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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방구석 정치는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온라인 총공격’, 공론장과 분쟁터 사이 아슬아슬 줄다리기
  • 송정인 이연수 기자
  • 승인 2020.09.06 12:14
  • 호수 59
  • 댓글 0

‘총공격’(아래 총공), 군대의 병력과 장비를 모두 동원해 한꺼번에 공격하는 전술입니다. 단어의 어감에서부터 엄청난 파괴력이 느껴지죠. 전쟁터에서나 사용되던 이 서슬 퍼런 단어가 최근에는 일상 속에서 더 활발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자주 이용한다면 ‘네이버 검색어 총공격’(아래 검색어 총공), ‘트위터 해시태그 총공격’(아래 해시태그 총공)이란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총공은 온라인 공간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활용한 새로운 정치참여 방식입니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동참할 수 있기에 검색어와 해시태그라는 피켓을 드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온라인 광장이 된 네이버와 트위터,
광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나?

▶▶네이버 검색창에 ‘소통하라’를 입력하면 나열되는 자동 완성 검색어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검색창에 ‘소통하라’를 입력하면 ‘OO대는 소통하라’ 형식의 자동 완성 검색어들이 나열됩니다. 지난 6월, 각 대학 학생들이 진행한 ‘OO대는 소통하라’ 총공의 흔적입니다. 선택적 P/NP제*를 시행하라는 학생들의 요구를 학교 당국이 거부하자 학교에 검색어 총공으로 항의한 것입니다. 대학별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는 검색어 총공 방법이 활발히 공유됐습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사를 ‘OO대는 소통하라’라는 구호로 만들고, 총공을 진행할 일시를 정해 동시다발적으로 검색하는 간단한 방법입니다. 몇몇 대학의 총공 구호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면서, 이를 다룬 기사들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특정 대학의 문제가 검색어 총공을 통해 공론화된 것입니다.

사회적 논쟁이나 특정 인물에 대한 여론이 검색어 총공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지난 7월 20일에는 문재인 정부에 관한 상반된 검색어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문재인 내려와’ 총공을 진행했습니다. 현 정부 지지자들은 ‘문재인 힘내세요’ 총공으로 방어에 나섰습니다. 이날 오후 9시에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시사 카테고리 1위와 2위에 ‘문재인 내려와’와 ‘문재인 힘내세요’가 나란히 놓이는 기이한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는데요. 이날 하루만큼은 네이버 검색창이 ‘정보의 바다’가 아닌 ‘정치 갈등의 격전지’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시태그 총공은 특정 해시태그를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트윗 개수가 많은 해시태그가 실시간 트렌드 순위에 오르는 것을 이용한 정치참여 방식입니다. 실시간 트렌드 순위에 오른 해시태그는 더 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전달되죠. ‘n번방 총공 총괄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n번방 해시태그 총공이 대표적입니다. n번방 총공은 n번방 사건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기 위해 매주 새로운 해시태그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n번방 관련 재판 상황을 전달하고, 피해자를 위한 연대를 도모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네이버와 트위터는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는 온라인 광장으로 변화했습니다. 온라인 광장은 시민들이 손쉽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맥락이 소거된 검색어와 해시태그가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 또한 받고 있는데요. 『The Y』는 ‘연세대는 소통하라’ 총공과 n번방 총공 기획자를 만나 자신이 진행한 총공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습니다. 이들이 경험한 총공은 공론장의 기반일까요, 갈등의 시작일까요?

온라인 광장에 울려 퍼진 목소리
기획자와 시민들의 생각은?

▶▶트위터 ‘n번방 총공 총괄계’에 게시된 총공 안내문

‘연세대는 소통하라’ 검색어 총공 기획자 A씨는 “2020학년도 1학기 내내 비대면 수업이 지속되며 학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학교 측에 학생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요구하고 싶었다”고 총공을 기획한 의도를 밝혔습니다. ‘연세대는 소통하라’ 총공은 표면적인 성공을 거뒀습니다.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주요 매체에서 총공 상황을 비중 있게 보도하기도 했죠. 그러나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공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그럼에도 A씨는 “기존 시위나 집회와 달리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아 많은 사람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며 총공을 유의미한 정치참여 방식으로 평가했습니다.

총공을 진행한다고 모든 검색어가 순위에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B씨는 지난 5월부터 넉 달 동안 매주 n번방 관련 검색어 총공을 진행했지만, 순위에 오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네이버는 이용자가 많은 사이트인 만큼 총공에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야 검색어를 순위에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B씨는 “총공을 통해 특정 이슈에 대해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 수 있다”며 총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n번방 해시태그 총공을 기획한 트위터 ‘n번방 총공 총괄계’ 대표 C씨는 “n번방의 범죄 수단으로 사용된 트위터에서 n번방 사건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기 위해 총공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트위터는 네이버에 비해 이용자가 적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트위터는 특정 해시태그를 실시간 트렌드에 올리기 쉽다는 장점이 있죠. C씨는 “실시간 트렌드에 올라 트위터 내에서 공론화가 이뤄지면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 등 다른 SNS에도 알려지게 된다”며 이러한 트위터의 특성은 이용자가 적다는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국회의원, 언론인 등 사회 유력인사들이 트위터 여론을 살펴본다며 해시태그 총공의 파급효과가 생각보다 크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총공 기획자들은 전반적으로 총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총공의 효과가 온라인 공간을 넘어 사회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직장인 김혜리(30)씨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관심 없는 주제는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고 전했고, 경기도 안산에 사는 직장인 이동연(49)씨는 “‘OO대는 소통하라’라는 검색어는 들어본 적도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인천에 사는 대학생 소단아(22)씨는 “n번방 사건은 알고 있지만, 해시태그 총공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며 “소수가 이용하는 트위터에서 이뤄지는 총공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밝혔습니다. 총공은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일까요. 총공의 효력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The Y』는 전문가를 만나봤습니다.

전문가가 말하는 온라인 총공격
공론장인가 분쟁터인가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윤성옥 교수는 총공의 정치적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윤 교수는 “총공만으로는 공론화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며 “총공이 정치적 효과를 내기 위해선 언론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총공 행위를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총공의 효과는 달라진다는 지적입니다. 윤 교수는 “검색어 순위에 올리는 것보다 언론을 통해 대중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언론의 여론 형성 과정이 없다면, 총공의 메시지는 사회에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언론의 보도행태에 따라 총공은 본래 취지와 동떨어져 갈등을 증폭시키는 분쟁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경인교육대 사회과교육과 심우민 교수는 이러한 지적과는 다른 의견을 제시합니다. 심 교수는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갈등을 전제하고 있다”며 “총공은 그 갈등이 온라인 공간에서 표출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온라인 총공은 갈등을 증폭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드러낼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온라인 총공이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것이죠. 심 교수는 총공이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총공의 정치적 효과가 있을 순 있지만, 법적으로 규제할 논거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헌법상 보장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처럼 온라인 공론장의 총공 역시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온라인 총공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온라인 총공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온라인 공간에만 맴도는 메아리가 돼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에 그칠까요? 새로운 정치참여 방식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온라인 총공격,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선택적 P/NP제: 성적 평가 이후 학생의 선택에 따라 성적 등급을 패스 혹은 논패스로 변경할 수 있는 제도

글 송정인 기자
haha2388@yonsei.ac.kr
이연수 기자
hamtory@yonsei.ac.kr

<사진제공 n번방 총공 총괄계>

송정인 이연수 기자  haha238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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