭다는 이유로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발생하기 쉽다. 지난 2018년 서울시가 서울 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0대 미만 연령대에서 반려동물을 키운 주된 이유는 ‘또 하나의 가족을 원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입양하는 경우도 있다. 동물자유연대 김지원 활동가는 “‘고양이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거나 ‘햄스터, 토끼와 같은 소동물은 관리할 필요가 없다’ 등의 잘못된 정보가 많다”며 “이로 인해 동물을 쉽게 입양한 후 방치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주거 형태 역시 반려동물을 키우기 적합하지 않다. 청년 1인 가구 대부분은 다세대주택이나 오피스텔과 같은 공동주택에 거주한다. 이때 임대인이 이웃의 민원이나 집 훼손 등의 이유로 반려동물 동반입주를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문씨는 “학내 커뮤니티에 올라온 학교 주변 임대 매물 중 2~3곳만이 반려동물 동반입주를 허용했다”며 “1인 가구로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설사 동반입주가 가능한 집을 구해도 여전히 반려동물에게 불편할 수 있다. 대부분의 주거시설이 반려동물을 키우기 좁을 뿐 아니라, 사람과 반려 동물과의 생활에 대한 고려 없이 지어졌기 때문이다.

 

1인 가구도 잘 키울 수 있도록
반려동물 맞춤형 인프라와 제도 필요해

 

이에 1인 가구의 특성을 고려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1인 가구는 아무리 외출을 최소화하더라도 출근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집을 비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1인 가구가 반려동물을 집에 홀로 두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가격에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김 활동가는 “반려인이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펫시터나 반려동물유치원과 같은 서비스가 많아지길 바란다”며 관련 서비스가 부족한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기존의 인간중심 주거 공간에서 벗어나 반려동물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새로운 주거공간이 필요하다. 최근 이러한 수요에 맞춰 등장한 주택이 있다. 바로 반려동물 친화 주택이다.

반려동물 친화 주택은 바닥, 초인종, 욕실 등 일부 시설을 반려동물 맞춤형으로 설계한 주거공간이다. 건축적인 요소 외에도 다양한 측면에서 반려동물을 고려한 맞춤형 환경을 제공한다. 일례로 반려동물 친화 주택에서는 입주자 간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반려동물 양육에 관한 입주규약을 정한다. 이를 통해 이웃과 불필요한 마찰을 줄일 수 있다. 나아가 입주동물의 건강검진이나 돌봄 서비스까지 운영한다. 반려동물을 단순한 입주동물에서 나아가 동등한 가구원으로 간주하는 셈이다.

약 1천 269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 선진국 일본은 이미 반려동물 공생 아파트에 대한 법규가 마련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약 5년 전부터 점차 반려동물 친화주택이 생겨나기 시작한 수준이다. 반려견주택연구소의 박준영 소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제대로 된 환경을 갖춘 주택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와 인프라 확충이 반려동물 방치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인프라는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줄 뿐이다. 입양 이후 반려인의 관리가 소홀하다면 인프라는 무용지물이다.

반려동물 입양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교육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활동가는 “반려동물 입양 규제 강화와 반려동물 입양 전 필수 교육 의무화를 추진한다면 반려인과 반려동물 모두가 행복한 반려문화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여건과 집 크기, 산책 가능 시간 등의 기준이 포함된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반려인이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을 막는 셈이다. 김 활동가는 “최근 독일에서는 반려견을 위해 하루 2시간 이상 산책을 시켜야 한다는 법이 발의됐다”며 입양 이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반려동물 입양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외롭고 쓸쓸해서 동물을 입양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활동가는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반려동물 입양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한 생명의 평생을 책임지겠다는 자세부터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1인 가구에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 활동가는 “1인 가구든, 다인가구든 반려동물을 키울 때에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 활동가 역시 “국가와 개인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1인 가구의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활동가는 “꼭 동물을 때리거나 죽이는 것만이 학대가 아니”라며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별개로, 동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발생하는 학대도 있다”고 말했다. ‘무지에 의한 학대’도 학대라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아무리 사랑하려는 마음이 있더라도 입양 이후 관리가 부족하면 학대가 될 수 있다. 1인 가구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공존할 수 있으려면 환경과 제도, 인식을 함께 개선해가야 한다.

 

 

글 고병찬 기자 
kbc1986@yonsei.ac.kr

사진 홍지영 기자
ji0023yo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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