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독립서적, 김미현의 『지금 난 여름에 있어』

 

여름은 휴가의 계절이다. 도심 속 더위와 맞서 싸우며 일하는 그대는 매 여름 환상적인 휴가를 꿈꾼다. 그러나 2020년 여름은 마스크 안에서 푹푹 찌는 기억으로만 남았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의 습격이 인종과 국가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일상을 빼앗아 간 것이다. 『지금 난 여름에 있어』는 올해 가지 못한 여름휴가를 상상하며 읽으면 절로 행복해지는 여행 산문집이다. 뜨거운 해와 습습한 바람이 내부딪히는 어느 바닷가가 떠오르는 책이다. 저자 김미현은 지난 2019년 여름 동안 국내외를 여행했다. 무작정 시작한 제주살이, 낯선 이들과 여행한 몽골, 가장 나다운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해준 프라하, 센 강을 걸으며 늦여름의 정취를 만끽한 파리까지, 4부로 이뤄진 책은 저자가 경험한 지난여름을 온전히 담아낸다.

 

그는 책의 도입부에서 "미치도록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오래 떠나고 싶었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떠났다"고 말한다. 긴 시간 여행을 떠날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당시 모든 일에 이유를 달아야 하는 것에 싫증이 났다고 했다. 빠르게 변화해가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다 보면 삶의 방향과 목적의식을 잃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적당한 이유를 마련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이었다. 『지금 난 여름에 있어』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현대인을 위한 책이다. 읽다 보면 책 속 화자와 함께 이유와 목적이 없는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일기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책을 읽으며 이 도시는 어느 카페가 좋고, 어떤 공원이 예쁘며, 맥주 한 캔 마시기에 딱 맞는 곳이 어딘지 알아간다. 그중에서도 프라하는 여름이라는 계절과 가장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그는 가장 "나다운 여행"이라 이름 붙인 프라하에서 발길이 닿는 대로 그저 거닌다. 현대사회에서 가치 없는 행위로 치부되는 일은 때로 한 사람의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원동력이 돼 준다. 이렇듯 가만히 여유를 즐기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현대인에겐 ‘게으름을 처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는 "지금 난 여름에 있어"라는 제목 속 ‘여름’은 청춘과 여름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청춘은 ‘여름날 부서지는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의 물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멋지게 가공된 보석처럼 반짝이진 않는다. 기대와 실망, 넘어짐과 아묾, 뻔뻔함과 부끄러움의 연속인 우리의 젊은 날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젊다는 이유로 눈부시다. 무모한 일에 도전하며, 수확 없이 힘들이는 일에 열정을 쏟기에 청춘이 빛나는 것 아닐까.

 

겹치지 않는 매력을 지닌 네 곳의 여행지에서 길어 올린 서른두 편의 이야기와 필름 사진을 볼 수 있는 『지금 난 여름에 있어』는 여름의 나른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삼 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온통 나 자신에 몰두하는 여행, 누구나 쉽사리 경험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도 그랬다. 매년 여름을 보내왔지만, 처음 맞은 듯 생소했던 지난여름에 가장 멋진 파도를 만났다고 회상한다. ‘여행은 떠날 수 있는 용기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일상을 되찾고 나면, 이 책 한 권을 들고 그가 그랬던 것처럼 무작정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글 변지후 기자
wlgnhuu@yonsei.ac.kr

<사진제공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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